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의 그림자

by 윤 한

[Fauré: Piano Quartet No. 1 in C minor, Op. 15]


늦은 오후, 창문을 통과한 빛이 바닥 위로 흘렀다.
그 위에 네 개의 그림자가 길게 놓여 있었다.
하나는 바닥을 넓게 감싸고,
하나는 가느다란 선으로 빛을 갈랐으며,
또 하나는 그 틈을 부드럽게 메웠고,
마지막 하나는 깊이 내려앉아 방의 공기마저 무겁게 만들었다.

그림자들은 서로를 향해 다가갔다가,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넓은 그림자는 다른 그림자들을 감싸 안는 듯했고,
가느다란 그림자는 스쳐 지나가며 잠시 흔들림을 남겼다.
그 둘을 잇던 그림자는 색을 진하게 하다가 다시 풀어냈다.
가장 깊은 그림자는 움직임 없이, 그러나 모든 흐름을 지탱했다.


햇빛이 조금 더 기울자, 네 그림자가 한 점에서 겹쳤다.

경계가 사라지고, 모든 결이 한 덩어리로 섞였다.

그 순간, 방 안은 기묘하게 고요해졌다.
시간이 멈춘 듯, 숨결까지 조용했다.
그 안에는 오래 전의 장면이 있었다.


말없이 나란히 앉아 있던 우리, 같은 공기를 마시던 그날.
그러나 포레의 화성처럼, 그 겹침에도 안에 숨어 있는 변화가 있었다.
겉으로는 평온했지만, 음과 음 사이의 간극처럼,
서로의 마음에는 이미 보이지 않는 틈이 있었다.


나는 그 틈을 알면서도, 붙잡을 수 없는 것을 붙들려했다.
그것이 결국 이 순간을 더 짧게 만들었다.


빛이 움직이자, 그림자들은 다시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넓은 그림자는 벽 쪽으로 물러나고,
가느다란 그림자는 창가로 사라졌다.
그 둘을 잇던 그림자는 부드러운 곡선을 풀었고,

가장 깊은 그림자는 바닥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었다.



포레의 선율이 그렇듯, 이별의 순간에도 완전한 단절은 없었다.
마지막 화음이 사라지기 전까지, 미묘하게 이어지는 울림이 있었다.

그 울림이 멀어지며 남긴 여운이, 방 안의 빛처럼 오래 머물렀다.


나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형태를 잃은 그림자 속에도,
잠시 겹쳤던 그 결이 여전히 숨 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호흡은,
음악처럼 내 안에서 아주 느리게 사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