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간다

by 독나리

기사는 산속을 달리고 있었다. 꼼짝없이 우리는 그의 속도에 딸려 가고 있었고 기사 손의 방향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왜 이 차에 같이 타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모두가 기대하는 마음이 가득 찬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들의 흥분된 표정과 반짝이는 눈들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계속되는 획일화된 삶 속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마음들로 가득 차 있는 그들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삼나무숲 속 어디에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것 같았다. 그 삼나무는 위로 향해 높이 솟아있어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그곳을 뚫고 나가야만 했다. 기사는 자신 있게 말했었다. 이 숲 속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확신에 차서 말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헤매고 있다. 그저 오르락내리락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내비게이션도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조금씩 나는 동요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그의 말에 쉽게 빠져드는 것이 아니었다고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무슨 소용인가. 이 숲 속에서 의지할 것은 이 자동차와 기사 외에는 없다. 그들 넷은 서로가 서로를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고 의지할 만한 사이가 아니다. 그저 이 차에 우연히 같이 타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한마디도 안 하고 앉아 있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삼나무숲에는 그래도 새소리가 가끔 들리고 간간히 조그만 야생화도 눈에 뜨인다. 삼나무 밑동에서 조금 올라온 곳까지 바닥부터 올라온 녹색 이끼들이 진한 연두색으로 꽉 차 있다. 어디까지 이끼가 기어 올라올지 모른다. 삶은 여기서도 치열한 경쟁이다. 그런데 그 숲에 길이 나 있다는 것만도 경이롭다.

끝날 것 같지 않아도 끝은 있기 마련이다. 희미하게 밝은 빛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빠져나갈 희망은 조금씩 보인다. 모두 서로 바라보며 조금씩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러나 모를 일이다. 그것이 희망의 빛인지 아닌지는.


나는 문득 생각한다. 그래 지금 나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고 있다. 내 힘이 아니다. 같이 타고 있는 모두와 함께 기사를 따라서 이곳에서 저곳으로. 여하간 건너가 본다는 것은 좋은 일 아니겠는가!


반야심경에 나오는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 승아제 모지 사바하'라는 구절을 해석해 놓은 책을 본 적이 있다. 그 철학 교수가 색다른 해석을 해놓고 있다. '가자, 가자 저 세계로 우리 모두 가자, 오 깨달음이여' 이 뜻은 새로운 곳을 향해 건너가자. 그래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자. 어느 곳에 정체해 있지 말고 낯선 곳 새로움을 향해 넘어가 보자는 뜻이라 해석해 놓으셨다.


이 뜻을 되뇌어 보며 차 안에서 희미한 불빛에 희망을 품으며 앉아 있다. 나 스스로의 힘이 아니어도 좋다. 건너가 본다 는 거.


2024/08/10

작가의 이전글마음 깊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