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심장이 나눈 이야기

by 윤 한

[Smetana: Piano Trio in G minor, Op. 15]


첫 음이 울린 순간, 공연장 안의 공기는 이미 갈라져 있었다.
바이올린이 암사자의 포효처럼 날카롭게 외쳤다.
나는 첼로를 끌어안은 채 깊게 숨을 들이켰다.
피아노가 무겁게 쏟아지며, 내 심장도 함께 박동하기 시작했다.
이 곡의 첫 악장은 단순한 시작이 아니었다.
짧은 생명이 남기고 간 빈자리를, 다시 불러내는 듯한 울부짖음이었다.


첼로는 낮고 거칠게 울었고, 나는 현을 강하게 눌러 그 울음을 밀어냈다.
바이올린은 위에서 절규했고, 피아노는 쉼 없이 두드려댔다.
세 악기는 마치 세 개의 심장이었다.
서로 다른 박동으로 뛰면서도, 같은 상처를 공유하듯 묶여 있었다.
나는 그 울림 속에서 내 심장도 덩달아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첫 악장이 끝나갈 즈음, 활은 이미 땀으로 젖어 있었다.


두 번째 악장이 시작되자, 표정은 잠시 바뀌었다.
피아노가 웃음처럼 경쾌한 음을 흘렸고, 바이올린은 춤추듯 가볍게 날았다.
나는 첼로로 그 무대를 받쳐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음 사이로 스며든 떨림, 밝은 빛 아래 감춰진 그림자가 자꾸 보였다.
마치 잠시 잊으려 애쓰는 미소 같았다.
나는 활을 그으며 알았다. 이 춤은 끝내 눈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마침내, 세 번째 악장이 몰려왔다.
나는 첼로를 더 단단히 끌어안았다.
굵은 현을 짓누르자 울부짖음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바이올린은 하늘로 치솟으며 절규했고, 피아노는 폭풍처럼 몰아쳤다.
세 악기가 동시에 달리며, 내 안의 심장도 함께 질주했다.
나는 더 이상 연주자가 아니었다.
잃은 것을 불러내려 애쓰는 심장 그 자체였다.


잠시, 선율이 가라앉았다.
나는 그 음 위에 오래 전의 장면을 얹었다.
작은 손이 내 손가락을 잡고 웃던 날,
짧아서 끝내 붙잡지 못한 미소.
그 기억은 현 위에 얹자마자 무너져 내렸고, 손끝이 떨렸다.
그러나 음악은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선율은 다시 폭발했다.
바이올린은 절규했고, 피아노는 거대한 파도처럼 덮쳐왔다.
나는 첼로로 모든 울음을 받아내며 현을 긁었다.
그 순간, 내 심장도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
활 끝은 부서질 듯 떨렸고, 손끝은 뜨겁게 타올랐다.
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이 곡은 끝내 붙잡지 못한 생명에게 바치는 울음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몇 소절이 터져 나갔다.
세 악기는 함께 질주하며, 마지막 힘을 토해냈다.
나는 눈을 감고, 첼로의 현에 내 모든 심장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곡이 끝났다.


홀 안에는 5초간의 정적이 흘렀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이 내겐 영원의 무게처럼 길었다.
내 숨소리만 들렸고, 손끝은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곧 객석에서 거대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찬란한 환호 속에서,

나는 첼로를 끌어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내 얼굴 위로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나는, 흐르는 눈물을 모른 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