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선물

by 독나리

정초에 모이는 식구들을 위해 장 보러 나온다. 웬만한 재료는 여기 가까이 있는 자그마한 이마트에서 산다. 나로서는 충분한 크기의 마트다. 그러나 고기종류와 과일은 다양하지 못해 큰 마트에 가서 며칠 전 사다 놓았다. 요즈음 아이들은 나물등 야채는 즐기지 않는다. 그래서 야채종류는 여기서 구입해도 충분하다.


장 보러 가서 물가를 가늠하려면 대파의 가격을 보면 실감하게 된다. 한 단에 6000원에 육박한다. 2000여 원 하던 것이 까마득한 옛 시절 같기만 하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 파 없이 해? 그거는 안되지. 파를 카트에 담았다. 그리고는 양파를 사야겠기에 그 앞에 섰다. 웬일? 양파 7,8개 넣은 망 하나가 4000여 원이었는데 1+1이라고 쓰여있다. 그럴 리가 이리저 훑어보았으나 그 가격이 맞다. 이렇게 1+1이라는 유혹에 나는 항상 엎어지고 마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오래 두어도 상 할 위험이 없는 것은 괜찮다. 주부라면 누군들 안 그러겠냐만.


양파는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많이 쓰이는 채소이지만 요리를 많이 하지 않는 나로서는 필요해서 사다 놓고 한 두 개 쓰고는 오래 가지고 있다 썩어버리기 일쑤였다. 얼마 전에는 버리게 될 거 같아서 요리 후 남은 양파 썰어서 간장 넣고 장아찌를 해놓았다. 이런 양파가 지금 1+1이다. 그러니 어쩐다 사긴 사야겠는데 하며 카트를 앞으로 밀고 가며 지나치다가 어쩌겠어 사야지하며 다시 돌아와 들여다보며 고르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부른다. '저기요' 돌아보니 30대가량 되어 보이는 키도 크고 예쁘고 늘씬한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가 나를 부른다. '네' 대답하니 '저도 양파를 사야겠는데요 이렇게 두 망을 가져가면 많거든요. 제가 계산하고 한 망은드릴 테니 시장 다 보시고 나오세요.' 우잉? 이런 일이 '아유 미안해서 어쩌죠' 하니 '아네요 어차피 다 가져가도 못 먹고 버리는데요' 내가 장보기까지 그 아가씨를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될 듯하여 장 보며 때때로 계산대를 주시하였더니 그 아가씨 계산 다 하고 나를 기다린다. 그것을 받아 들며 '아유 감사해요' 그러니 계산대직원에게 '이건 계산 완료한 거 이분께 드리는 거예요' 하고 말해주기까지 한다. 몇 번이고 고맙다 하니 '괜찮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까지 한다.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렇게 푸근할 수가~

세상은 이렇게 따뜻하다! 이렇게 마음이 트인 젊은이가 있구나. 가까이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 줄 수 있으면 모를까 나같이 콕 맥힌사람은 우물쭈물하며, 어쩌지 하다가 다 끌고 들어가 처리하기 힘들어했을 텐데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줄 생각을 하다니...


장 볼 것이 더 남아있어 마트 돌다 문득 생각이 났다. 과자라도 한 봉지 사서 안겨줄 걸 어쩌면 이리 생각이 없었을까 난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 후회하곤 하는 때가 곧잘 있곤 한다. 과자를 살 여유시간은 충분했었는데... 허긴 줄 서서 계산해야 하는데 과자하나 주려 기다리게 하는 것도 무리이긴 하다.

이럴 때 현금이라도 있었으면 나눌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있었다.


이렇게 알지 못하는 아가씨의 선물과 밝은 새해 인사말과 미소가 나에게는 무엇보다 정초에 받은 큰 선물이었다.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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