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일기마저 쓰기 싫어했다. 감정이 넘쳐흐를 때조차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렀다. 말로도, 글로도. 또한 책도 많이 읽은 편이 아니다. 내겐 글을 쓸 수 있는 모든 조건이 하나같이 다 갖추어져 있지 못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가 내 가슴속에는 표현하고자 하는 말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 그득함을 나타내고 싶어 져 조금씩 쓰기 시작했다. 글은 쓰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글은 쓰고 나면 혼자만 읽고 마는 것으로 그쳐지기는 쉽지 않다. 언젠가는 누군가는 읽게 된다. 그러한 두려움에 나는 오랫동안 펜을 들기 어려웠다.
가까이 지내는 친구가 있다. 항상 책을 가까이하고 끊임없이 쓰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런데 결코 공개하기 싫어해서 그녀는 그 글들을 꽁꽁 숨겨 쌓아놓고 있다 한다. 자신의 마음을 글로 표현해서 스스로 만족하면 그뿐이라 한다. 그러나 원인이 그런 이유만일까? 솔직한 자기 자신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것은 아닐는지.
글을 쓰다 보면 자기의 밑바닥이 모두 내비쳐지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삶을, 자기 자신을 공개하는 것이 아닌 글이라 해도 글에서 그것은 쉽게 포착된다. 그것이 차마 말할 수 없는 사연이든 사소한 일이든 말이다.
자기 자신의 깊숙한 곳에 있는 것을 가감 없이 끄집어내어 써야 진정한 글이 된다는 말을 듣곤 하지만, 언젠가 그 글이 드러나게 될 때, 그때 누군가는 나의 솔직한 얘기로 상처 입을까 두렵다. 그럴 때는 은유가 아주 유용한 거 같다. 그런데 나같이 글 쓰는 것이 서투른 사람은 그것도 쉽지가 않다.
''자기만의 개별성을 지우려는 노력을 부단히 하지 않는다면 읽을만한 글을 절대 쓸 수 없다.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 어느 책에서 읽은 구절이다. 결국,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느 때인가는 나의 깊숙한 속마음이 잘 표현된 글을 쓰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 진솔한 나를 표현한 내 글이 다른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기를 바라며 또한 편 글로 나를 알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