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성

by 독나리

낙엽이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두껍게 쌓여있다. 다양한 색이다. 그중 노란색이 제일 많고 금방이라도 말라 부서질 거 같은 갈색, 붉다 못해 빨간색 낙엽이 군데군데 눈에 뜨인다. 여기는 은행나무가 많은 길이다.

오랜만의 산책길 거의 한 달 만이다. 그사이 계절의 변화는 진행되고 있었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더디게 움직인다. 자연에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다.

이곳 산책 길은 어느 곳의 물길은 조용하고 또 한편은 폭포 같은 소리를 지르며 흐른다. 큰소리 나는 물길은 경사져 있는 곳이다. 돌들과 물이 만나 허연 거품을 내며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런 폭포소리를 내며 흐르는 물길이 물길답다. 아니, 조용히 흐르는 것이 물길답나? 여하간 나는 큰소리 내며 흐르는 물길이 좋다.


이상하게도 요즈음은 글이 잘 쓰이지 않는다. 벤치에 앉아 물소리를 듣고 있다. 이때가 지나면 다시는 볼 수 없는 지금 이곳의 자연, 시원한 바람,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어떤 감정이 일어날 만도 한데 그냥 심드렁하다.

최근 사람들에게 많이 실망하고, 지극히 이중적인 그들을 포기하자 하는 생각까지 했었던 일로 인해서 생긴 것 같다.

얼마 전 만난 친구와 이야기하다 이런 말이 나왔었다 '정겨운 척 배려하던 것이 사실 빈 껍데기였다' 나도 동조했다. 요즈음 절실히 느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또한 생각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포기하면 남는 건 무엇인데 나 혼자만 남나? 너는 다르냐? 나는 다르냐? 그래서는 안되지 우왕좌왕 오르락내리락했더니 매사가 시큰둥해진 것이다.


심리학자의 말 '스트레스는 뇌의 편도체를 활성화 시 겨 분노 두려움등을 유발하고 면역체계를 흔든다'라고 한다. 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 아니다. 오늘 받는 스트레스는 며칠이면 잊어버린다. 억지로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저절로 그렇게 된다. 그저 매사를 슬렁슬렁 넘어간다. 그것은 주위에 무관심하다는 말도 된다. 그렇게 살아온 걸 가끔 후회하는 마음도 있다. 그런 주위에 대한 무관심으로 결과가 좋을 리 없지 않은가. 그러나 지금 와서 어쩐단 말인가. 살아온 결과는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말이다. 이런 영향이 있는 반면 장점으로는 면역력이 강해졌었나 보다. 나는 살아오는 동안 감기에 걸린 것이 손꼽을 정도다. 얼마 전 앓고 지나간 감기인지 독감인지 코로나인지 검사를 안 해봐서 모르겠으나 지독했다. 전 에는 읊어 댔었다. 나는 아파도 병원에 가서 정밀한 검사는 하지 않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병을 밝혀내 치료해서 생명연장하며 조금 더 살아서 무엇하나라고 부르짖었다. 그런데 이번에 아프면서 가슴이 꽉 막혀오는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것 같은 증세. 폐에 문제가 있나, 검사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두려움이 엄습했다. 얼마나 이중적인가?

이런 일뿐이겠는가 이중적인 일이---

다원적인 나의 성격 나에게는 내가 과연 몇이 있을까!


흐르는 물도 커다란 소리를 내며 흐르는 것이 좋고, 심각하게 깊이 이리저리 생각하는 것 싫고, 명확한 것이 좋고, 확실하게 맺고 끊임이 있는 사람이 좋고 등등.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내가 무슨 대단히 활발하고 외향적인 사람 같은데 전혀 아니다. 어디 나서서 이야기하는 것도 제대로 못하고 꿍꿍거리기 일쑤고, 싫은 소리를 들어도 우물우물 넘기는 한 없이 약하고 어리숙한 사람이다. 최고의 이중적인 사람이다.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내 곁에서 걸러낸단 말인가?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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