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의 군생활을 마치며.

by Ju



14일 후 나는 전역을 한다.


군대에 오기 전부터 생각했던 것들이 몇 가지 있다. 18개월의 시간 동안 나는 어떤 걸 배울 수 있을까, 나는 어떤 걸 배워야할까.


그당시 자주 메일을 주고 받던 교수님이 있다. 같은 대학교에 다른 학과의 교수님이다. 나는 그분과 메일을 주고받으며 주로 나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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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교수님께서 나에게는 일종의 '강박'이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교수님께서는 내가 뭔가를 배우지 않거나 성장하지 않으면 스스로 불안해하는 병이 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교수님께서는 군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몸과 마음을 쉬는 것에 집중하고, 군생활에 적응하는 게 가장 먼저라고 하셨다.


맞는 말이다. 나는 내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거나 쓸데없는 것들을 하고있다고 생각이 들면, 스스로 다그친다. 뭔가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나는 18개월동안 쉰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살아온 세월의 약 10%를 마냥 쉬는 데 쓰라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말로는 알겠다고 했지만 이해가 되지 않은 나는, 계속해서 내가 어떤 걸 해야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교수님께서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게 화가 나셨던 걸까? 당분간 메일을 보내지 말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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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메일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성장하려고 하는 건 좋은 게 아니었던가? 반발 심리였는지 나는 "이래서 공무원들은 안돼. 자기 세상이 전부인 줄 알고계시는 것 같아. 세상에는 다른 방법도 많잖아." 같은 스스로의 생각으로 자기 자신을 가두는 생각을 했다.


자기보호적이고 닫힌 생각의 표본이다.


시간을 두고 나에 대해서 돌아보았다. 내가 가고있는 방향이 맞는 건지, 너무 낙관론적으로 살고있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정말 병이 있는 것인지.


결론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는 어제의 나보다 더 발전하는 데에서 뿌듯함을 느끼고 삶의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에 몰입할 때는 어디서도 느끼지 못하는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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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연락을 드리고 싶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메일을 보내보았다.


아래는 내가 보낸 메일의 내용이다.





교수님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14일 후 전역을 앞두고 있는 병장 김승주입니다.


마지막으로 메일을 드린 이후 어느덧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워낙 많은 제자들을 만나고 계시니, 교수님께서 저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동안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말씀들을 자주 떠올리며, 제 자신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언제 평온함을 느끼는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조금 더 솔직하게 저 자신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근황을 나누고 싶어 이렇게 조심스럽게 메일을 드립니다.


우선 저에게 있었던 변화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원래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있는 상황을 불편해하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군 생활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저와 잘 통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가치관이나 환경이 전혀 다른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불편함을 회피하려고 했고, 짜증을 내거나 외면하는 방식으로 반응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 스스로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피하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더군요.

그래서 마음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저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 혹은 저를 좋게 보지 않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보았습니다.
그들에게 먼저 기분 좋은 말을 건네고 반응을 지켜보는 과정이 점점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언제나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를 가볍게 보거나 계속해서 부정적으로 대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제가 어떤 행동을 해도 늘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와 동반입대한 친구는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저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낸 적이 없습니다.
무엇이 그 친구를 그렇게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든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저 역시 그런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군 생활을 통해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많이 넓어졌습니다.
말뿐인 친절이 아니라 진심으로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나와 다른 사람들과도 무리 없이 지낼 수 있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입대 전과 비교하면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사고방식에 있어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승주는 발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이나 노이로제가 있는 것 같다.”


그 말씀이 당시에는 충격처럼 다가왔습니다. 저는 항상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추구하며 살아왔고, 그것이 옳은 길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수님의 말씀을 계기로, ‘발전’에 대한 강박이 오히려 저를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부러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게임을 하더라도 늘 효율을 따지고 성장 방법을 고민하던 저였기에,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일이 오히려 도전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연습을 통해 저는 진정한 의미의 쉼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 시간 동안 스스로를 돌아보고, 인간 김승주에 대한 이해를 조금 더 깊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동안 연락을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교수님의 말씀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보다, 제 나름대로 방어적인 해석을 하며 교수님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것은 미성숙하고 닫힌 태도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8개월의 군 생활 동안 교수님께서 메일을 통해 전해주셨던 말씀들이 제 안에 깊이 남아 있었습니다.
때때로 그 말씀들을 떠올리며, 저 자신을 성찰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언제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인사드릴 수 있어 기쁘고, 앞으로도 종종 소식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승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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