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수교 140주년 기념전으로 프랑스 오랑주리와 오르세 미술관에서 가져온 작품이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되고 있다. 세잔과 르누아르 작품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1885년경에 프랑스와 수교를 시작했는가 보다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시간에 맞추어 집을 나선다 나는 목적지를 찾아갈 때 지도 앱을 찾아가곤 한다. 이번에도 앱을 열고 가라는 대로 따라간다. 남부터미널에서 4-2으로 나가서 걸으란다 아무 의심 없이 따라가는데 지하길이 무섭고 써늘하다. 사람들의 왕래도 거의 없고 이리저리 길이 휘돌아간다 계단도 오르락내리락 잘 살펴보니 공사 중인듯하다. 그런데 인부들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는다. 깨진 벽들이 보이고 빛들도 희미한 전등 빛뿐 이상하다 하며 걷다가 문득 사람 그림자를 만나면 헉하고 놀란다. 아니 이런 길이? 여러 번 예술의 전당을 가보곤 했어도 이런 길은 처음이다. 겨우겨우 헤쳐 나오니 남부터미널에서 예술의 전당까지의 거리보다 더 먼 거리다 아니 이건 또 뭐람. 그러나 걸을 수밖에 그 무서운 지하에서 빠져나온 것만도 다행이다. 앱도 그대로 믿을 건 못된다.
하도 몸과 마음이 휘둘려서 갑자기 피곤이 확 몰려온다 그래도 어쩌겠나 거의 20여 분 이상을 걸어 예술의 전당을 오른다. 어찌어찌 분수가 있고 감나무가 있는 곳에서 친구들을 만난다. 넓은 예술의 전당광장 가운데에는 여러 그루의 듬직한 감나무에 주홍 감들이 농익을 모습들로 떨어지지도 않고 수북이 달려있다 가을이 화악 다가온다. 그곳 모습도 몇 년 전의 모습과는 달라졌다. 무엇인들 변하지 않겠는가
음악당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공연이 있었나 보다. 이렇게 이곳에 오면 예술감각을 느껴 보려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나도 그들과 함께한다는 느낌에 흐뭇해진다.
분수에서는 음악에 맞추어 힘차게 또는 부드럽게 물결들이 춤춘다. 이곳 분수는 아름답게 춤춘다. 어떻게 저렇게 마치 발레리나들이 춤추듯 자그마하면서 예쁘게 물을 뿜어 낼 수 있을까 멍하니 바라본다. 사람들도 이곳저곳 뭉쳐서 만끽하고 들 서있다. 여러 곳의 분수가 떠오른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크고 웅장함이 우선 생각난다. 그 압도하는 듯한 모습은 마치 폭포 앞에 서 있는 듯했다. 또 내가 살고 있는 주변에 있는 공원의 분수. 높이 높이 오르며 뿜어져 나오는 분수.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무지개를 자주 볼 수 있다. 색이 은은하고 부드럽다. 이곳 분수는 발레리나들의 자그만 움직임을 느끼게 하는 분수다. 푸른 하늘과 녹색의 나무들을 배경으로 춤춘다. 청명한 맑음이 있는 오늘 날씨가 분수를 더 예쁘게 만든다.
이제 세잔과 르누아르의 작품을 향해 들어간다. 도슨트의 해설이 있었으나 우리는 그들을 피해 오디오 가이드를 귀에 끼고 보기 시작했다. 그들을 피해 감상하려다 보니 띄엄띄엄 보게 된다. 그래서 전시회장을 몇 번씩 반복해서 돌아다녀야 했다. 그림 앞에 서면 오디오가 자동으로 작동된다. 글 로도 나온다. 역시 좋은 세상이다. 세잔과 르누아르의 비교전시 새삼 두 분의 다름이 느껴진다. 두 분은 인상파화가이며 프랑스인이다. 세잔은 1839년생, 르누아르는 1841년생이다. 르누아르의 둥글둥글 부드러운 터치와 세잔의 각진 표현들의 다름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컸다. 세잔의 입체파에 끼친 영향을, 또한 르누아르가 알려진 대로 빛과 색채의 화가임을 발견하며 오늘의 감상을 마무리 지었다.
나는 정물화는 르누아르, 풍경화는 세잔느가 좋다. 인체그림은 르누아르가 많은데 나부상들은 호감이 안 간다. 르누아르의 다른 소녀 그림은 따뜻해서 좋다. 한번 가볼 만한 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