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베개'
나츠메 소세끼 지음 오석윤 옮김
7쪽
'이치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감정에 밀려들면 낙오하게 된다. 고집을 부리면 외로워진다. 아무튼 인간 세상은 살기 어렵다. 살기 어려운 것이 심해지면, 살기 쉬운 곳으로 옮기고 싶어진다. 어디로 이사를 해도 살기가 쉽지 않다고 깨달았을 때, 시가 생겨나고 그림이 태어난다.'
'풀 베개' 중에는 깊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명문장들이 많다. 아름다운 표현이 많은 소세키 초기의 작품이다. 그중 위 문장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한다.
'이치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이것은 세상일을 지나치게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옳고 그름을 따지며 사는 것은 모가 난다는 말이겠다. 우리 주위에도 이런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거의가 옳은 말이다. 그런데 무언가가 대하기가 껄끄럽다. 푸근함이 없음을 느끼게 된다. 그런 사람에게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감정에 밀려들면 낙오하게 된다'
이렇게 표현되어 있으나 원문을 보면 감정에 휘둘리다 보면 그대로 같이 흘러가버리고 만다는 뜻으로 되어있다. 즉 감정적으로 살아가다 보면 그저 생각 없이 휩쓸려 흘러가는 삶을 살아 낙오하게 된다는 말인가 보다. 이것은 본인의 신조가 없는 삶을 지칭하는 말이겠다.
'고집을 부리면 외로워진다'
지나치게 자기를 내세워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면 비록 그 말이 옳다 해도 주위에서는 고집불통으로 내몰리게 된다. 그러면 주위에 누가 남겠는가 외로워지게 마련이다. 타인의 말을 조금도 받아들여주지 않고 고집을 부리면 누가 그 사람에게 다가가겠는가 상대편이 옳을 수도 있겠다고 한발 물러서는 것도 살아가는 지혜인가 보다.
'살기 어려운 것이 심해지면, 살기 쉬운 곳으로 옮기고 싶어진다. 어디로 이사를 해도 살기가 쉽지 않다고 깨달았을 때, 시가 생겨 나고 그림이 태어난다.'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듯하다. 진실로 삶이 피폐해져 살기 어려워질 때 글이 써지는 것은 맞는 말인 것 같다. 희희낙락하는 즐거움 속에서는 그리 깊은 글이 나오지 않는 것이겠다. 이것이 삶 인가! 나만 왜 불행한가! 등등 슬픔에 빠졌을 때 깊은 글이 나오리라. 물론 그렇지 않을 때도 생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노라면 좋은 글이 우러나오기도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