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문(서대문)
새로운 나라가 세워졌다. 나라 세워진 지 5년 만에 돈의문이 지어졌다. 한양도성 안으로 들어가려면 사대문즉 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숙정문으로 해서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 집에서는 돈의문이 가까워 이곳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한양도성 안으로 머슴을 데리고 들어가야 할 일이 있다. 간단한 볼 일이면 홀로 가도 좋겠으나 들어가서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라 하인을 대동하고 간다. 이놈을 잘못 택했나 별로 많지도 않은 짐에 허리가 휘청거리는 듯 등을 완전히 구부리고 어기적 거리며 따라온다.
소리쳐 불러보기도 하며 재촉해 보았자 속수무책이다. 에구 어디 가서 담배라도 한대 피울까 하고는 곰방대를 허리춤에서 빼내어 든다.
그 순간 저쪽에서 두 남녀가 애절하게 두 손을 마주 잡고 서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아마도 큰 기와집안에 들어가려는 선비인 것 같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저리 두 손을 마주 잡고 있을까. 집에 있는 처자식을 생각하니 담배 한 대가 더 피고 싶어진다.
저 위쪽 골목에는 나뭇단을 잔뜩 지고 어디론가 가는 사람도 있고 또 양손에 짐을 잔뜩 가지고 가는 양반의 모습도 보인다. 그 앞에 보이는 초가집으로 들어 가려하는 것 같다. 그 양반은 머슴이 없나 너무 짐이 많아 보인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막연히 친구집을 찾아가려는 것이다. 양반이고 뭐고 무엇이든 해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 이제부터 저 어리바리한 머슴을 데리고 그 친구집을 찾아가야 한다. 앞이 아득하다. 그러나 길은 있겠지 새 왕조이지 않는가
2024/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