오늘 아침 커튼을 젖히자 놀랐다. 아주 쾌청한 날인데 모든 세상이 하얀색이다. 나뭇가지마다 눈이 소복이 쌓인 그대로이고 멀리 보이는 산도 빈틈없이 흰색으로 칠해 놓은 듯하다. 이렇게 모든 세상이 하얀색으로 바뀌다니.
요즈음 게으름 피우며 이 핑계 저 핑계 대고는 탄천 산책도 나가지 않은지 거의 일주일은 된 것 같다.
오늘 테레비죤에서 뇌활동을 방해하는 것 중 하나가 게으름이라고 한다. 문득 가슴이 뜨끔한다.
오늘은 꼭 나가야겠다 다짐하고 옷을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선다. 생각 외로 쌀쌀하다. 덕분에 눈이 녹지 않아서 나무이파리, 가지에 내린 눈이 그대로 소복이 쌓여 말로 표현하기 어렵게 아름다웠다.
바람이 조금 불더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싸락눈이 내린다. '눈이 꽤 많이 오는 걸. 우산을 가지고 나올걸' 하며 걷는데 누가 눈폭탄을 내게 던진다. 퍽 소리 내며 내 검은 옷에 떨어진다. 아니? 하고 보았다. 그건 그저 나무에서 떨어진 커다란 눈덩이었다. 조금 후 눈가루는 멈추었고 아무것도 내리지 않고 있다.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에 소복이 쌓여있던 눈이 떨어지며 마치 싸락 눈이 내리듯 내 앞을 막았던 것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연못에는 규칙적으로 한쪽에서 물을 뿜어 내었다 멈추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검은색 물닭들도 여전하다.
여기 탄천 양옆에는 이른 봄에는 봄을 알리는 노란 개나리가 야단법석이고 개나리가 질 즈음에는 연분홍의 벚꽃이 야단들이고 이렇게 눈 내리는 날은 나뭇가지마다 소복이 쌓인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얀색으로 마음을 설레게 한다.
쌈빡한 자연의 일상을 바라보며 즐기고 돌아와서는 오늘의 어둠을 맞는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멘트 노래가사다.
이렇게 눈으로 마음을 온통 하얗게 적신 날에 어울리는 노래다.
당신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준 당신,
나에게 당신을 어찌하면 잊을 수 있는가 그 방법도 가르쳐 달라는 슬프기 짝이 없는 노래다.
나는 그냥 눈물이 글썽여진다.
차 한잔 마시며 생각해 봐야겠다.
상대를 사랑하는 법은 어떻게 배워야 하며, 잊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어찌 배워야 하나 나의 풀어야 할 숙제다.
2024/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