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년

by 독나리

이른 아침 흐르는 물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어린 소년이 애잔하다. 초등학교 1, 2학년쯤 되었을까? 그저 앉아 있을 따름이지만 파란색티를 입고 구부정하게 쪼그리고 앉아있는 모습이 그의 눈에는 왜 그리 애달파 보일까? 흐르는 물에는 커다란 잉어 메기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그 소년은 물속 잉어들을 바라보다 앉아있는 땅바닥에 돌을 가지고 줄을 마구 그어 대고 있다. 머리를 들지 않고 푹 수그린 채여서 전혀 얼굴은 볼 수가 없다. 집에서 꾸지람을 듣고 나왔나? 이 이른 아침에? 아니면 심각한 스스로는 풀 수 없는 문제에 부딪혀있나? 아니면 엄마 아빠가 심하게 다투고 있었을까?


그렇게 상상하며 그 소년을 멀리서 바라보며 그는 서있었다. 다시 돌아올 때도 그 자리에 있으면 다가가 물어볼까? 아니면 좀 떨어져 다시 지켜볼까, 마음만 있지 과연 내가 그 소년에게 말을 걸게 될까! 그런 쓸쓸한 마음을 삼킨 채 그 아이 곁을 천천히 지나친다.


참 사람의 삶은 고뇌다. 이 어린이에게도 나름대로 그만한 양의 자기에겐 넘쳐나는 고뇌가 있는 것이겠지.

그러고 보니 그의 어린 시절도 그랬던 것 같다. 나름대로는 심각하고 힘든 일들이 있었다. 어머니는 그를 막내아들로 늦은 나이에 낳으셨고 아버지는 그가 뱃속에 있을 때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아무 능력도 없으셨고 가진 것도 없이 큰아들, 형수 밑에서 묵묵히 살고 계셨다. 그가 지금 생각하건대는 어머니는 시어머니로서의 생을 잃어버린 삶 이셨다. 그의 삶은 그 그늘에서 여러 명의 조카들과 비슷한 나이로 함께 자라왔다. 구박을 받았다던가 그런 차원과는 다르다. 자라면서 그는 항상 허기졌다. 무엇인가에 대해 허기져 있었다.


어머니는 돌아가신 지 오래지만 끔찍하게 아끼는 막내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지금도 그에게는 생명줄 같은 힘이다. 어린 나이부터 여러 혼란스러움이 많았다. 보통 아이들과는 다른 그 나름대로의 심각한 슬픔이 있었다. 그러나 결코 드러내 노을 수 없는 슬픔. 아무에게도 내놓고 말할 수 없는 슬픔. 이러한 것은 생이 얼마나 남았나 가름해봐야 하는 지금까지도 마음에 숨겨져 있다.


시시때때로 느껴지는 이 슬픔의 황당함은 아무에게도 드러낼 수 없다. 그는 어린아이들의 어두운 표정 그냥 울음이 아니라 조금 전 같은 그 조그만 소년의 굽은 등을 보면 그냥 슬프다. 그는 한발 한발 내딛으며 계속 어린아이의 굽은 등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제 선뜩선뜩 약간 두툼한 잠바를 걸치지 않으면 아침엔 으슬으슬하다. 멧비둘기소리는 왜 그렇게 처량한지...

돌아오는 길 그 자리에 그 자그만 소년은 없었다. 한 시간이 넘은 시간이다. 다행이다.


202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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