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노을이
하루의 끝을 태우며 젖어들 때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붙잡고 싶던 것들은
손가락 사이로 가장 먼저 새어 나간다는 걸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어른이 되고
누군가는 변명을 남기고 돌아서지만
그 모든 순간조차
잠깐 머물다 스치는 먼지 같은 것
영원할 것 같던 웃음도
끝이 없을 것 같던 약속도
빛나던 계절의 숨결도
사진 속에만 남아
색을 잃어간다
그러나,
사라진다는 건
완전히 없어지는 게 아니라
우리 안에 조용히 눕는 일이라는 걸
나는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을
더 세게 끌어안지 못해도,
흘러가는 것들의 따뜻한 한 모서리를
조용히 손끝으로 쓸어본다
모든 건 끝나지만
그 끝이,
어쩌면 가장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