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3인실 병동 입원해서 수술한 지 며칠째다. 얼결에 응급실로 해서 이곳 입원실로 들어온 거다. 이곳은 통합간병시스템이 작동하는 곳이다. 전에도 다른 정형외과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간병인이 상주했다. 가끔 화장실 가는 것 외에는 하는 일 없이 마주 보고 앉아 있어야 하는 낯선 사람과의 동거는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다. 나같이 사람과의 관계가 서투른 사람에게는 특히 그렇다. 환자로서의 나는 간병인비위를 맞추어야 한다는 스트레스.
간병인으로서는 환자의 호소 아닌 호소를 다 들어주어야 하는 부담감으로 서로가 불편하다. 그런데 또한 여사님으로 칭해지는 그들은 그들대로 모여서 즐기는 시간이 있어 환자로서는 시끄럽기가 짝이 없는 일이다.
우연히 들어온 병원이 간병인이 필요 없는 시스템인 병원이라니 나로서는 반길일이었다. 그런데 며칠 지내보니 그것도 힘든 일이다. 매사 호출벨을 눌러서 해 달라고 해야 한다. 하다못해 가지고 있던 핸드폰이 갑자기 안 보여 침대 위를 수색하다시피 해도 찾지 못해 벨을 눌러 핸드폰 찾아달라 해야 한다. 딸이 내손이 뻗치는 동선 안에 모든 물건을 두려 노력하지만 찾느라 뒤적거리다 떨어뜨리면 어쩔 수 없이 벨을 눌러야 한다. 다리를 다쳐 꼼짝 할 수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서 일일이 간호사를 불러대야 한다. 미안하기 짝이 없다. 시스템이 그러니 어쩌겠냐 필요하면 간호사를 당당하게 부르라 딸은 이야기하나 막상 당해보라지 그게 미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러니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인 세수 양치 화장실 가는 거 이게 평안하게 할 수가 없다. 눈치 보아가면서 볼일 보러 화장실 데려다줄 때 시도 때도 없이 양치질을 해야 한다. 세수도 마찬가지다. 주로 클렌징티슈로 아침에 닦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전에 친구가 저녁에 세수 안 하고 티슈로만 닦아내기에 그걸 놀렸더니 그게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수가 없다. 얼굴 닦는 전용 클렌징 티슈는 로션도 들어있는지 시원하고 깨끗하고 사용 후 피부도 부드러워진다 세세히 이야기하면 끝이 없다
한동안 두침대가 다 비워져 있으니 조용했었는데 며칠새 세침대가 다 주인을 찾았다. 가운데 침대환자는 무릎수술환자. 수술실에서 돌아와서는 병실 떠나갈 듯이 아프다고 난리다. 수술 전부터 가슴이 떨린다느니 열이 오른다느니 하더니만 고통호소가 장난이 아니다. 아주 감성이 풍부한 분인 것 같다. 인간의 본성이 그대로 노출되는 병원 삶 그것을 적나라하게 느끼고 있고 부끄러움이라는 것도 며칠 만에 없어지는 저 밑바닥까지 노출되고야 마는 병원생활. 오늘도 나는 거리낌 없이 화장실 가며 엉덩이를 노출하는데 아무 부끄러움이 없다. 아아! 이 습관의 익숙함이여
무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