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이제야 봄이 온 거다. 2월 지나서 3월이 되면 봄이라고 생각하게 되곤 했다. 그러나 올 3월은 많은 날이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지 못하게 붙잡아야 할 정도로 바람이 휘몰아쳤다. 또한 눈이 쏟아져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다 조금 후 비가 되어 버려서 세상을 질척거리게 해 놓곤 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지구에 존재하는 몇몇 나라들의 진흙탕 싸움 속에 자연까지 난장판으로 돌아가더니 오늘 나가보니 자연은 그나마 이제 봄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개나리가 온통 탄천을 노란 세상으로 만들고 있었는데 이제 벚꽃이 피기 시작해 노란 바탕에 흰색, 분홍색의 그림이 온통 눈부시다. 탄천변을 걷다 문득문득 보라색이 눈에 띄어 발길을 멈추고 보면 제비꽃이 옹기종기 모여 피어있다. 처음 날이 따뜻해지려 할 때 많이 눈에 띄던 봄까치꽃은 이제 어쩌다 모퉁이에서만 보인다. 여기저기 키가 아주 작고 가냘픈 줄기를 흔들고 있는 흰색의 냉이꽃과 노란 꽃다지가 서로 몰려 흔들리고 있다. 녹색의 원추리들은 연못 곁을 따라 그 이파리들을 펼치고 있다. 이제 여름이면 주홍색의 원추리꽃이 눈을 호사시킬 것이다. 비비추도 한몫한다.
이렇게 자연은 변해가고 있다. 이름을 모르는 풀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잔디 사이에 푸릇푸릇 올라와 있는 클로버잎들 몇 년 사이 한 번도 네 잎 클로버를 보여주지 않았다. 목련은 또 언제 그렇게 만개했는지 미색의 꽃잎이 흐트러져 바닥에 나 뒹굴고 있었다. 뒤로 목을 한참 꺾어 나무를 올려다본다. 이 목련은 떨어진 꽃잎도 크다. 이렇게 봄은 돌아와 녹색과 알록달록한 여러 색으로 가득 찬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것이 며칠 전의 일이다. 앞으로 이틀을 비가 내린다 하여 오늘 벚꽃 봐야겠기에 밖으로 나갔다. 못 본 사이 벚꽃이 활짝 피어 바람 부는 데로 꽃비가 앞을 막는다. 마치 눈이 내린 듯 오솔길이 하얗게 변해 버렸다. 천천히 걸어가노라니 하늘을 보아도 땅을 보아도 아스라한 안갯속을 걷는 느낌이다.
같이 한 옆 친구 말 '하늘하늘 모시 적삼을 입은 여인의 모습을 보는 느낌' 이라나 무슨 말인지 알겠다.
2024/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