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너를 존경해!
어느 날 욕심이 많은 늑대 한 마리가 있었다. 그는 다른 늑대와는 달리 먹는 욕심이 아주 많았다. 그는 짐승을 잡아먹을 때는 거의 통째로 삼킨다. 그래서인지 욕심 많은 늑대는 다른 늑대와는 달리 배가 매우 요상하게 생겼다. 욕심 많은 늑대가 사슴을 잡아먹는 날이면 그의 배가 사슴의 모양을 하였다. 토끼를 잡아먹은 날이면 욕심 많은 늑대의 배가 토끼 모양을 하였다. 그러다 보니 욕심 많은 늑대의 배가 요상하게 생겨버렸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욕심 많은 늑대가 노루를 잡아먹고는 나무 그늘에 누워있었는데, 다른 늑대들이 그 욕심 많은 늑대 앞을 지나가면서 욕심 많은 늑대의 배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 지나는 것이었다. 나이 많은 늑대도 역시 욕심 많은 늑대의 앞을 지나가다가 고개를 숙이고 지나갔다. 그래서 욕심 많은 늑대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저들이 나만 보면 머리를 숙이고 지나가는 걸까? 혹시 나를 지극히 존경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이 늑대의 나라에서 왕이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맞아!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들이 나만 보면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지나갈 이유가 없지.”
욕심 많은 늑대는 이런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자기 앞을 지나가는 늑대들이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는 것을 거만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욕심 많은 늑대는 생각할수록 참을 수가 없었다. 드디어 욕심 많은 늑대는 자리에서 일어나 늑대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그들이 잘 보이는 바위 위에 욕심 많은 늑대는 낑낑대며 올라가서는 큰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친애하는 늑대들이여! 나를 보시오. 모처럼 이렇게 많은 늑대들이 여기에 모였으니, 내가 여러분께 긴요한 말을 전하려고 하오.”
그러자 모여 있던 많은 늑대들은 일제히 욕심 많은 늑대를 쳐다보았다. 욕심 많은 늑대는 모든 늑대가 자기를 쳐다보는 순간 흥분되어 의기양양하게 큰 소리로 외쳤다.
“나, 이 늑대는 지금까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소. 아무래도 우리 늑대의 나라에는 나와 같은 훌륭한 왕은 없을 것이요. 물론 나는 왕이 되고픈 마음은 없소만, 여러분들이 그토록 나를 존경하여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대로 가만히 있다는 것이 여러분에게 도리가 아닌 듯하오. 그래서 이제 여러분들에게 내 마음을 전하려고 하오. 잘 들으시오. 내가 여러분의 왕이 되어 여러분을 다스린다면 여러분들은 기뻐하지 않겠소?”
욕심 많은 늑대를 멍하니 쳐다보던 늑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석을 던지고 돌을 던지며 소리쳐 말했다.
“무엇이 어쩌고 어째, 누가 너 같은 욕심 많은 늑대를 존경한다고 그래? 미친놈아~ 우리가 언제 너를 존경했단 말이냐!”
“아니, 여러분이 내 앞을 지나가면서 나에게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지 않았소? 머리를 숙이면서 존경의 표시를 내게 하지 않았소?”
“야~ 욕심쟁이야~ 우리가 너에게 머리를 숙이면서 존경했다고? 웃기지 마라. 너의 배가 너무나 요상하게 생겨서 차마 쳐다보기가 싫었던 것이지. 널 존경해! 이 미친놈아~ 당장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꺼져버려!”
“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심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는 걸 몰라! 미친놈아~ 당장 꺼지지 못해!”
흥분한 늑대들이 돌과 막대기를 들고 욕심 많은 늑대에게 달려들어 두들겨 패서 쫓아내었다. 욕심 많은 늑대는 뒤뚱뒤뚱 절뚝절뚝하면서 겨우 늑대들의 몰매를 피해 어두운 숲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