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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생역전 Nov 17. 2022

일상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주말 전시회가 준 깨달음

회고도 작품이 될 수 있다.

주말에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열린 장 줄리앙 전시회에 다녀왔다. 과거 투자와 사업에만 관심을 가졌던 나라면 단순하게 화려한 그림들만 감상하거나 지루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힘을 빼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수용력이 높아진 나는 여유로운 전시회 나들이에서도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주말 DDP라 그런지 전시장 입구부터 사람들이 몰렸다. 전시 시작 전에 보이는 입간판과 대표 작품, 굿즈들이 풍기는 느낌이 독특해서 기대되는 마음으로 전시장에 입장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소개 글귀다.

나는 다른 것 보다 '회고전'이라는 단어에 이끌렸다. 내가 기억하는 전시는 보통 특별전, 테마전, 개인전의 범위에서 설명됐는데 회고전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회고라 하면 되돌아본다는 뜻이다. 굳이 어떤 목적을 가지거나 회심작만 전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까지 쌓아온 작품들을 형식의 제한 없이 편하게 전시한다는 것으로 이해됐다. 굉장히 신선했다.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을까? 의문이 생겼다.


그 의문도 잠시 코너를 돌아 바로 나타난 모습이다.

장 줄리앙은 스케치 북을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인상적인 순간을 빠른 스케치로 기록했다고 한다.


비틀즈의 명곡 렛잇비의 작곡 일화는 놀라움을 준다. 힘든 시기를 겪던 폴 메카트니가 꿈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 위로의 말을 듣고 난 후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단숨에 곡을 써내려 갔다고 한다. 세상은 그의 천재성에 놀랐지만 나는 폴 메카트니가 꾸준히 음악에 대해 생각했기 때문에 그 일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가 만일 음악에 대해 항상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어머니의 위로가 영감으로 발현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회고전의 가치는 나에게 더 크게 다가왔다 장 줄리앙은 매일 그림에 대해 진심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느끼는 영감의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항상 스케치북을 지니고 다녔으니 이렇게 많은 스케치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작품 하나하나는 단조로울지 몰라도 그 그림들이 한데 모여 자아내는 웅장함은 작가의 노력의 크기를 증명하는 듯했다.


수많은 스케치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타이탄의 도구에서 읽은 내용도 떠올렸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넓은 분야를 얕게라도 알고 있다면 그 재주들을 조합해 전문가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나와 맥주를 마시던 친구가 그랬다. 친구는 바텐더나 영화 평론가는 아니지만 영화와 술이라는 취미활동을 조합해 영화 모임장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스케치 하나에 들인 공은 이름을 가진 작품에 비하면 적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조각들이 모여 한 벽면을 꽉 채우니 웬만큼 정성을 들인 작품 한 점이 주는 감상보다 더 강렬했다.


이번엔 놓치지 않는다

사실 이런 회고전에 더 감명받았던 이유는 나도 항상 기록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기록의 힘을 믿는다.

3년간 생각날 때마다 작성한 나의 아이디어 메모

나는 그림이나 음악에는 재주가 없다. 하지만 글을 쓸줄은 안다.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듣거나,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무조건 메모한다. 그래서 나는 태블릿 pc와 펜을 항상 지니고 다닌다. 없더라도 핸드폰 메모 어플로라도 기록한다.


어쩌면 이런 행동이 나만 볼 수 있는 메모가 아니라, 장 줄리앙의 스케치처럼 작품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가치를 쌓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그것이 정말 맞다면, 내 생각을 적는다는 행위만으로도 나는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 활황기에 나는 월급 200만 원으로 1억 벌 기라는 제목의 책을 내고 부록으로 하락장과 슬럼프를 극복하는 법에 대해 미니 전자책을 만드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하락장과 슬럼프가 깊어지니 우울함에 취해 자신감 넘쳤던 나 자신과 너무 멀어졌다. 내가 쓰던 책을 쓸 수 없는 마음가짐이 된 것이다. 전자책을 쓰려면은 과거의 나 자신을 억지로 꺼내와야만 몇 글자 겨우 적을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기회를 놓친다.

오징어 게임을 그렇게 재밌게 보고 넷플릭스 주식을 사지 못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고도 kt 주식을 사지 않았다.

아이폰 14 사전예약이 끝나고 나서야 그때 살걸 하고 후회한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엔 나 자신마저 놓칠 뻔했다. 나는 하락장을 겪으면서 분명 평소와는 다르게 생각했다. 그리고 새로운 생각들을 모두 기록했다. 그렇다면 그 내용을 주제로 글을 쓰면 될 것인데. 과거에 사로잡혀 억지로 성공과 관련된 전자책을 작성하고 있었다.


나는 장기투자자로서 주식이 하락할 때도 팔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 하락장 속에서 잘 잃는 법에 대해서 공부했다. 내가 깨달은 것은 손해 본 금액만큼 내 경험으로 치환시키는 것이 잘 잃는 방법이다.

나의 투자가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복기하고 다음 실수를 줄이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의 관점은 여기서 한번 더 나아갔다.


주식을 하면서 성장하는 것은 물질적 자산만이 아니다. 정신적 자산도 성장한다.

나의 자산이 1억에서 2천만 원이 되면서 나는 사실 성장했다.


급격한 하락 속에서도 나는 다시는 돈 때문에 타인에게 귀속되는 회사에 취직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그러기 위해 어떻게 이 상황을 회사의 힘이 아닌 온전히 나만의 능력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지 매 순간 고민했다. 그 고민의 결과로 나는 읽지도 않던 에세이를 꺼내 들어 슬럼프에서 헤어 나올 수 있었다.


나는 이제 20대에 1억 만든 경험으로 책을 쓰는 것을 잠시 접었다.

대신 8천만 원 잃은 20대가 출근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새로운 에세이를 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의 시작으로 나의 이야기를 브런치 북으로 작성하기까지 도달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놓치지 말고 잘 관찰하라는 것이다.


개는 왜 웃고 있을까?

전시 거의 막바지에 걸려있던 그림이다.

개는 가운데를 차지해서 웃고 있을까? 내가 볼 땐 그렇지 않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 그 자체로 특별하고 행복하다.


나는 회사에서 독립하니 내 삶이 자유로워졌다. 출근하지 않아도 일할 수 있다. 평일에 놀러 다니면 인파에 치이지도 않고 도로는 한산하다. 무엇보다 상사의 생각대로가 아니라 나의 생각대로 행동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졌다. 그것이 나에게 자유를 느끼게 한다. 행복을 가져다준다.


주식 투자도 그렇다. 보통의 군중들은 남들이 모두 사서 오를 때 같이 주식을 산다. 가치는 그대론데 가격이 오르니까 쫓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하락장에서 남들이 모두 팔 때 겁에 질려 같이 도망간다. 가치는 그대론데 가격이 내리니까 도망가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돈 벌었다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남들과 다르게 생각한다. 그래서 최근과 같은 하락장에도 절대 내 주식을 팔지 않는다.

내가 1억 을 벌었던 것도 군중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시적으로 후퇴했지만 남들과 다른 나의 생각이 나를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전시를 보고 달라진 나의 생각을 글로 적는 이 순간, 나의 일상이 작품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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