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조용한 방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동안 떠오른 생각들
70일. 우리 아기가 세상의 빛을 본 지 어느덧 70번째 밤이다.
저녁 9시. 아기는 오늘도 이 시간, 암막 커튼을 친 어두컴컴하고 조용한 방 안, 내 품에 안겨 잠을 잔다.
내 왼쪽 팔뚝엔 목을 베고, 새우처럼 등이 굽어 엉덩이는 쭉 아래로 빼고, 다리는 내 오른쪽 팔뚝에 걸치고 잔다. 보고 있노라면 '세상에 이렇게 불편한 자세로 잠이 오나?' 싶지만, 지금까지 아기가 보여준 꾸준하고도 일관적인 반응을 토대로 미뤄보면 태어나기 몇 달 전에 고심 끝에 골라 직접 조립한, 4겹의 얇은 이불을 매트리스 위에 깔아둔 안락하고 견고하고 안전한 아기 침대보다 이게 무슨 이유에서인지 훨씬 편한가보다.
실은 7시에 아기를 어찌저찌 침대에서 재우긴 했다. 하지만 어제처럼, 그제처럼, 그리고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때부터 계속 그래왔듯이 오늘도 중간에 깨서 칭얼거리는 아기를 차마 외면하고 계속 침대에서 재울 순 없었다.
단지 마음이 약해서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기를 안아 재우는 일은 하루종일 그래야하는 사람에겐 별 생각 없는 일이거나 상당한 고역이겠지만, 놀랍게도 나같은 파트 타이머에겐 생각보다 훨씬 더 보람차고 행복한 일이다. 하루 종일 아기를 돌보느라 고생한 사랑하는 아내에겐 자유 시간을, 하루 종일 자라느라 고생한 사랑하는 딸에겐 달콤한 잠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은 딱히 그 외에는 뭔가 더 해줄 능력이 없는 초라한 가장에겐 얼마나 큰 위안이자 행복이 되는지 모른다.
이 시간을 좋아하는 또 다른 개인적인 이유는 반 강제적으로 어떤 방해도 없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어두컴컴하고 조용한 방에서 아기를 양팔에 안고 흔든다-마치 시계추처럼 똑-딱-똑-딱 규칙적인 움직임으로.
눈은 감고 있다. 내가 눈을 뜨고 있으면 아기가 뭔가 재밌는 일을 기대하는 듯한 눈치로 나를 자꾸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눈을 감아서 '앞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거다'라는 신호를 간접적으로 보내려는 것이다. 시간이 좀 흘렀나 싶어서 슬쩍 내려다보면 아기는 어느새 잠에 들어있다.
하지만 이렇게 잠에 들었다고 아기를 내려놓을 순 없다. 침대에 눕히면 높은 확률로 아기가 깨고, 한번 깨면 다시 재우는 과정은 아기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아름답진 않기 때문이다.
어둡고 조용한 방에서 팔이 묶인 채 눈을 감고 시계추처럼 몸을 흔들고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명상, 또는 생각뿐이다. 휴대폰을 비롯한 외부 자극의 방해가 강제로 차단되는 상황은 평상시 한번도 딱히 원해보지 않았지만 막상 경험하면 바로 이런 순간을 마음 깊이 원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생각은 대개 자고 있는 아기를 통해 연상된 무언가에 관한 것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때로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하지만, '내가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라고 정신을 차릴 때면 천천히 의식의 흐름을 되짚어본다. 그러다보면 결국엔 '맞다, 이 생각을 하다가 그랬구나.'라며 아기와 관련된 연결고리를 발견한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발견하게 되는 것이 있다. 이런 아기와 관련된 생각들은 결국 나 자신을 돌아보는 생각이라는 사실이다. 그 중엔 평상시엔 잊고 살았지만 지금의 나를 만든, 아주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었던 생각들이 있다. 또, 아주 최근에 있던 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게 되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 날 들은, 또는 연주한 음악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오고 가는 생각을 흘려보내는 것도 물론 좋다. 생각하는 시간 그 자체가 충분히 행복하기에. 하지만 때로는 이 느슨한 생각들이, 아기가 내 품 안에 안겨 잠에 드는 이 짧고 소중한 시간들에만 떠오를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이 느슨한 생각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졌다.
이 소중한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좀 더 귀중히 보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