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태평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나쓰메 소세끼 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중에서)
무사태평으로 보이는 사람에게서 슬픔이 마음속 깊이 가라앉아 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가끔 있다. 그는 그것을 감추려고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어 다른 사람이 그것을 쉽게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인 것 같다. 그가 홀로 조용히 앉아있는 뒷모습을 묵묵히 지켜본 적이 있다. 그때 그를 새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었다. 그의 뒷모습은 한없이 쓸쓸해 보였기 때문이다. 어떤 슬픔이 감추어져 있는 것일까? 무엇이 그를 쓸쓸하게 하고 있는 것일지. 깊은 명상에 잠긴 듯한 그 모습을 보노라면 신비롭기까지 했다.
무사태평으로 보여야만 하는 사람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신의 참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발생하는 상황을 감당하기 싫어서일 수가 있으리라. 그는 슬픔의 사연을 모두 내보임으로 본인이 편안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불편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대하는 상대의 변한 모습을 보는 것이 편안치 않고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상대도 부담스러운 것이다.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본다’니 상대에게 그렇게 해 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해서 그의 ‘슬픈 소리’를 들은 사람은 그와 함께 비밀을 공유하게 되어 서로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게 된다. 그뿐 보통 그 슬픔은 해결할 수 없는 슬픔이다. 그런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어서 그렇게 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 아닐까? 이런 이유로 계속 무사태평으로 본인을 가장하며 그는 살아가는 것 같다.
2025/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