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두 발, 점심엔 세 발, 저녁엔 네 발…인 로봇이 있다? 이게 무슨 소리인고 하니, 스위스의 취리히 연방공대에서 개발한 네 발 달린 로봇 ‘애니멀(ANYmal)’의 이야기였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애니멀에서 바퀴를 달고 더욱 업그레이드 된 ‘스위스-마일(Swiss-Mile)’ 얘기죠. 바퀴도 달고, 이름도 바꾸고 마치 민소희가 점을 찍고 나타난 듯이 아주 파격적인(?) 변신이네요. 바퀴를 단 덕분에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주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네 바퀴를 모두 풀어 헤치면(?) 최고 시속 22km로 자동차처럼 주행할 수도 있구요. 바퀴를 잠그면 네 발 달린 동물처럼 걸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걸 4륜 4족이라고 하나요? 4륜 로봇도 본 적 있고, 4족 로봇도 본 적이 있지만 4륜+4족 로봇은 처음이네요.
여기서 끝이 아니죠. 두 바퀴만 쓰고 싶을 때는 사람처럼 몸을 벌떡 일으켜 2족 보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자동차처럼 달리기도 하고 네 발로 기어 가기도 하고 사람처럼 두 발로 걷기도 하는, 말 그대로 ‘쓰리인원(3 in 1)’ 로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로봇이 대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쓰이냐구요? 연구진에 따르면, 이 로봇은 주변 지형이나 환경에 맞춰 이동 방식을 휙 휙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한 가지 방식으로만 이동하는 드론이나 일반 배달로봇보다 라스트마일* 배송에서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 라스트마일(last mile) : 상품이 소비자에게 최종 배송되는 마지막 과정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두 발로 서서 선반에 있는 배송 물품을 등에 싣고 바퀴를 굴려 목적지까지 달린 다음, 계단 앞에서 바퀴를 잠그고 올라가는 방식인거죠. 말로 풀어쓰면 아무 것도 아닌데? 싶지만 이런 능력을 사람이 아닌 로봇이 하려면 굉장히 고난이도 기술에 속하는 일이랍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로봇에 GPS를 달아 이동경로를 정확히 파악하고, 라이다 센서를 달아 장애물을 정확히 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로봇에 탑재된 관성 측정 장치가 다리와 바퀴에 장착된 16개의 모터를 분석해 균형을 잡아주기도 하죠. 그래서 이동하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원 상태로 일어서는 인공지능 자세 복원 기능이 있어 금세 다시 일어나 목적지로 향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어진 스위스 마일의 최대 중량은 무려 50kg입니다. 한 번 충전에 90분 동안 작동할 수 있다고 하니 90분간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30km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대략 10km 거리 구간의 배달에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배터리에 관해서는 기존의 네발 로봇 시스템보다 83%나 좋은 효율을 자랑한다고 하네요.
개발 업체 측에 따르면, 새해가 밝고 2022년부터 실제 판매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아직 정확한 시판 가격에 대해선 언급된 바가 없어 더욱 애가 탑니다. 물론 제가 구매할 일은 없겠지만 얼마에, 얼마나 많이 판매가 될지 궁금하긴 하니까요. 많이 많이 팔려서 가격대도 많이 낮춰지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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