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과 취업준비 중 불안하다면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무료 전자책을 제공하는 채널을 발견했다. 보통 무료로 뭔가를 주는 것은 미끼 상품인 경우가 9할 이상이다.
마케팅을 조금 배우고 나면 저주에 걸린다. 모든 콘텐츠가 최종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무료 전자책은 나에게 '전환적 행동 촉구'로 보였다. 첫 만남부터 결혼하자고 하면(서비스를 구매하라고 하면) 상대방이(고객이) 도망가니 데이트나 하자고(무료 샘플 제공) 하는 것이다.
그래도 한 번 속아봤다. 다른 사람은 마케팅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직접 당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o억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전자책 무료로 드립니다'라는 카피라이팅과 그에 걸맞는 퀄리티 있는 내용은 나를 정독하게 만들었다. 얄밉게도 전자책은 절반만 공개돼있었고 뒷부분을 더 보고 싶으면 카카오 오픈 채팅방에 들어오라는 링크가 남겨져있었다. 나는 속은 김에 끝까지 가봤다. 오픈 채팅방에 참여해 전자책을 더 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이쯤 되면 판매 영업이 시작되겠거니 했는데, 사업 관련 무료상담을 진행한 후에 전자책을 주겠다는 제안이 왔다. 안 그래도 최근 사업 방향성을 잡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현재는 나만의 생각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선배 사업가의 조언도 듣고 싶었던 참이었다. 상담자는 줌 화상통화를 요청했는데 나도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것이 더 편해서 흔쾌히 승낙했다. 그런데 상담 전에 무료 강의를 해준다면서 PPT자료를 띄웠다. 우려했던 영업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도 배우고자 하는 마음에 무슨 말을 하는지 끝까지 들어봤다. 그런데 강의 내용까지 나에게 유익한 내용이 많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 하이라이트. 유료 사업 컨설팅을 받아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다.
다른 이의 마케팅을 체험만 하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판매 제안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서 가격을 문의해봤는데 충격. 300만 원이나 하는 거금이었다. 헬스장에서 PT 제안을 받았을 때 빠져나오듯 거절할까 했지만 나에게 정말 필요한 서비스라 좀 아쉬웠다. 그래서 역제안을 해봤다. "대표님 유튜브는 콘텐츠 퀄리티가 정말 좋은데 왜 구독자가 적은 지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이번에 저를 키워보면서 구독자 성장 콘텐츠를 만들어 보시는 건어떨까요? 유튜브에 제가 공개되는 건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대신에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해주세요"
하지만 상담자는 본인의 시간적 한계가 있고, 교육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제안을 거절했다. 대신 그 사람이 거절한 덕에 나도 상담 거절을 편하게 하고 통화를 마쳤다.
이후 3 가지 질문은 받아주겠다는 제안에 궁금했던 점을 물어봤다.
1. 전자책 관련입니다.
저는 ‘월급 200만 원, 주린이도 6개월 만에 1 억 버는 주식투자 필살 노하우’라는 전자책을 준비 중입니다. 그런데 22년 4월 이후 –80% 손실을 기록하여 제 정보의 신뢰성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우선 4월까지의 계좌만 증명하고 전자책 내용을 그대로 론칭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제 투자능력을 제대로 증명할 수 있을 때까지 전자책 발간은 미루는 것이 좋을까요?
2. SNS 마케팅 관련입니다.
저는 투자와 자기 계발을 주제로 글 1,500자 이상 기준 포스팅 100개 이상을 발행해 구글 애드센스 승인 블로그 2개, 브런치 작가 자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내용을 유튜브 대본으로 활용해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려는데, 초보자 입장에서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면 유튜브 채널을 빠르게 키울 수 있을까요?(ex. 콘텐츠보다 썸네일, 제목에 신경 쓰기 등)
3. 방향성 관련입니다.
