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을 건넌 세레나데

by 윤 한

[Tchaikovsky: Serenade for Strings in C major, Op. 48]


현악의 칸틸레나가 여름밤의 공기를 가득 채웠다.
파도와 바람은 그 선율을 받쳐주는 오케스트라처럼 곁에서 숨 쉬고 있었다.
나는 모래 위에 앉아, 홀로인 시간 속에서 시선을 먼바다로 던졌다.
어디론가 더 멀리, 아직 닿지 못한 곳을 향해 마음이 나아가는 중이었다.


그 속에서 문득 알았다.
나의 사랑이 점차 성숙해져가고 있다는 것을.
뜨겁게 불타던 순간들이 이제는 차분히 식어가고,
남은 온도는 미묘하게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가끔 그런 생각에 빠지면,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고, 다시 어디론가로 바람이 일어났다.
파도처럼, 또 보이지 않는 손길처럼.
그 바람은 잠시 나를 흔들어놓지만, 곧 고요를 남기고 사라졌다.
마치 기억 속 누군가가 다녀간 자리처럼.


세레나데의 선율은 화려했지만 결코 자랑하지 않았다.
마치 여름의 끝자락에 남은 빛처럼 잔잔하면서도 오래 남았다.
나는 그 속에서 조용히 작별을 배웠다.

울음이 아니라 침묵으로, 절망이 아니라 고요로.
작별은 생각보다 단순했으나, 그 단순함이 오히려 더 큰 깊이를 남겼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온도 속에서, 나는 여름의 끝에 서 있었다.
현악의 물결은 내 안의 기억들을 불러내며,

지나간 날들의 체온과 웃음을 천천히 흔들어주었다.
그러나 그 흔들림은 더 이상 나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바다 위에 비친 별빛처럼 나를 가만히 떠받쳐주었다.


마지막 선율이 서서히 가라앉자, 나는 스스로가 조금 달라져 있음을 느꼈다.
여름은 그렇게 나를 성숙하게 만들고 있었다.
화려한 열정 뒤에 오는 고요, 그리고 그 고요 속에서 피어나는 작별의 예의.


그것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내 마음이 한 단계 성장하는 과정이었다.
주위의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지만, 나는 잠시 가만히 있었다.
음악의 잔향은 바다의 호흡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었고, 나는 그 정적을 더 오래 붙잡고 싶었다.
여름밤의 끝은 소란이 아니라, 이런 침묵 속에서 완성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여름밤을 건넌 세레나데.

그리고 작은 글씨로 덧붙였다.
나는 이제, 조금 더 성숙한 내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