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소라 섬에서 마음을 열다
[소라 섬 소녀 이야기 편]
46. 소라 섬에서 마음을 열다
이른 아침에 소녀는 홀로 자매 섬 바위에 앉아서 바라보던 소라 섬을 드론으로 해상 위에 올려 사진을 찍었다. 어느덧 수평선 위에 한참이나 올라온 해는 지그시 소녀를 바라보며 바람과 함께 햇살을 보내었다. 소녀의 얼굴에는 홍조가 드리운 듯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사실 소녀는 자신이 살아온 소라 섬으로 다시 돌아온 것에 마음에서부터 붉게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소녀는 바위 위에 서서 해를 향해 손을 높이 들어서 흔들었다. 그러자 해도 소녀에게 마음을 전하려는 듯이 해수면 위에 햇빛 물결을 보내었다. 소녀는 너무나 기뻐서 가벼운 마음으로, 아니 가벼운 몸으로 바람에 날려갈 듯이 가볍게 바위에서 내려와 자매 교회의 기도실로 들어갔다. 벌써 친구들이 다 일어나 있었다. 그리고 소녀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소녀가 기도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친구들은 함성을 지르며 야단이었다.
“야~ 너 혼자 어딜 갔다 온 거니? 우릴 안 깨웠어!”
친구들은 많이 아쉬워했다. 소녀도 손에 든 가방을 내려놓으면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미안해! 사실 나도 아무 생각 없이 밖으로 나갔던 거야.”
“아무 생각 없이 나갔다면서 가방을 왜 가져간 거야?”
“응? 그러네. 미안!”
“거봐 넌 우리에게 뭘 숨기고 있는 거지?”
“알았어! 내가 뭘 보여줄게 밖에 나가볼까?”
“뭔데?”
친구들은 소녀의 뒤를 따라 교회 마당으로 나왔다. 그리고 소녀는 드론을 꺼내어 하늘 높이 날아 올렸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조정키의 화면을 보여주었다. 친구들은 소녀에게로 몰려와 자매 섬의 전면을 보고, 그리고 소라 섬도 보았다. 무엇보다 넓은 바다에 자매 섬과 소라 섬의 모양을 볼 수 있어서 소녀의 친구들은 놀랐다.
“우와~ 자매 섬이 이렇게 생겼구나! 소라 섬도 귀엽다.”
그때에 엘리자와 스미스가 마당에 나오셨고, 할머니와 친구 권사님도 나오셨다. 그리고 나중에 섬 목사님과 사모님이 마당에 나오셨다. 그리고는 소녀와 친구들이 모여서 웅성대는 모습을 바라보고 계셨다. 최 집사님 내외분이 작은 여객선을 끌로 자매 섬으로 와 선착장에 정착을 하고는 자매 교회로 오고 있었다. 그때에 마침 젊은 집사님들이 교회 식당에서 나오시면서 아침식사를 하시라고 말했다. 섬 목사님은 식사하시자고 말하시며 소녀와 할머니와 나이 많은 권사님 그리고 엘리자 부부를 모시고 교회 식당으로 들어갔다. 소녀의 친구들도 뒤따라 식당으로 갔다. 최 집사님 내외분도 멀리서 손을 흔들며 곧 교회 식당으로 따라 들어갔다. 모두들 아침식사를 마치고 최 집사의 여객선을 타고 소라 섬으로 갔다. 여객선이 점점 소라 섬으로 다가가자 소녀와 할머니는 말이 없었다. 그저 바라만 보고 계셨다. 엘리자의 부부도 소녀의 옆에 서서 설레는 마음으로 소라 섬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라 섬에 가까이 오니 마음이 뒤숭숭하시지요? 그동안 최 집사 내외분이 잘 관리를 해오셨습니다.”
소녀와 할머니는 최 집사의 내외분을 바라보았다. 눈빛으로 감사하다는 표정을 하였다. 여객선은 소라 섬의 조그만 부두에 정착을 하였다. 그리고 모두들 배에서 내렸다. 제일 먼저 내린 소녀와 할머니는 서로 손을 꼭 잡고 걸었다. 그 뒤를 엘리자 부부가 따랐고,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권사님과 소녀의 친구들이 줄줄이 따라갔다. 최 집사의 내외분은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대문을 들어서서 마루에 다가오신 할머니는 마루를 두 손으로 어루만지시고 계셨다. 소녀는 할머니를 꼭 안으면서 속삭였다.
“할머니, 기쁘시죠? 저도요.”
할머니는 소녀의 속삭이는 소리에 고개를 끄덕이셨다. 곧 엘리자 부부가 할머니 옆으로 와 할머니를 안았다. 할머니는 엘리자 부부의 손을 어루만지시며 눈물을 흘리셨다. 할머니의 마음을 눈물로 대신한 것이다. 이렇게 손녀를 돌봐주어서 너무나 고맙다는 마음에서였다. 왜 할머니는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 할머니는 자신이 이제 얼마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미국에 있는 동안에도 할머니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으시고,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내시면서 미국에 있는 동안에 마음도 몸도 내려놓으시다 보니 자신이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에 뜻밖에 스미스의 제안으로 여름휴가를 소라 섬에서 보내자는 말을 듣고 할머니는 속마음으로 한없이 눈물을 흘리셨던 것이다. 영영 소라 섬으로 돌아갈지 알 수 없었던 할머니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다. 그 좁은 마루에 모두들 들어와 앉았다. 그러자 목사님이 마당으로 나오셔서 소라 섬에 온 기념으로 사진을 찍겠다고 말하시고는 바로 사진을 찍었다. 마루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엘리자는 할머니의 손을 다시 잡아주면서 말을 했다.
