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낙화

가을

by 윤 한

세상이 물들어 가던 중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 봤어

물든 세상 속에서 스쳐가는 별의 기억

무뎌진 추억 속에 너는 희미해지네

이젠 남이 되었지만 아직도

나의 낡은 일기장의 반짝이는 두 별은

여전히 함께더라




가을은 아름답게 사라지는 계절이다.

잎은 붉게 물들고, 바람은 조용히 그 곁을 지난다.

떨어지는 건 끝이 아니라,

한 감정이 조용히 놓이는 순간이다.


나는 어느 오후,

오래된 일기장을 펼쳤다.

잊은 줄 알았던 문장과 눈빛이

조금씩 번져 오듯 되살아났다.

글자는 바래 있었고,

그 이름은 오래전 희미해졌지만

그 시절의 마음은

마지막 꽃잎처럼

내 안에서 조용히 떨어지고 있었다.


잡으려 하지 않아도

지워지지 않는 감정이 있다.

머물게 하지 않아도

어느 결에선가 다시 돌아오는 이름이 있다.

사랑은 지나갔고,

이제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살고 있지만

그 마음이 거짓은 아니었다는 것,

그 계절은 진짜였다는 것,

그것만은 조용히 남아 있었다.


나는 페이지를 덮으며

말없이 미소 지었다.

그 모든 감정이 다 사라진 게 아니라,

그저 조용히 낙화하고 있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