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봄

by 독나리

오늘 저녁 어두컴컴해서 6시는 넘었으려나 하고, 시계를 보니 5시 30분도 되지 않았다. 요즈음은 5시만 지나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겨울이 아닌가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7시 가까이 되어도 환했었다.


아주 오래전 내가 운영하던 약국은 지하에 있었다. 더위 추위를 실제 몸으로 체감하지 못하는 지하라서 계절 감각에 둔한 생활이었다. 그런데 하루하루 체감할 수 있는 것이 문 닫는 저녁 7시 지하에서 나올 때다. 한여름에는 대낮 같고 겨울에는 한밤중같이 캄캄했었다. 나의 계절 감각은 퇴근 후 한층 위로 올라갔을 때의 밝음과 어둠이었다.


나의 지난 일상은 아름다웠다고 가끔 회상한다.

지하에서 올라왔을 때의 폐로 들어오는 시원한 공기와 밝음과 어두움으로 계절을 가름하며 생활하는 것 또한 좋았었다. 그 시간도 현재 같은 일상이었으며 활기찬 젊음도 있었다. 그때는 그런 일상의 소중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앞으로 미래에 현재를 떠올려보며 그때는 좋았다고 회상하게 될 수도 있으리라.


언제나 현재는 힘들고 그다지 즐겁지도 않다. 그저 똑같은 생활의 반복 그저 익숙한 습관으로 묵묵히 산다. 그러나 회상하면 왜 이리 모든 것이 아름답게 포장이 되는 것인지 그때의 어려움조차도 떠올려보면 미소 짓게 된다. 희미한 기억들, 깊이 파묻혀 있는 일을 추억으로 건져 올림으로 아름답게 그립게 생각되는 것인가 보다.


엽엽치못한 성격으로 약국 곁에 있는 양복점과 식당과도 친근히 지내지 못해 20여 년 동안 그 상점으로 들어가 본 것이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러니 친근하게 지낼 여지도 없었다. 내가 그곳에 주저앉아 있을 동안 양복점 주인, 식당 주인이 바뀌어 나갔다.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내가 그들의 얼굴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이 세상을 살면서 누군가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도 대단한 인연이지 않겠는가. 이렇게 가끔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그때 그 사람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 또한 아련한 즐거움이다. 물론 과거를 불러 내보는 것이 모두 즐거운 일인 것만은 아니다. 슬픈 일도 많았고 고통의 세월도 긴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그사이 짬짬이 감동적인 일, 인간애를 느낄 수 있는 시간 또한 있었다. 그러한 일이 뒤섞이면서 그 또한 좋은 추억으로 소환된다. 그러니 가끔 조용히 앉아 옛 생각에 빠져 하늘을 쳐다보는 것도 해볼 만한 짓이다.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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