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가지는 어려움

by 독나리

내가 무엇을 역겹게 생각한다 해서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가치가 덜 하거나 내게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는 것... 그런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나 자신은 더 초라해진다. ㅡ 헬만헷세

나는 나 자신 외에는 주위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내 주위는 단출하다. 우선 가까운 친척이 별로 없다. 그러니 관심을 가질 사람이 주위에 많지 않다. 우선 경조사에 참석할 일이 적다.


결혼 후에도 마찬가지다. 시댁 아버님은 내 결혼 오래전에 돌아가시고 어머님은 결혼 후 몇 년 후 돌아가셨다. 그때가 84살이셨다. 남편은 아주 늦게 둔 막내였다. 또한 가까운 시댁 친척들은 모두 미국으로 이민 가셔서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할 시댁 분들은 계시지 않았다.


어찌 보면 나의 인생은 그렇게 결정되어 있는가 싶게 그렇게 흘러갔다. 내 팔자인가 싶게 나의 주변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단출하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살다 보니 누군가를 관심을 가지고 챙기는 것이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그런 행동이 어색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해 주고 관심 가지는 행동이 자연스레 나오는 사람들을 볼 때 놀란다. 그리고는 '아니 난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지' 하며 자책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많은 경험을 해 보아야 하는데 그 또한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생각하는 것이 비교적 경직되어 있다. 그리고 위의 글처럼 모든 것에 내가 가치를 부여하며 그 가치 여부에 따라 관심을 끊곤 했다. 그러나 가치를 따지는 것 자체가 내 중심적인 것이 아닌가. 다른 사람과 나의 가치관은 다르다는 것을 생각해 보며 점점 나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내 생각의 폭이 넓어지지는 못했다.


또한 전에는 자연을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았고 관심을 가지고 자연을 대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도시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 같이 막연히 숲 속에서의, 자연에의 생활을 동경했을 뿐이었다. 그나마 몇 년 전 이곳으로 이사하면서 자연을 많이 접촉하게 되면서 이것저것 자연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게 되었다.

몇 년을 살다 보니 자연을 즐기는 것도 일면으로는 중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소리를 새소리를 며칠 듣지 않으면 좀이 쑤신다.


조금 전 탄천에 나왔다. 중앙공원 쪽으로 향하는데 여름에는 탄천 길에 그늘이 없어 그 윗길이 나무가 우거져 그 길로 다닌다. 잠시 벤치에 앉아 쉬는데 저 멀리서 비둘기가 뒤뚱거리며 다가오는 거다. 바로 내 앞에 서더니 가만히 나를 바라본다. 그러다 가겠지 했는데 계속 내 주위를 맴돌며 지금도 내 곁에 앉아 있다. 사진 찍으면 그 소리에 날아갈 것 같아서 그냥 주시하고만 있다. 보통 여러 마리들이 같이 다니곤 하는데 이 비둘기 아무도 없이 혼자 꾸역꾸역 내 곁을 맴돈다. 이제는 꽃이 다 져 버린 벚나무의 푸른 잎이 우거진 고요한 숲길에서 비둘기와 둘이 같이 있다. 벤치 곁에서 몸은 미동도 하지 않고 머리만 까딱이며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이렇게 자연을 만나면 가끔 신기한 일과 만나는 일이 있곤 한다. 먹을 것이 있으면 무엇이라도 주었을 텐데 나에게는 지금 아무것도 없다.

전에는 까치가 날아가지 못하고 깡충거리기만 해서 웬일인가 하고 보니 박스 포장용 누런 스카치테이프가 날개에 붙어있는 걸 보기도 했다.

비둘기가 그 사이 안 보인다. 대신까치 두 마리가 보인다. 이제 일어나서 가야겠다.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지나가는 것은 이 세상에 너무나도 많다. 이런 것이 많을수록 삶이 초라해지는 것은 맞는 말이다


꺼려지는 것도 접촉해 보면 익숙해지면서 다시

돌아보고 싶어 진다는 것을 조금씩 느껴가고 있다.


2023/5/29

작가의 이전글길 위의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