“할머니, 여기가 참 아름다워요. 기쁘시지요.”
할머니는 그렇다고 고개를 연신 끄덕이셨다. 최 집사의 부인이 일어나서는 방안들을 할머니께 보여드리고, 엘리자 부부에게는 소녀가 쓰던 방으로 안내를 했다. 할머니와 소녀는 감탄을 했다. 소라 섬을 떠났을 때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로 그대로 다 있었다. 그것도 깨끗하게 잘 정리가 되어 있었다. 아마도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최 집사 내외분과 교회의 몇 분의 집사님들이 와서 깨끗하게 정리해 놓았던 것이다.
소녀는 엄마 동굴이 그리웠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마당으로 나와 우르르 엄마 동굴로 갔다. 엄마 동굴에도 엄마의 소품들과 소녀의 소품들도 함께 잘 정리되어 있었다. 소녀가 더욱 놀라운 것은 동굴의 입구를 예쁘게 문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이제는 밖으로부터 바람이나 먼지나 빗물이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가끔 최 집사의 부인이 와서는 습기 제거를 위해 습기제거장치를 설치하여 습기를 제거하고, 겨울에는 눈바람이 불어오지 않도록 관리를 했었던 것이다.
소녀는 또 궁금한 것이 있었다. 등대와 등대의 집이 어찌 됐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다시 친구들을 데리고 등대 쪽으로 올라갔다. 사실 등대와 등대의 집은 소녀의 친구들이 관리를 했었던 것이다. 소녀는 한 걸음 한 걸음 등대 위를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자 친구들도 소녀를 따라 한 걸음씩 올라가고 있었다. 등대 위에 올라온 소녀는 감탄을 했다. 등대의 등이 너무나 깨끗한 것이었다.
“어머, 등들이 너무 깨끗하네? 주변도 깨끗해! 갈매기 똥도 없어?”
“놀랐지? 누가 이렇게 잘 관리했을까?”
소녀의 친구들은 능청 부렸다. 소녀는 친구들을 돌아보며 기우뚱하더니, 친구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매우 가까이서 쳐다보더니 한 마디 말했다.
“너희들 날 못 속이지~ 딱 얼굴에 다 쓰여 있어! 어딜 감히 날 속여~”
소녀의 친구들을 한바탕 웃어버렸다. 그리고는 몰려와 소녀를 덮쳤다.
“아이고~ 나 죽는다. 숨 막혀!”
다시 소녀는 친구들과 함께 등대의 집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등대집 안에도 깨끗했다. 그때 펜팔 친구들이랑 함께 지냈던 침대들도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때에 한 친구가 소리쳤다.
“야~ 우리 여기에 우리들의 침대도 마련하자! 모두 여기서 자는 거야~ 어때?”
“가능할까? 우리 모두 몇 명이지? 하나 둘 셋…….”
“다닥다닥 붙이면 가능할 거야!”
“그래, 그렇게 하자! 소라야~ 오케이지?”
“응, 나도 좋아~ 그러지 말고 지금 당장 해놓자!”
소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소녀와 친구들은 등대 집에서 나와 바위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집으러 달려갔다. 먼저 목사님을 찾았다.
“목사님, 우리 모두를 위해 등대 집에 침대를 들여놔주세요!”
목사님도 최 집사 내외분도 그리고 할머니도 엘리자 부부도 놀랐다. 갑자기 소녀와 친구들이 요구하는 것에 당황을 하셨다. 그러자 최 집사님이 목사님께 그렇게 하지요 하고 응원을 해주셨다. 친구들도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는 최 집사님을 에워싸고는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최 집사님도 대단하시다. 곧바로 부두 쪽으로 걸어가셨다. 소녀와 친구들도 따라갔다. 목사님과 사모님은 미소를 짓고 계셨다. 옆에서 엘리자와 스미스는 목사님께 말했다.
“괜찮을까요? 그 많은 침대를 어디서 가져오죠? 혹 제가 지원을 하면 어떨까요?”
“그럼 좋지요. 하지만 아이들은 즉흥적이라서 기다리지 못할 겁니다. 두고 보시지요. 우리 최 집사님의 테크닉을요.”
정말 그랬다. 최 집사님은 교회 안에 있는 야외용 침대들을 싣고 돌아왔다. 그리고 소녀와 친구들은 합세하여 침대들을 들고 등대의 집으로 갔다. 등대의 집 안에는 소녀의 친구들의 침대들이 두 줄로 마주 보게끔 맞춰져 정리가 되었다. 친구들은 신났다. 침대 위를 이리저리 뛰어넘고 야단법석들이었다. 이때에 한 친구가 소리쳤다.
