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꿈

그 어떤 울음소리도

by 도우



몇 번이고 같은 꿈을 꾸었다. 꿈에 자꾸 새가 나왔다. 새는 울었지만 우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냥 입을 열고 가만히 있는 것만 보아도, 입을 닫았다 열었다 하는 것만 보아도, 으레 꿈이 그렇듯이 ‘아, 울고 있구나’를 알 수 있었던 것에 불과하다. 울음소리가 어떨련지 추측할 수도 없었다. 새하얗고 끝이 파란 작은 새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낯선 모양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검색창에 '새가 우는 꿈'을 입력해보기도 했다. '새가 우는 걸 듣는 꿈'은 좋은 일이 다가온다는 뜻이라고 했다. 하지만 새가 우는 걸 '보는' 꿈은 없었다.


새의 울음소리라도 들렸으면 곧 기쁜 일이 있으려나 괜히 설레보기라도 하겠는데. 의미도 모르는 채 반복되는 꿈에 이제는 아무 감흥이 없다. 또 우는구나, 몇 번을 울어도 내게는 들리지 않는구나, 그저 그 뿐.



O는 새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우는 걸 알고 있으니 ‘새가 우는 걸 듣는 꿈’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했다. 심지어 그런 꿈을 자주 꾸었으니 너에게 조만간 좋은 일 하나가 뚝 떨어지려나보다 했다. 나중에는 의미 모를 꿈인데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지 뭘 그러느냐고도 했다. 하지만 꿈에서 내가 어떤 감정이었는지도 중요하지 않겠어. 꿈 속의 나는 그저 그랬다. 다만 새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게 못마땅했다. 이렇게 자주 내게 와서 우는데 한 음절도 닿질 않는 것이 불만이었다. 내가 소리내는 것도 아닌데 내가 숨이 차는 기분이었다.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그런 꿈을 자주 꾸었다. 무언가를 말하려는데 말이 안 나오는 꿈. 꺽꺽대며 숨 넘어가는 소리만 나는 꿈. 난 소리치고 싶은데 쉰 소리밖에 나질 않는 꿈. 뭐가 억눌렸는지는 몰라도 한참을 눌렸나보다, 하며 기분 나쁘게 깨어났다. 깨어나면 실제로 꺽꺽대기라도 했는지 목이 꺼끌꺼끌한 채였다. 그러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울어도 들리지 않는 새는 그때의 날 떠올리게 했다. 그러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너는 뭐가 그리 억눌려서 말을 못 해. 나한테 무슨 말을 하고 싶길래 이렇게 매일매일 찾아와. 두꺼운 유리 같은 것에 가로막혀 있는 것일까. 너와 나 사이, 소통의 부재를 만드는 이건 대체 무엇일까.


다만 그렇게 계속 울어대는 새가 슬퍼보이진 않았다. 들리지 않는다는 걸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나처럼, 새는 내게 들리지 않는 것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걸 알면서도 계속 우는 것 같았다. 아무리 꿈 속이라도 무엇이 너를 그렇게 계속해서 울게 만드는 지는 알 수 없었다. 꿈은 그걸 알려주지 않았다. 꿈과 새가 함께 나에게 문제라도 내는 것처럼 답을, 울음을 꽁꽁 숨겼다.



의자에 몸을 푹 기대고 침대를 바라봤다. 슬슬 잘 준비를 해야하는 이 시간쯤 되면 자연히 그 꿈이 떠올랐다. 그래도 그 꿈을 다시 꿀까 겁이 난다거나, 걱정이 된다거나 하진 않았다. 꿈 속의 나는 그저 덤덤히 새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고, 꺽꺽대던 나를 떠올리는 건 꿈에서 깨어난 이후의 일이니까.


그 당시는 잠 잘 곳을 보면 걱정부터 들었다. 또 그 꿈을 꾸진 않을 지 하는 걱정. 일어났을 때 아팠던 목이 다시 아픈 것처럼 불편했다. 그런 흔적을 남기는 꿈이라 더 선연했다. 그 꿈은 적나라했다. 무엇인지 몰라도 누구에게 그토록 억눌렸는지, 어떤 말을 외치고 싶었는지, 그런데 왜 그게 되질 않는지. 따로 해석할 필요가 없었다. 꿈은 대놓고 외치고 있었다. 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그래서 오늘의 나는 그러려니, 할 수 있었나보다. 꿈이 흔적을 남기지 않아서, 꿈이 모든 걸 가려놓아서. 적어도 네가 나처럼 슬퍼 보이지는 않아서.


너의 목적은 어쩌면, 내게 들리는 것이 아니라 네가 우는 것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너에게는 너의 울음소리가 들릴지도 모르겠다. 너의 울음이 너에게 시원하게 들린다면. 그렇다면 되었다. 이토록 자주 찾아와 우는 너의 목이 아프지 않다면, 그것만으로 나는 괜찮았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