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아니고요, 로보컵 맞습니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월드컵 축제가 올해는 11월 21일부터 12월 18일까지 카타르에서 열린다고 하죠. 우리에게 인상 깊었던 월드컵이라 하면 2002년의 4강 진출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요. 2002년에 태어난 친구들이 벌써 20살이라고 하니. 세월이 참 빠른 것 같습니다.
세월도 빠르게 흐르고 제가 모르는 사이에 또 신기한 월드컵이 있었습니다. 바로 로보컵인데요. 인공지능 축구 로봇들의 경기를 선보이는 로보컵은 1997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첫 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세계 각국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실제 월드컵이 4년에 한번씩 개최되는 것과 달리, 1년에 한번씩 개최하는 건 로봇의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인 것 같네요.
일단 로봇이 축구를 한다, 생각하면 1999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카이스트'를 떠올리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이 드라마에서는 전기 모터가 들어 있는 네모 상자에 바퀴를 붙여 탄생한 단순한 형태의 로봇이 등장했었죠.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사람처럼 두 다리로 드리블과 패스를 보내고 골대를 향해 힘찬 슛! 까지 가능한 로봇이 나왔습니다.
로보컵은 레고,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들의 빵빵한 후원과 함께 날고 기는 세계 로봇 공학자들이 경쟁적으로 참가하면서 로봇 기술의 각축장으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유명했던 건 아니고, 인간처럼 두 발로 공을 차는 휴머노이드 리그가 생긴 후부터 로보컵은 본격적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또한 크기에 따라서 휴머노이드 리그의 세부 리그가 정해지는 것 역시 흥미로운 일입니다. 130~180cm 크기의 로봇은 '어덜트 사이즈 리그'부터 80~140cm 크기는 '틴 에이저 사이즈 리그', 40~90cm의 소형 로봇은 '키즈 사이즈 리그'까지! 난이도는 어덜트 리그가 가장 높은데요. 무거운만큼 출력이 훨씬 높은 구동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키가 클수록 잘 넘어지기 때문에 파손 위험성도 크고 균형에 맞게 제어하는 것도 쉽지 않죠.
또한 사람처럼 두 발로 경기를 뛰는 로봇 뿐만 아니라, 드라마 '카이스트'처럼 바퀴를 달고 공을 밀고 가는 전통적인 방식의 리그도 역시 존재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리그는 휴머노이드 키즈 리그인데요. 로봇이 작고 안정적이라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 후반 15분씩 진행하는 경기에서 5골 이상씩 나올 때도 있다고 하니 크기는 작지만 경기력은 꽤나 살벌할 듯 하네요.
워낙 리그 자체가 세분화 되어 있어서 전체 우승국을 따로 집계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 2019년 시드니에서 개최된 로보컵에서 서울대-고려대-부산대-한양대의 연합 로봇팀인 '타이디보이(Tidyboy)'가 실내 서비스 로봇(앳홈리그) 부문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로보컵에서는 로봇 기술 개발에 대한 열기 역시 만만치 않은데요. 로봇이 인식하기 쉽도록 양 팀의 골대 색깔도 다르게 칠하던 것이 이제는 같은 노란색이 되어 자살골의 비율도 높아졌다고 합니다.
축구장 크기도 늘어나고, 2050년에는 인간과 시합해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로봇 개발자들의 포부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그냥 인간도 아니고 무려 월드컵 우승팀과 겨루겠다고 합니다! 이게 과연 가능할지 10년 전엔 이렇게 고개를 갸우뚱 했던 것이 이제는 당연하게 끄덕임이 되어가고 있는 요즘인지라, 안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루이비통'의 제작 트로피에한국팀의 이름이 새겨지는 그 날까지, K-로봇의 로보컵 결승 진출을 응원합니다.
▒ 자료제공=마이로봇솔루션 (https://bit.ly/3sfIc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