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월요일 참석 못했던 강의, 오늘은 절대로 빠지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아침에 알람도 켜놓고 법석을 떤다. 알람 소리가 나기도 전에 눈이 떠져서 차례대로 일을 해나간다. 샤워 후 빵 한 조각, 계란하나,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시간이 많이 남은 김에 여유를 부린다. 요렇게 여유 부리다가 늦는다. 이렇게 어슬렁거리다가 시간 가는 걸 눈치채고 깜짝 놀라 서두른다. 서두르면 꼭 놓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역시 나오고 보니 마스크를 준비 안 했다. 코로나는 끝났으나 아직도 마스크를 하면 무언가 안심이 된다. 지하철 내에서는 마스크를 쓰게 된다.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어쩌겠나. 오늘은 마스크는 못 한다.
처음 가는 길. 더구나 오늘은 비까지 내린다. 지하철 내는 혼잡했다. 탈 때 보니 문과문 사이 가운데는 비어있고 문 앞에 사람들이 꽉 차있었다. 허긴 출근시간이다. 가운데로 가야 할 것 같아 조금 움직이려 했다. 다른 사람은 조금씩 비켜주는데 키가 큰 갈색 점퍼 차림의 청년 똑바로 선채 조금도 비켜주지를 않는다. 내 몸을 최대한 오그려서 가운데로 헤치고 들어갔다. 야 대단한 청년이다.
사람들이 조금 빠지기 시작하니 그 청년이 내 앞에 서 있게 되었다. 앞서 있었던 일로 인해 무언가 싸아하는 느낌이 들어 조금이라도 내 옷깃이 스칠까 봐 조심한다. 가끔 뒤는 왜 돌아보는지 원. 완전 내가 쫄았다. 그 청년 키가 커서 내 눈길이 머무는 곳이 그의 어깨 한참 밑이다. 등위로 시선을 올려보니 갈색 점퍼 깃에 메이커 이름이 붙여있다. 뭐 'barbour(바보)'라고? 웃지 않을 수가. 그래 어울린다. 괜히 통쾌하다.
요즈음은 궁금한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핸드폰으로 찾아보면 해결된다. 내 발음이 틀리리라고 예상은 했지만 혼자 그렇게 발음하고는 속으로 킥킥거린다. barbour 메이커 에구 깜짝 놀랐다. 쟈켓이 6,7십만 원이 아닌가! 그 이상의 가격도 많다. 그 메이커가 대단한 거였구나.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다. 그렇지만 안타까울 것은 없다. 나도 한심하다. 그 상표는 왜 찾아본 거야 아니 바보라니까 찾아본 거지.
목표인 지하철역에 내렸다. 여기서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속에서 아니나 다를까 허둥댄다. 맞다 고 생각한 그 버스 정류장에서 한 10분가량 버스를 기다렸다. 이상하다. 전광판에 뜬 버스번호가 내가 가려는 방향의 번호 와는 대부분 틀린다. 일부 같은 번호도 있지만 한참 기다려야 한다. 아니? 그럼 저쪽인가? 바보는 그 청년이 아니고 내가 아닌감? 빨리 눈치채고 다른 방향의 정류장으로 간다.
부지런히 방향을 바꾸어 가서 보니 내가 가야 하는 방향의 버스가 마침 온다. 와 이제 안심이다. 다음은 내려서 걸어가야 한다. 정신 차리고 지도대로 따라간다. 제대로 맞는다. 그런데 들어가는 문에서 또 헷갈린다. 그 건물 경비아저씨에게 묻고는 드디어 찾아냈다.
이렇게 낯선 길을 찾아갈 때는 조금 두려움이 앞서긴 하지만, 그래도 길은 잘 찾아다닌다.
2024/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