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오늘 할 일을 생각한다.
친구가 준 키르탄서스 알뿌리 세 개를 며칠 전 심었다. 이름이 어렵다. 요즈음은 무엇이건 돌아서면 잊어버리곤 하는 데 그 꽃이름은 말할 때마다 새삼스러워 다시 찾아보곤 한다. 결코 외워지지 않는 이름이다.
그 알뿌리를 받은 다른 친구들은 각 뿌리에 하나씩 줄기가 나왔다는데 내 것은 둘은 아무 소식도 없고 하나만 금방 쓰러질 듯 가늘게 20 쎈치 넘게 올라왔다. 녹색 한 줄기다. 마치 나머지 둘의 뿌리에서 아무것도 안 나오니 대신 자기라도 더 높이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에 위로 솟구쳐 자라는 거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가늘고 길게 올라왔다.금방옆으로 쓸어질 것 만 같다.
여하튼 좁은 화분에 세 뿌리를 심어서 두 뿌리가 살아나지 못 하나 싶어 아침부터 줄기가 한참 올라간 것은 화분 하나에 따로 심고 나머지 두 뿌리를 새 화분에 옮겨 심으려 계획했다. 게을러서 이것도 이렇게 몇 번 작정을 한 후에나 실현이 된다. 분갈이하는 것도 시기가 있는 거 아닐까 조금 걱정을 하면서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전에 사놓은 흙과 잔잔한 돌들을 꺼내서 적당히 섞어 분갈이를 하고 물을 듬뿍 주었다. 코끝에 흙냄새가 훅 올라온다. 싱그러운 자연의 냄새다.
하루만 물 빠지게 화장실에 두었다 창가로 옮겨 놓아야지 생각한다. 흐뭇하다. 잘 자라겠지.
점심을 적당히 먹고 탄천산책 후 꽃이 피어있는 화분 하나 사러 갈까 그리고 식빵도 사야 하고 다이소도 들려야 한다. 집에 들어오기 전에 슈퍼에 들려 하드 라도살까 가끔 목이 탈 때 하드는 유용하다. 그렇지 동천에 가서 간이 정류장도 한 번 가보아야만 할 일도 있다. 이렇게 계획을 하며 밖으로 나왔다. 나오니 우선 화려한 하얀 벚꽃이 반긴다. 바람 불어 꽃비가 흩어진다. 옷에도 꽃잎이 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오늘이 며칠이더라 아아~ 힘들게 시민대학에 강의를 등록해 놓고 달력에다 도 적어 놓았는데 오늘 10시인데 그걸 잊은 거다. 아니 이럴 수가 그걸 잊다니 그러니까 적어놓는 것은 아무 소용도 없다. 그걸 보아야 말이지.
아깝다. 5번 강의 중에 하루를 빠졌다. 다음 주일은 절대로 빠지지 말아야지.
할 일이 이것저것 있을 때는 적어 놓고 체크를 하며 순서대로 볼 일을 보아야 한다. 착착 다했다 생각하고는 집에 들어왔다. 이런 하나 빠졌다. 동천에 가 보는 거. 내가 그렇지 한 번해서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싼 맛에 산 바지는 손을 한 참 봐야 입을 수 있을 거 같다. 아니면 몇 만 원 주고 수선을 맡겨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라는 말이 이것에 해당하는 말이다.
나의 이성향을 고쳐야 하는데 고쳐지지가 않는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을 실제 여러 번 당하고도 싼 물건이 나오면 이렇게 싼데 왜 굳이 비싼 걸 사나 한다. 물론 성공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실패를 맛보는데 그때뿐 또 싸다 하면 그것을 사고야 만다. 에구 저렴한 인생이여! 지저분한 것을 잔뜩 쌓아놓고 사는 인생이여! 누가 말릴 것인가 하루 잡아서 이 쓰레기들을 버려야지.
아니 내가 부유한 집안 인간이었으면 이런 습관이 들었겠냔 말이다. 내 탓이 아니라는데 내 생각을 걸어본다. 별 걸 다 걸어 보는구나 쿡쿡거리며 바지를 집에서 수선하는 방법에 두뇌를 돌린다. 여러 가지로 손해가 많다. 우선 이바지에 맞는 색실을 샀다. 하나만을 팔지 않아서 여러 색 들어 있는 걸 샀다. 그리고 나쁜 머리를 돌려 자로 재고 맞추어 보고 시침질을 하고 입어보고 확신을 가지고 박음질을 한다. 지금도 배우는지 모르겠으나 우리 중고등학교시절에는 가정시간에 이런 손바느질을 다 배웠다. 이럴 때 그러한 교육의 힘이 발휘된다. 그리고 입어본다. 어색하다. 불편하다. 무엇인가가 틀렸다. 에구머니나 양쪽에서 줄여야 하는데 한쪽에서만 줄였다 이걸 다시 다 뜯어서 다시 꿰매야 한다. 나 포기하련다. 그럼 구입비는 버리는 거다. 그러게 조금 비싸더라도 확신이 가는 걸 사는 것인데 오늘도 난 실패했다. 돈을 허공에 버렸다. 실패 투성이인 하루를 보냈다. 내일은 그러지 않으라는 보장도 없다.
''이일상성 반복성 거울성에 나타난 것은 얼마나 형언키 어려운 매력인가!''- 우리들 중
2024/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