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여행

by 독나리

운악채 한옥마을. 가평에 있다. 20채의 한옥마을이 경사진 길을 따라 잘 어우러져 있다. 한 채가 2층으로 되어있다. 마당은 바비큐와 불멍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들어가는 문부터가 다른 숙소와는 다른 느낌이다.


동창 5인구성이다. 비가 온다는 예보였으나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적당한 크기의 배낭이 없어 조그만 배낭에 1박에 필요한 거 빡빡하게 쑤셔 넣고 나머지는 어깨에 메는 헝겊가방에 넣고 출발. 친구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새로운 만남은 새로운 추측으로 여러 생각을 하게 되나 연륜의 덕으로 이제는 어떤 모임이든 편안하다.

비 오는 날의 여행은 다른 날과 조금은 다르다. 무엇인가 기대했던 것이 무너지는 반면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신비에 싸인듯한 자연의 모습이다.

오늘도 저 멀리 보이는 산 위에 어른거리는 흐릿한 운무가 눈을 호사시킨다.


이렇게 적당한 비는 여행을 막기도 하지만 또 다른 즐거움을 선물로 준다. 그래서 그런 날은 더욱 주저하지 말고 떠나야 한다.


짐을 떨구고 출렁다리를 향해 경사가 큰 언덕길을 올라간다. 나이가 들어가는 걸 실감할 수 있는 때가 이것저것이 있지만 이때도 실감한다. '힘들어' 소리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입 밖으로 나온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이 길을 우리끼리 폭포소리를 즐기며 오른다. 저 멀리 출렁다리가 하늘에 걸쳐있는 듯하다. 그 다리를 정복한 후 그곳에서 보는 산세를, 또 그산에 걸쳐있는 안개를 굳이 표현해서 무엇하랴!

우리는 하루 머무를 곳으로 내려왔다.

여행에는 먹거리 가 중요하다. 친구들마다 어쩌면 그렇게도 잘 맞게 먹거리를 준비해 왔는지 맥주는 어찌 그렇게 온도가 잘 맞는지 또한 Wine맛은 잘 모르지만 여하간 내 입맛에 맞는다. 오랜만에 알코올이다. 약간의 알코올은 몸을 노곤하게 해 주며 마음의 경계를 풀어주는 매력이 있다.


이때부터 우리는 수다를 떨며 놀이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것이 어떤 수다이던지 우리는 맺힌 마음이 없으니 즐겁다. 이렇게 공통된 이야깃거리가 있는 것도 동창들의 장점이다. 돌아오는 길에 점심으로 짜장면과 멘보샤를 잔뜩 먹었다.

조금 후에 눈에 띄는 강변의 쉴 곳을 찾아들었다. 여행 중 차 한 잔 마시는 것은 즐거움 중에도 큰 즐거움이다.

앉고 보니 비로 인해 강반대편의 건물들이 신비롭게만 보인다.


흐르는 강물을 말없이 바라본다.

강변에서 강의 흐르는 물결을 느껴본 사람은 안다. 모든 것은 이렇게 이렇게 계속 어디론가로 흘러간다는 것을. 붙잡을 수가 없다는 것을.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 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자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 간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중에서


비 내리는 1박 2일의 여행이었다.

내일은 새로운 날이다.


2023/12/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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