저는 ‘수능 5등급 지방대 졸업생 공기업(한수원) 합격 자소서 첨삭 포인트’라는 제목으로 자소서 첨삭, 코칭 서비스도 기획 중입니다. 더해서 주식투자 손실 한탄 모임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위기에 놓이니 무엇이든 노력하고자 아이디어는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분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현재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대표님이 보시기엔 저의 사업 아이템 우선순위가 어떻게 되는 것 같나요? (전자책, SNS 마케팅, 크몽 서비스)
1번 질문에 대한 답은 언제 하든 상관없다 였다. 아쉽게도 2번과 3번 질문의 답은 컨설팅을 받아야 알려줄 수 있다는 식의 대답이 왔다.
무료로 얻는 정보가 한정적인 것은 당연했다. 깔끔하게 포기하고 업무를 보던 중 다시 전화가 왔다. "영생 역전님 질문에 담긴 아이템을 보니 성공 가능성이 정말 높아 보이셔서요 특히 주식투자와 관련된 전자책은 시장에서 수요도 높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진심으로 도와드리고 싶어서요. 한 번도 이만큼이나 할인한 적이 없는데 100만 원 할인해서 컨설팅 도와드려 볼게요. 추가로 제안하신 유튜브 콘텐츠도 진행해봐요 성공시키기 위해서 평소 다른 분들 컨설팅하는 것보다 횟수도 더 늘려서 진행하겠습니다."
나는 고민 후 다시 연락 주겠다고 답한 후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이런 제안을 들으니 오히려 상담을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1. 나는 전자책 아이디어가 지금 같은 하락장에선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포기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전문가가 보기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단다. 100만 원 할인과 컨설팅 횟수 추가 제공을 제안할 정도로 말이다. 어차피 지금 장이 안 좋을 때는 다른 사람들도 다 잃는다. 이전에 벌었던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의 시장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2. 그렇게 내 아이템에 자신감을 얻고 나니 남에게 꼭 배워서 할 필요가 있냐는 생각까지 들었다. 게다가 내가 불안했던 이유는 사업이 실패해서가 아니다. 사업을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할까 봐 두려워 내 서비스를 공개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다.
3. 이 한마디에 자신감을 얻을 정도였으면 진작에 실행해볼 걸 그랬다. 이런 생각이 드니 나의 약한 실행력을 타인의 능력으로 메꾸기 위해 돈을 소비하려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만약 실행 후 실패한다면 상담자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나에게 더 간절하게 필요해질 것이다. 상담은 그때 신청하면 된다.
그래서 다시 연락해 정중하게 거절했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전문가의 지식을 흡수한 빠른 성공, 그의 유튜브 채널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언제나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그의 반응 덕분에 잃어버린 내 사업 아이템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니 추진력 있게 실행하면 될 일이다. 더군다나 나의 성장과정 유튜브는 내 소유 채널에 남기는 것이 훨씬 좋은 전략 아닌가?
그렇게 오랜만에 심리전을 치르고 유튜브를 다시 켰다. 자소서 컨설팅을 기획 중이라 그런지 빅데이터는 '취업 준비하면서 취준생을 힘들게 하는 것'이라는 영상을 추천해줬다.
취준생은 가족의 기대 때문에 힘들다. 합격해도 대기업, 공기업에 못 들어가면 나를 믿어준 가족들에게 불효를 저지른 것 같다. 수많은 탈락에 준비기간이 길어지는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부모님의 기대에 힘들어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확신이 가장 중요하다. 부모님이 대기업, 공기업 가라는 것은 자식이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말하는 의견일 뿐이다. 자녀가 어떤 기업이건 가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그것을 지지하지 않을 부모님은 없다.
문제는 우리가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레 내가 부족해서 안될까 봐 원서조차 넣지 않고 우울함에 빠진다. 하지만 확신이란 것은 계속 떨어져도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 생긴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행동해야 더 명확해진다. 우리는 성인이다. 부모님의 기대에 못 이겨 나의 길을 나 자신이 정하지 못하는 짓을 해서는 안된다. 확신을 기반으로 노력해서 행동하는 모습,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본 부모님은 100% 내용을 이해하진 못하지만 기운을 느낀다. 자녀가 무언가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면 된 거다.
제안을 거절함으로써 나에게 확신을 가지고 제대로 실행해 볼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를 얻었다. 아쉬움과 불안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