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다양함

by 독나리

내가 나가는 약국 아주 복잡한 곳이다.

먼지가 엄청나다. 버스정류장이 몇 미터 앞에 있다. 그 바로 옆에는 로또복권 파는 집이 있다. 토요일마다 사람들을 유혹한다. 여기 약국 사람들도 자주 로또를 산다. 그들의 소소한 당첨 이야기에 복권이라고는 사 본 적도 없는 나도 사 볼까 하는 유혹에 끌린다. 역시 환경은 중요하다. 내가 여기 나오지 않았으면 생각이나 했겠느냐 말이다.

노래방 간판이 있고 사우나 간판도 있다. 간판만 보았다. 위치는 알지 못한다. 빵집도 있다. 없는 게 없다. '주는 대로 먹는 집'이라는 웃지 않을 수없는 이름의 음식점도 있다. 언젠가는 꼭 저 집에 가봐야지... 주는 대로 먹지 않으면 어찌 되나 알아봐야지 후후.

이곳 약사들 교대로 점심을 먹어야 해서 혼자들 먹으러 나간다. 낯선 음식점에서 혼자 먹는 것에 익숙지 않은 나는 칼국숫집, 생선구이 집, 순댓국집 다녀오며 어느 음식점이 맛있는지 하는 이야기를 귀로만 듣고 나는 도시락을 까먹는다.


천태만상이란 말 딱 들어맞는다.

약국 앞에 사람 다니는 인도 시멘트 바닥에 야채를 이것저것 벌려놓고 앉아 도라지, 더덕, 파, 냉이 등을 다듬고 있는 할머니들이 보인다. 이곳은 할머니들이 직접 재배한 먹거리들을 팔지는 않는단다. 바로 곁에 큰 시장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야채를 팔고 있는 가게들이 많다. 그것을 가져다 소분하고 다듬어 판단다. 가끔 할아버지도 보이는데 어찌 된 일인지 파는 거보다 먹는 게 더 많아 보이는 노인이다. 수시로 술병을 입에 대고 무언가를 계속 먹어댄다. 약국 유리문 너머로 그 모습을 우리는 보고 있다. 우리는 볼 수 있는데 그들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다.


때때로 손님과 할머니가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만 원을 냈다느니 안 받았다느니 등

그들의 삶은 치열하다. 앉는 위치를 쟁취하는 것이 전쟁이다. 위치에 따라 그날의 수입이 결정되니 극악해질 수밖에 없다. 매일 내 자리니 네 자리니 하며 서로 싸우는 할머니들 소리가 끊일 줄 모른다. 입지는 중요하다.

또 거리 정화를 하겠다고 수시로 나오는 노란 조끼를 걸친 자체 정화 위원이나 공무원들과의 줄다리기도 계속된다. 그러든지 말든지 악다구니 치면서 버티는 할머니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단속반이 사라지면 다시 나타난다.


약국 앞을 지나다니는 빈 박스 수집하는 아줌마도 있다. 약국에는 수시로 많은 박스가 나오니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다닌다. 항상 주황색 점퍼를 입고 머리를 질끈 동여맨 모습이 전투적이다. 내가 이곳 약국 직원들에게서 들은 바에 의하면 그 아줌마는 말을 못 한단다. 그런 핸디캡과는 상관없이 그녀는 엄청나게 씩씩하다. 다른 사람이 박스를 가져가면 무섭게 달려들어 싸운다. 혼자의 독점이란다. 이곳 직원들 말에 의하면 몇 년 전 처음 나타날 때는 조금 어설픈 모습이었단다. 다른 사람이 박스를 가져가도 말도 못 하더니 어느 날 엔 가는 남자와 같이 다니면서 엄청나게 사나워져서 다른 누가 손대려 하면 무섭게 달려들어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단다


여기 직원들 모두 말은 툭툭 내뱉어도 여러모로

사람들이 순수하다. 그중 한 사람 항상 검은 바지에 검은 반소매 티셔츠를 입은 뚱뚱한 40대. 약을 창고에서 가져다 진열하고 재고 관리한다. 약에 관해서도 많이 알고 있다. 요리를 잘해서 집에서 혼자 해 먹을 정도로 혼자 사는데 통달한 사람이다.


이곳은 내 눈에 보이는 사람들로 만으로도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의 사람을 다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러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만큼 복잡한 곳이다. 삶의 현장이다.


202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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