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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생역전 Nov 17. 2022

돈이 최고야

20대 1억 원 파이어족 성공, 기쁨도 잠시

20대에 1억 원을 벌다.

나는 월급 200만 원, 전문대학 출신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런 내가 일 년간 공부해온 투자 지식과 특유의 공격적 성향을 이용해 투자기법을 바꿨더니 6개월 만에 1억 원을 벌었다.


그 경험담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나의 지식을 블로그에 정리했다. 그랬더니 블로그에 광고가 달리기 시작했고 직장 외 수익까지 창출하게 되었다. 나의 인생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하든 즐거웠다.


그러나 이런 성과를 이루는 과정은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았다.


돈이 최고야

나의 물질주의적인 가치관은 십 대 때 형성되었다. 부족함 없는 4인 가정의 막내인 나는 18살까지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갑자기 아버지가 과로로 돌아가셨다. 현실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집은 아파트에서 허름한 구축 빌라로 바뀌었고 어머니는 생활비를 위해 식당에 취업하셨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어쩌면 애써 회피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가 각성하게 되는 사건이 생긴다.


당시 마이클 잭슨이 세상을 떠난 것이 세간의 가장 큰 이슈였다. 그를 추모하는 대형 서커스가 국내에서도 진행된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한부모가정인 우리는 정부지원으로 공연을 볼 수 있는 문화누리카드를 지원받고 있었던 덕에 정말 운이 좋게도 그 공연 티켓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어머니 빼고. 왜냐하면 공연 당일에도 직장에 가서 돈을 벌어야 형과 나를 키울 수 있으셨기 때문이다. 당시 18살인 내가 본 서커스와 그것을 보러 오기 위해 모인 화려한 사람들의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현재 29살인 내가 그때보다 더 강렬한 공연이나 문화생활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더 아팠다. 서커스가 나에게 놀라움을 선사할 때마다 나는 오히려 슬펐다. 왜 어머니는 이 공연을 못 볼까? 나는 공연이 끝나고 어머니께 여쭤보았다. "엄마 이 대단한 서커스를 왜 정부가 가난한 우리에게 공짜로 보여주는 거예요?" 그에 답하시길 "너도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돼서 지금의 너 같은 사람에게 베풀라고 보여주는 거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 공연을 너의 돈을 주고 볼 수 있을 만큼 성장해서 세금을 많이 내라고 보여준 거야"


조금 뒤틀린 가치관이 형성된 계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날 나는 가난이 얼마나 비참한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절대 나는 돈 때문에 가족과의 시간마저 포기해야 하는 삶을 살지 않겠다고. 미래에는 현재의 나 같은 사람에게 손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이 많은 밤을 지새웠다. 큰 깨달음과 함께 공연을 같이 보러 가지 못한 어머니가 안타깝다는 감정이 일어 잠에서 깨자마자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내가 돈 많이 벌면 세계일주 같이 다니자! 마이클 잭슨 공연보다 훨씬 재밌을 거야!"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아이고 그러면 정말 좋겠네 그런데 그쯤 되면 엄마가 할머니가 돼서 제대로 걷지 못할지도 몰라" 내가 한마디 더했다. "응, 그러면 엄마 할머니 되기 전까지 벌게!" 어린 마음에 한말이었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그렇게 돈이 내 삶의 최우선 순위가 됐다


내가 파이어족이 된 이유

이후 20대는 오직 돈을 버는데 유리해 보이는 일에만 인생을 투자했다. 그냥 돈만 많이 버는 것과 차이가 있다면 시간효율이 높아 보이는 일에만 달려들었다. 아래 그림처럼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시간 많고 건강하지만 돈이 없다.

청년, 중년일 때는 돈도 있고 건강하지만 일 때문에 시간이 없다.

노년에는 모아둔 돈도 있고 은퇴해서 시간도 많지만 건강이 쇠퇴한다.


'True Story'라는 문구와 함께 대단한 진리를 알려주는 것처럼 만들어진 표다. 어디서 이 자료를 접했는진 모르겠지만 내 목표를 이룰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듯한 그림에 큰 불쾌감을 느껴 아직까지도 기억한다. 하지만 덕분에 목표를 좀 더 구체화할 수 있었다.


마이클 잭슨 공연 이후 가족 모두가 건강할 때 시간과 돈으로부터 구애받지 않을 만큼의 돈을 버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됐다. 그런데 식당일을 하시면서 나를 위해 항상 희생하시던 어머니의 건강이 빠르게 악화됐다. 시간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돈을 빠르게 벌지 못하면 우리 가족의 삶은 정말 True Story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을 피하려면 단지, 큰 규모의 돈을 버는 것만으론 부족했다. 달성 시기를 내가 아니라 어머니가 건강할 때로 당겨야 했다. 10대였던 나는 그 바람을 실현시킬 금액과 시기가 어느 정도인지도 가늠하지 못했다. 그래서 조금 허무맹랑한 목표를 설정했다. '내가 30대일 때 100억을 벌 것이다.'이 정도 금액과 속도면 무조건 내가 원하는 삶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나니 주어진 시간이 부족함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나에서 달라지지 않으면 절대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간절했지만 흔히 생각하는 투잡, 원양어선 타기 같이 죽어라 몸을 써야 하는 돈 벌이는 하지 않았다. 30대에 100억을 번다는 생각을 가지니 전략 없이는 불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야 가능할 것이라 직감했다. 그래서 돈 벌이는 물론, 시간 효율이 높아 보이는 데만 집중한 것이다.


이런 마인드를 품고 살아온 나는 대학 과정 중 조기 취업을 해 주변 친구들 중 누구보다 빠르게 취업전선에 들어섰다. 그리고 내 꿈을 이룰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남는 시간마다 성공한 부자들의 책, 돈과 관련된 책을 읽었다. 책의 저자들은 많은 것을 알려줬지만 그중 가장 도움이 됐던 단 하나의 문구를 뽑아봤다.

내가 자는 동안에도 일해 줄 무기를 만들어라

단순하다. 나는 빠르게 돈 버는 것을 원하니 내가 일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돈을 벌어줄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해결 방법이었다. 이 말을 실현시키기 위해 직장을 다니며 투자에도 성공하고 블로그와 유튜브도 시작했다. 정부지원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서 서류합격도 이뤄봤다.


나 대신 일해줄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혼자 공부하고, 투자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회사 없이 나 스스로 일하는 맛을 알아버렸다. 남이 시켜서 영혼 없이 하는 일에는 전혀 흥미를 붙일 수 없었다. 더 이상 월급이 없어서 단기적 불안을 겪어야하는 고통 따위는 나를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바로 퇴사했다.


여행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저 사람들은 놀면서 돈 버네' 하고 부러워한 적 없는가? 나는 투자성과를 내고 나도 그렇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원해서, 즐기면서 투자와 사업을 일구는 과정을 콘텐츠(글, 영상, 사진)로 기록하는 것만으로 돈이 될 수 있는 미래가 보였다.


그래서 20대에 치열했던 나의 경험을 아이템으로 창업지원사업에 도전했다. 투자성과를 바탕으로 전자책도 작성 중이었다. 목표에 가까이 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러나 승승장구의 기쁨도 잠시 2022년부터 시작된 인플레이션 발 하락장으로 모아둔 재산의 80%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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