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졸업앨범

by 독나리

며칠 전 초등학교동창들 모임이었다.

20여 년 전 처음 참석했을 때는 몇몇 친구들 빼고는 알아볼 수 없었다. 이제는 오랜 세월 만나다 보니 옛 추억 속의 그들과 지금의 모습을 꿰어보며 즐기고 있다.


그 모임에서 졸업앨범을 크게 만들어 가져온 친구 덕분에 옛 생각에 빠졌었다. 서로 다른 중구난방의 기억들을 합쳐가며 한 줄기를 엮어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잘 살펴보노라니 나의 앨범 사진은 왜 이리 맹하고 어리바리한 지 무언가 하나가 빠진듯한 모습이다. 내가 생각해 보아도 그 당시의 나는 그랬던 것 같다. 한 친구말 지금과 다르게 이상해 보인다나 그렇겠지


이름은 왜 또 박으로 성을 바꾸어 써 놓았는지 지금으로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것이 아득한 수 십 년 전의 일이니 그때는 많은 수의 앨범을 정정할 수가 없었나 보다. 오랜 세월 전 일이다. 고치기 어렵다고 했었다는 이야기를 어렴풋이 들은 거 같기도 하다.


나의 국민학교 앨범은 사라져 버렸다 아이들 중학교 때 주택에서 이사하면서 아파트에 살게 된다는 꿈에 부풀어있을 때였다. 이삿날이 맞지 않아 한 달가량 짐은 아파트지하에 맡겨놓고 친척집에 가있었을 때다. 한여름이었다. 하필이면 그때 비가 온 세상을 삼킬 듯 쏟아졌다. 그리하여 기어이 이사 갈 아파트 일층까지 빗물에 잠겨버리고 말았다. 그러니 지하는 오죽하랴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아파트가 물에 잠긴다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거다. 모든 종이종류는 다 버릴 수밖에 없었고 그때 앨범도 사라졌다. 물론 일부짐은 방하나에 구겨 넣어서 그나마 멀쩡 했다. 당시 비참했던 상황은 기억에 떠올리기도 싫다. 한마디로 수재민이었다.


허긴 그전 에도 비로 인해 세 들었던 집 광과 지하에 쌓아놓은 연탄이 무너져 어린아이들 데리고 동동거리던 일도 있긴 하다. 그렇지 그때 방구들장도 무너져 내렸었다. 어째 물 하고 이렇게 모진인연이 많은지. 아이고 옛날이여다. 그렇게 그렇게 살아왔다


낄낄거리며 옆친구와 국민학교 때 앨범을 들여다보며 있는데 앞에 남자애가 하는 말 "얘가 너 엄청 좋아했다"하며 한 꼬맹이를 지적한다. 양 00이다 어제는 알았는데 오늘 이 글을 쓰노라니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앨범을 들여다본다. 알지도 못하는 처음 보는 아이다. 여기 나와 앉아 있는 남자친구들도 잘 모르겠는데 더구나 그 많은 초등학교친구 중 한 명을 지적하는데 어찌 알겠는가 한바탕 웃으며 "기분 좋다 얘 어디 있데 한 번 얼굴이라도 보자" 이 나이에 무엇이 거리낄 것이 있으랴 우스갯소리로 떠들며 말했다. 남자동창 하는 말 "얘 벌써 갔어" 한다 순간 "에고 아쉽다" 하고는 웃으며 돌아서 보쌈에 젓가락을 향한다. 이젠 누가 갔다 해도 크게 놀라지 않게 되었다. 세월이 그렇게 많이 흘렀다.


난 머리가 나쁜 건지 어렸을 때 기억이 거의 없다. 다른 친구들은 몇 반이었던 거 담임선생님까지 기억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나는 겨우 몇몇 학년 담임선생님만기억이 난다. 그러니 조금 친하게 지냈던 아이 몇 명 만 알지 나머지는 생각도 안 난다. 그때는 반친구수가 많았다. 그러니 그 양 00이 생각날 리가.


남에게 사랑받는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어렸을 때 일일 망정 나는 누가 나를 좋아했었다는 말을 처음 들어봤다. 살아오면서 내가 누구를 끔찍이 좋아했던 적도 없다. 이렇게 무덤덤하게 살아온 사람인데 오늘 처음 국민학교 때 한 친구가 나를 좋아했다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가. 쌈밥에 감자옹심이 맛있게 먹으며 여자동창과는 늦게까지 앉아 떠들다 왔다. 역시 수다 떨며 말을 내뱉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며 또 살아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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