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만개

by 윤 한

화창한 어느 날 우산을 쓰고

우산 속에 뭉개 뭉개 피어나는 구름에

얼굴을 숨긴 채 흐르는 눈물을 모른 채 해

뭉개 뭉개 피어난 너와의 기억들을

눈물에 실어 흩날리는 어느 봄날.




바람은 말없이 피어나는 것들을 흔든다.

가지 끝에 맺힌 작은 꽃눈처럼,

내 마음 한 자락에도

이유 없이 뒤늦게 피어오르는 감정이 있었다.

잊은 줄 알았던 감정은 오히려 따뜻한 날에 더 선명해졌다.



햇살 아래 웃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혼자 비를 쓰고 있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우산 아래에서 나는 젖어 있었다.

봄은 환하게 빛나지만, 그 밝음은 때때로

지나쳐버린 마음을 잔인할 만큼 또렷하게 비춘다.

눈부심 속에서 감추려 했던 감정은 되레 더 짙게 떠오른다.



우리는 어쩌면

같은 계절에 있었지만,

다른 시간을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알기엔 너무 늦은 마음,

네가 떠난 뒤에야 피어난 말들.

봄은 끝내 닿지 못한 감정이 가장 환하게 피는 계절이었다.

가볍게 흩날리는 꽃잎처럼,

그 감정도 어느새 멀리 날아가 버렸다.



말하지 못했던 순간들,

돌아보지 못했던 표정들,

그리고 스쳐간 마음 하나.

나는 오늘도 우산을 든다.

누구도 모르게,

이미 흩어진 감정을 기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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