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속의 아다지오

by 윤 한

[Barber: Adagio for Strings, Op. 11]


하루 종일 흐리던 하늘이 잠시 열렸다.
햇빛은 부드러웠지만, 나는 우산을 들었다.
비를 피하는 게 아니라, 빛을 조금 가리기 위해서였다.

우산살 위로 내려앉은 빛이 천천히 번졌다.
그 번짐은 바버의 아다지오처럼 길고 느린 호흡을 닮아 있었다.
첫 음은 깊게 내려앉아, 마치 숨을 고르는 듯 멈췄다.
그 느린 시작이 내 걸음까지 늦췄다.
거리는 여전히 분주했지만, 우산 속의 공기는 달랐다.
빛이 한 겹 걸러지고, 외부의 소리가 부드럽게 감싸졌다.
마치 긴 음이 외부의 모든 소음을 덮어주는 듯했다.
그 안에서 나는 오래 묻어둔 기억 하나를 꺼냈다.


선율은 단순했지만,
그 단순함 속에 무수한 숨결이 숨어 있었고,
감히 음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다.
음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음이 그 여운 위로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그 겹침이 마치 미련 같았다.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다음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우산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바닥에 닿자 잔물결이 퍼졌다.


그 파문은 길게 이어지는 음의 끝처럼 남았다.

사라지기 전에, 또 다른 물방울이 떨어졌다.
마치 감정이 잦아들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것처럼.
중간에 음악은 조금 부풀어 올랐다.
숨겨둔 마음이 불현듯 살아나는 순간처럼.
그러나 절정은 오래 머물지 못했다.
다시 가라앉고, 길게 끌리며, 부드럽게 사라졌다.
마지막 구간에서 음과 음 사이의 간격이 길어졌다.


그 사이로 스며든 고요는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놓아주는 마음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 고요의 한 귀퉁이에는 여전히 가느다란 실이 남아 있었다.
멀리 흘려보내면서도, 끝이 보이지 않는 실이 바람 속에서 느리게 흔들렸다.


마지막 음이 사라지자, 비는 그쳤다.
그 사이 가슴 안쪽에 고여 있던 감정이 서서히 넘쳤다.
빛이 한층 선명해진 거리에서,
누구도 보지 못하는 눈물이 우산 속에서 묵묵히 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