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 4

by 독나리

인연이라는 것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자세히 관찰해 볼 것도 없이 운명이랄밖에 없다.. 우연히 알게 된 부모의 지인과 그 지인의 소개, 그는 그렇게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는 한 마디로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 그대로이다. 좋은 대학 나와 고시 1년 치러보고 탈락하고는 그대로 대기업에 취직했단다. 너무나도 가난한 집에 아버지 없이 형 밑에서 고시랍시고 버티고 공부하기는 어려웠었다 한다. 일반적으로 개천에서 용 났다는 부류의 사람들은 활기차고 생활력 강하다는 내 생각은 그를 보며 무너지고 말았다. 그는 소심하고 친화력 없고 돈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열심히 일한 대가로 월급과 보너스 받아 나에게 던져주면 그만이다. 나라고 돈 관리를 잘하나 그러니 우리 집 경제는 규모 없이 새고 있었다. 이렇게 그녀의 집은 각자가 서로 해야 할 일 하며 흘러가고 있었다. 어떤 충돌 같은 것은 없다. 그렇게 그녀는 몸이 아니라 마음을 '프로크루테스의 침대' 같이 자르고 늘리면서 묵묵히 살아가고 있었다. 모든 일은 익숙해지면 그것대로 잘 적응 이 되기 마련인가 보다. 그녀는 점점 무감정한 여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녀 자신도 가끔 놀라곤 한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말도 없었고 감정이란 것이 넘치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아야 하면 그렇게 한다. 정상은 아니다. 그런데 그것이 더 확고해졌다


지나가는 젊은 부부 손 잡고 걷고 있으면 '얼마 나갈까' 말도 안 되는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나이 드신 노부부 손잡고 지나가면 대부분들 '우리도 저 부부같이 偕老하여 꼭 저렇게 지내는 것이 꿈이다'라는 말들을 하는데 그녀는 아니 나이 들어서까지 저렇게 손잡고 다녀야 하나? 한 사람이 아픈가? 의심하곤 한다.

그녀에게는 사랑이라는 단어는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있었다.


어느 날 읽은 책 '흰'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렇게 날카로운 시간의 모서리ㅡ시시각각 갱신되는 투명한 벼랑의 가장자리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살아온 만큼의 시간 끝에 아슬아슬하게 한 발을 디디고 의지가 개입할 겨를 없이 서슴없이 남은 한 발을 허공으로 내딛는다. 특별히 우리가 용감해서가 아니라 그것밖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녀의 모습 그대로다.

어쩌면 이 작가는 이렇게 표현을 잘할까!

그녀는 그 작가의 작품을 대할 때마다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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