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읽고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매시간 뭔가를 하려고 했다.
예능이나 드라마는 시간낭비 같아서 보지 않았고, 경제나 재테크, 자기계발 유튜브나 책을 주로 봤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매한 뒤로 백그라운드 음성 재생을 많이 활용했고, E-book으로 책을 보다가 눈이 아파지면 오디오북을 들었다.
출퇴근 시간, 퇴근한 뒤 여가시간에 그렇게 뭔가를 계속 보거나 들었다.
그러다 좀 쉬고 싶어지면(?) 인스타그램을 켜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게시글을 둘러보거나 짧은 일상을 올렸다. 온라인에는 재미있는 컨텐츠가 많았고, 잠시 삶의 고단함과 무료함을 잊을 수 있었다. 누군가 내 게시글에 댓글이나 좋아요를 누르면 기분이 좋기도 했다.
그렇게 아침에 눈 뜨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하고, 밤에 눈 감는 순간까지 휴대폰으로 뭔가를 들었다.
나는 내가 하루를 효율적으로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에 균열이 인 것은 작은 계기에서 였다.
내가 구독하는 '신사임당' 채널에 새 동영상이 올라왔다. 최근 인기있는 주제인 부동산에 대한 영상이었다. 영상을 보다가 문득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내가 구독하는 채널 다수에서 부동산 이야기를 듣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채널, 저 채널 가릴 것 없이 부동산을 다뤘다. 경제, 재테크, 자기계발 이 세가지 컨텐츠는 이제 부동산으로 대동단결한 것 같았다. 나는 새로 올라오는 그런 영상들을 볼 때는 새롭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다가 보고 난 뒤에는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다.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그래, 나는 바보가 된 것 같았다.
나는 왜 무언가를 열심히 소비했는데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까.
내 삶은 그렇게 열심히 소비했는데도 왜 변한 것이 없을까.
혹시 내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한 번 그렇게 느끼자, 다른 생각들도 비집고 들어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는 하루 종일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오락성 컨텐츠를 훑어보고, 회원들이 올린 글을 스크롤했다. 그런 커뮤니티가 한 둘이 아니었다. 인기글을 계속 훑어보며 돌아가는 시류를 따라잡는 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 글들은 읽으나 마나하다는 것을. 내가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였다. 비공개 계정으로 소수의 지인들이 봐주는 내 계정은 그 소수의 지인들이 눌러주는 좋아요와 남겨주는 댓글 때문에 운영되고 있었다. 그것들을 볼 때마다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것 같았고, 남들의 멋진 일상에 내 삶도 뒤지지 않는다는 위안을 얻었다. 거기에 인스타그램은 아무생각없이 컨텐츠를 즐기기 좋은 곳이었다. 피드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광고와 추천게시물들이 떠 있고, 뭔가를 검색하려고 하면 의무적으로 릴스나 인기 게시물 사진을 봐야했다.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이 나를 파악하고 있는 만큼, 그것들은 하나같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내가 가장 싫었던 것은, 내가 올린 게시글에 소수의 지인들이 좋아요, 댓글을 남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틈이 날 때마다 앱을 들어가는 내 모습이었다. 그것은 실제로 매우 초라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실상 따지고 보면 지인의 일상을 보고 나도 좋아요, 댓글을 남기지만 거기에 큰 감상이 없다. 그냥 올라왔구나 정도의 의미일 뿐이다. 그런데 나는 정작 지인들이 내 일상을 특별하게 바라봐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들도 내가 그랬듯이 올라왔구나 하고 누를 뿐이고, 바쁜 일상을 살다가 우연히 수많은 피드에서 내 게시글을 발견했을 뿐일 텐데.
나는 내가 휴대폰 중독이라고 진단했다.
하루 종일 휴대폰을 보고, 한 시도 몸에서 떼어 놓지 않는 것은 중독이 맞다.
그렇다면 어떻게 중독 상태에서 나올 수 있을까?
유튜브를 검색해서 관련 컨텐츠를 다룬 영상을 몇 개 보았다.
우선 한국 영상에서는 how to 를 찾기 쉽지 않았다.
영어로 검색하자 도움이 되는 영상들이 몇 개 떴다.
그 중 한 영상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추천했다.
1. 휴대폰의 색상 설정에 들어가서 색상을 흑백으로 바꿀 것
==> 인간의 뇌는 색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스마트폰 모바일 페이지나 앱 제작자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이용자에게 클릭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색상을 활용한다고 한다.
