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세상이 물들어 가던 중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 봤어
물든 세상 속에서 스쳐가는 별의 기억
무뎌진 추억 속에 너는 희미해지네
이젠 남이 되었지만 아직도
나의 낡은 일기장의 반짝이는 두 별은
여전히 함께더라
가을은 아름답게 사라지는 계절이다.
잎은 붉게 물들고, 바람은 조용히 그 곁을 지난다.
떨어지는 건 끝이 아니라,
한 감정이 조용히 놓이는 순간이다.
나는 어느 오후,
오래된 일기장을 펼쳤다.
잊은 줄 알았던 문장과 눈빛이
조금씩 번져 오듯 되살아났다.
글자는 바래 있었고,
그 이름은 오래전 희미해졌지만
그 시절의 마음은
마지막 꽃잎처럼
내 안에서 조용히 떨어지고 있었다.
잡으려 하지 않아도
지워지지 않는 감정이 있다.
머물게 하지 않아도
어느 결에선가 다시 돌아오는 이름이 있다.
사랑은 지나갔고,
이제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살고 있지만
그 마음이 거짓은 아니었다는 것,
그 계절은 진짜였다는 것,
그것만은 조용히 남아 있었다.
나는 페이지를 덮으며
말없이 미소 지었다.
그 모든 감정이 다 사라진 게 아니라,
그저 조용히 낙화하고 있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