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타임뮤지엄방문)

by 독나리

지금의 얼굴 모습을 찍으면 30년 후의 모습을 보여준단다. 우리는 둘이 마주 보며 해볼까 말까 하다 하자 결정했다. 그렇지 어차피 시간에 관해 관심 있어 온 것이니 사진을 찍어보는 것도 의미 있다고 의견을 모아 기계에 얼굴을 맞추었다. 잠시 후에 30년 후의 모습이 나타났다. 하하하, 그 모습이라니 온통 얼굴이 주름으로 가득. 어쩌겠는가 세월은, 시간은 붙들 수 없는 것이니. 그때 찍은 사진을 다시 보며 타임뮤지엄을 갔던 날을 생각해 본다.


여기는 타임뮤지엄

타임뮤지엄은 화랑 철도공원 안에 있다. 철도공원 안에는 오래된 철길이 놓여있고 기차도 그 철길 위에 여기저기 놓여있다. 지금이라도 떠날 것만 같다. 날은 화창해서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만으로도 충분한데, 거기에 봄에 피는 가지각색의 꽃들이 화려하다. 철로 침목 사이에 심어놓은 진분홍 꽃잔디, 그리고 그 곁에 분홍 하양, 노랑, 보라 빨강 등 여러 가지 색과 다양한 크기의 꽃들이 어우러지게 피어있다. 목을 꺾어 얼굴을 하늘로 향해야 할 정도의 높이에도 꽃이 피어있었다. 대단한 노력에 감탄한다. 앞서서 철길 위를 걷고 있는 친구의 뒷모습을 사진에 담아 보기도 한다. 주위에 사람이 없으니 모든 게 여유로워 보인다.


한 달여 전부터 계획해서 친구와 둘이 지하철을 몇 번 갈아타고 왔다. 다른 친구들이 다녀온 뒤 인간과 시간과의 관계를 철학적으로 표현해 놓은 시계가 있었다고 동영상을 보여주어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시간의 개념, 시계의 발전사, 여러 가지 아름다운 시계의 모양 등 볼거리가 많다고 했다.

타임뮤지엄은 기차 안이 전시 공간이다. 기차는 어딘가로 떠나는 것의 상징이지 않은가. 그것만으로도 시간의 개념이 꽉 들어차 있는 곳이다. 기차를 타 본 지가 오래되어 계단 두 개를 오르는 그 발길로도 마음이 설렌다.


시계의 발전사로 전시가 시작된다.

해시계, 모래시계, 물시계, 알지 못했던 연소 시계(초나 오일 사용)가 있다. 14세기에 드디어 자연력을 이용하던 것을 벗어난 분동 시계가 나타난다. 그 후 수정시계가 생긴다. 지금 사용하는 시계가 대부분 수정시계란다. 새로운 지식을 얻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이제 도자기 또는 대리석, 청동으로 그리스 신들을 조각해 놓아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는 시계들의 전시가 계속된다. 도자기 조각 작품들을 좋아하고, 또 일부 수집해 놓기도 한 나로서는 그 조각의 우아한 모습에 푹 빠져 하나라도 놓치기 싫어 계속 사진을 찍어 대었다. 옛 유럽 귀족들의 호화로움과 사치스러움을 시계 모양으로도 알 수 있었다. 화려함의 극치다.


우리가 보자고 했던 시계. 청동으로 된 사람 모양을 넣어놓은 시계 앞에 왔다. 시계 안의 여러 곳 구석에서 7명의 사람이 두 손으로 허리를 구부려 끊임없이 시계 톱니바퀴를 돌리고 있다. 시계가 멈추지 않는 한, 시간이 흐름을 멈추지 않는 한 사람들은 쉬지 못하고 계속 두 손으로 톱니바퀴를 돌린다.

그곳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시계의 톱니바퀴에 얽매여 살아가는 삶을 표현한 부정적 측면, 시간을 역동적 생산적으로 만들어간다는 긍정적 측면 등 양면을 표현하고 있는 철학적 시계'

나는 부정적 측면에 한 표다. 쉴 새 없이 시간에 매어 허리 굽혀 움직여야만 하는 삶을 나타낸 시계를 보는 데 긍정적인 생각이 들 수는 없다. 이 시계는 고든 브라듯(미국)이라는 조형물 작가가 만든 것으로 1990년 세계 시계 명장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시계라 한다.


이렇게 시계의 발전을 다 둘러보았다. 그리고 앞에 이야기한 30년 뒤의 우리 모습을 본 것이다.

바로 앞에 멋있어 보이는 옥상까지 있는 카페가 있었으나 우리는 커피도 차도 과일도 가지고 왔으니, 벤치에 앉아 꽃을 보며 차를 마시며 과일을 먹으며 하늘을 쳐다보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오늘이라는 시간도 흘러갔다.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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