2. 앱의 알림을 꺼둘 것
==> 앱의 알림은 기본적으로 광고이거나 커뮤니케이션인데 광고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가 없으며, 생각보다 급한 연락은 별로 없고 급한 연락이 있다면 전화를 할 것이라는 것이다.
3. 불필요한 앱을 삭제할 것
==> 쇼핑, SNS 앱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매일, 매순간 들어가서 뭔가를 할 필요가 없는 그런 앱들을 삭제하면 그만큼 주의집중을 저해할 만한 것이 없어진다.
4. PC로 앱을 대체할 것
==> 필요한 서비스들은 컴퓨터로 접속해서 하라고 한다. 즉, 접속 빈도를 물리적으로 줄이는 시도이다.
영상을 보고 난 뒤, 나는 바로 휴대폰 색상을 흑백으로 변경했다.
확실히 변경하자마자 휴대폰을 사용하는 '재미'가 반감되었다. 아마 색상으로 인한 자극이 줄어서인 것 같다.
그리고 다음으로 유튜브 앱을 삭제했다.
저장한 동영상이 100개를 넘어가는... 나와 몇 년을 매일 함께했고 삭제하는 것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앱을 말이다. 삭제는 순식간이었는데 내가 앱을 삭제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다음은 온라인 커뮤니티였다. 어려운 점은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평소 앱이 아닌 모바일 페이지로 접속하고 있어서 완전한 삭제가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일단 자동 로그인을 해제하고 저장되어 있는 아이디와 비번을 삭제했다.
인스타그램 앱도 삭제했다. 그러나, 이 부분이 정말 어려웠다.
인스타그램을 삭제하고 몇 번을 다시 설치했는지 모른다. 새 글과 좋아요, 댓글을 확인하고 삭제하고, 다시 설치하고, 다시 삭제하고......
유튜브는 어느정도 적응했으나, 온라인 커뮤니티와 인스타그램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검색을 하게 되었고, '디지털 미니멀리즘' 이라는 책이 검색에 걸렸다.
이 책은 칼 뉴포트가 2019년에 낸 책이다. 아직 코로나가 유행하기 이전이다.
저자는 미국 어느 대학교 컴퓨터공학과 부교수이며, 과거 '딥 워크' 라는 책을 저술했고, TED에서 강연한 '소셜미디어를 끊어야 하는 이유'라는 영상으로 유명하다.
그런 이력보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이 휴대폰 중독 관련 검색했을 때, 나오는 거의 유일한 번역서라는 것이다.
즉, 이 분야에서 읽을만한 거의 유일한 책이다.
휴대폰 중독이 아직 사람들에게 사회 문제로 널리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저자는 먼저 우리가 함정에 걸렸다는 것부터 알려준다.
스티브 잡스도, 마크 저커버그, 스티브 천도 그 어떤 누구도 우리를 중독시키기 위해 뭔가를 만들지 않았다. 그들은 어떤 단순한 목적에서 서비스를 만들었고, 그것들은 어떤 우연한 과정을 거쳐 이용자의 '주의집중을 빨아들이는' 형태로 발전했다. 아이폰은 이용자들이 아이폰을 항상 가지고 다니며 모든 것을 하도록 발전했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제 이러한 모바일 시대 기업들이 뇌과학과 심리학을 이용하여 인간을 더 심층적으로 분석한 뒤 자사 서비스를 더 이용하도록 이용자의 무의식을 조종한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왜 좋아요 버튼을 개발하고, 인스타그램의 하트를 빨간색으로 바꾸고, 스토리와 릴스 기능을 추가할까. 그들은 그것들에 어떤 확신을 갖고 있을까.
그동안 나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꽤 편리하고, 세련된 서비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러한 관점에서 보자 내가 잘 짜여진 덫에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잘못한 것이 없다. 그저 내가 너무 그 서비스들에 중독이 되었고, 그 서비스들은 이용자들의 이용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다.
저자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휴대폰을 하느라 다들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휴대폰만 보고 있는 한, 우리는 우리의 주의 집중을 빼앗아가는 앱을 만든 사람들처럼 대단한 뭔가를 만들 수 없다. 그럴 시간도 없고, 그럴 만큼 집중하지도 못하니까.
이 부분이 크게 다가왔다. 나도 계획한 프로젝트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들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휴대폰 중독 탓은 아니다. 휴대폰 중독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인지하고 부딪히기를 피하기 위해 휴대폰을 들여다 보는 것일 뿐이다.
이 일들을 언제 할 수 있을까? 이대로라면 나이 60이 되어도 하지 못할 것이다.
남들에게 내가 어떤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 외엔 증명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삶이 되겠지.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까.
저자는 실험을 하기로 했다. 자원자가 십수명일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1,600명이 지원했다. 실험은 다양한 결과를 낳았다. 성공한 사람도 있고, 실패한 사람도 있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가설을 검증하기도 했고 새로운 가설을 수립하기도 했다.
저자는 먼저 휴대폰을 통한 어떤 기능, 서비스에서 빠져나올지를 정하고, 30일간 그것 없이 지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무래도 가장 주요한 대상은 SNS, 메신저, 스트리밍, 쇼핑, 온라인 커뮤니티다.
그리고 다음 3가지를 조언한다.
먼저 혼자 있는 시간을 사수할 것.
저자가 링컨의 사례를 든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쉴새없이 사람이 드나들고, 할 일과 결정할 사항으로 가득한 집무실을 떠나 조용한 곳에서 숙고하며 혼자 시간을 보낸 것이 링컨에게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유와 힘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책으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내게 그런 시간이 있었는지를 떠올려보게 되었다. 혼자 음악도 없이 조용히 생각에 빠진 적이 있는지. 자전거를 타거나 운전할 때 빼고는 없었던 것 같다. 산책을 할 때 조차도 유튜브나 오디오북, 가사가 있는 음악을 들으며 생각에 빠질 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와 느낀 것은 그랬기 때문에 내가 자전거를 타거나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외부의 소음에서 멀어져서 머리를 비울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다음은 오프라인 관계를 늘릴 것.
여기서 다시 인간의 뇌 이야기가 나오는데, 인간의 뇌는 어떤 것에 집중하지 않을 때 사회적인 관계에 집중한다고 한다. 즉,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관계를 생각하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SNS는 그런 측면에서 사회적인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단으로 보이지만, 오프라인 관계보다 질적인 측면에서 높지 않다고 한다. 이 부분은 코로나 시대에 다소 따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SNS 앱을 이용하는 시간을 계속 늘려가는 것이 내 목표가 아닌 것은 맞다.
마지막으로 휴대폰 사용을 대신할 활동을 찾을 것.
중독자가 중독을 멈추려고 하면 필연적으로 금단현상이 발생한다. 흡연 중독자는 그래서 금연 패치를 붙이거나 껌을 씹고, 알콜 중독자는 시설에 들어가거나 모임에 간다. 휴대폰 중독자는 어떻게 해야할까. 흡연 중독자나 알콜 중독자는 아마 휴대폰 중독자만큼 하루종일 계속, 쉴새없이, 밥 먹을 때 조차 중독 활동을 이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휴대폰 중독은 정말 금단 증상을 상대하기 어려운 중독이다.
눈 뜰 때부터 눈 감을 때까지 계속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더 이상 쥐고 있지 않을 때, 하루 종일 대체 뭘 해야 할까? 중요한 연락을 놓치면? 친구의 댓글이나 메시지에 답을 하지 않아서 사회생활에 마이너스가 되면? 재미있는 이벤트나 소식을 놓쳐 기회를 잃으면? 당장 밥 먹을 때 심심해서 죽을 것 같으면?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오면? 등등 엄청난 불안과 우려가 우리를 초조하게 만든다.
저자는 이에 대해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는 취미를 찾고, 사람들과 교류하고, 정 미칠 것 같으면 PC로 그런 서비스들을 이용하는 시간을 정해서 이용하는 등 대안을 추천한다. 저자가 언급한 크로스핏 사례는 재미있었다. 굳이 크로스핏이 아니더라도 각종 러닝모임, 자전거모임 등 소속감을 주면서 오프라인 활동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작은 조직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나는 아직 온라인 커뮤니티 접속과 싸우고 있다. 아직 자투리 시간들에 뭘 해야할지 찾지 못했다.
인스타그램은 어느정도 적응 되었다. 유튜브보다 몇 배는 더 바보같은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개인 계정에서 소수의 지인들에게 관심을 갈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한심해졌다.
남는 시간의 활용으로 나는 독서를 골랐다.
일주일간 하루 2시간 정도 독서를 하며 4권의 책을 읽었다. 새롭게 알게 된 것인데, 휴대폰 없이 집중하고 책을 읽으면 2시간이면 한 권을 읽을 수 있다.
독서 후에는 이렇게 독후감을 남기고 있다. 더이상 뭘 소비하고 난 뒤에 날려보내는 일은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휴대폰 중독과 관련된 책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중독의 심각성을 알고, 본인의 상태를 인지하고, 무가치하게 흘려보내던 시간들을 잘 모아서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자신의 삶을 경험으로 꽉 채웠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