“우리, 오늘부터 여기서 자자!”
“그래, 좋아!”
친구들이 그렇게 말하자 소녀는 딴생각을 했었다. 조용히 엄마의 동굴에서 잘까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친구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걸 보고는 포기하고 함께 동요했다. 어찌 보면, 친구들이 소녀의 울적한 마음을 빼앗아 버린 것이 되었다. 소녀에는 다행인 것이다. 그렇게 신나게 침대 위를 뒹굴며 놀았던 친구와 소녀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때에 한 친구가 한 말 때문이었다.
“애들아! 우리 옛날로 간 기분이야~ 지금 우리 뭐 하고 있니?”
소녀도 친구들도 서로 얼굴을 쳐다보더니 한바탕 웃어버렸다. 다들 이십 대가 넘은 나이들이었다는 것을 잊어버렸던 것이다. 그렇지, 소꿉놀이 친구들을 만나면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소녀와 친구들은 벽시계를 바라보더니 점심때가 훨씬 지나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소녀와 친구들은 우르르 등대의 집에서 나와 집으로 갔다. 이미 어른들은 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였다. 아이들이 우르르 마당으로 들어오는 것을 본 엘리자와 할머니는 부엌으로 가서 수고하시는 집사님들께 말했다.
“애들이 내려왔어요!”
곧 집사님들은 아이들의 점심식사를 마루에 차려놓아 주셨다. 아이들은 줄줄이 마루 위에 올라 둘러앉았다. 눈앞에 놓인 시원한 냉국수를 보자 “와~” 하고 외치더니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후다닥 국수를 먹어치웠다. 소녀도 너무 오랜만에 냉국수를 먹었다. 그것도 자매교회의 집사님들이 만드신 회 냉국수였다. 아무데서도 먹을 수 없는 자매교회의 특유한 냉국수인 것이다. 누구든 먹고 싶으면 자매교회로 오시오~
점심식사를 아이들이 다 먹은 것을 보시고는 목사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최 집사의 여객선을 타고 자매 섬으로 돌아갔다. 이제 할머니와 소녀 그리고 엘리자 부부만이 소라 섬에 남았다. 시끄러웠던 시간이 지나갔고 조용한 시간이 돌아왔다. 할머니와 소녀는 마루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엘리자와 스미스는 조용히 집을 나섰다. 그리고 소라 섬 주변을 걸었다. 오래전에 미국에서 일꾼들이 와서 소라 섬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태양발전기까지 설치하고 등대도 설치해 놓은 것을 두 분은 둘러보며 부족한 것이 없는지, 또는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를 살피며 산책을 하였다. 스미스는 엘리자의 어깨를 감싸며 걸었다. 엘리자는 스미스의 허리를 손으로 감싸 안은 채로 걸었다. 소라 섬 주변 길을 걸어가던 스미스는 둘레 길에도 태양광 가로등이 필요하겠다고 생각을 했다.
소녀가 자주 왔다는 작은 해변에 이르자 두 사람은 멈추어 서서 주변을 둘러보며 말이 없었다. 엘리자는 소녀가 여기서 새벽마다 해를 맞이하곤 했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스미스는 소녀가 자주 온 곳이라는 생각에 여기에 소녀를 기쁘게 해 줄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는 어둠이 서서히 소라 섬 주변으로 오고 있었다. 어느새 달이 하늘에 밝게 빛나고 있었다. 집에서 할머니와 함께 있던 소녀는 오랜만에 갈매기들이 담장 주변에 몰려와 끼우 끼우 하며 반갑다고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는 반갑다고 일어나 마당으로 나왔다. 갈매기들도 기쁘다고 소녀의 머리 위를 빙빙 돌며 환영을 해주었다. 그러자 소녀는 머리 위에 달이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을 목격을 했다. 그리고 소녀는 손을 높이 들어 달에게 반답다고 반응을 보여주었다. 달도 반갑다고 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소녀는 문뜩 엘리자와 스미스가 생각이 났다.
소녀는 할머니에게 두 분을 찾으러 갔다 오겠다고 말하고는 대문을 나섰다. 할머니는 슬슬 부엌으로 가셨다. 그리고 두리번거리며 부엌 안을 살폈다. 너무나 잘 정돈되어 있음을 보고는 놀라면서도 만족해하셨다. 그리고는 저녁식사를 준비하려고 하셨다. 소녀는 대문을 나서면서 달리듯이 소라 섬 주변을 돌았다. 엄마 동굴을 지나 큰 바위를 지나자 두 분이 해변에 계신 것을 보았다. 소녀는 달려가 엘리자의 허리를 감쌌다. 엘리자는 깜짝 놀라면서도 반가웠다. 엘리자는 손을 뻗어 소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는 소녀에게 말했다.
“소라리자~ 네가 새벽마다 여기에 온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단다. 너도 다시 여기 오니 기분이 어떠니?”
“좋아요. 이젠 마미랑 함께 여기 와요~”
“그래? 좋지! 내일부터 그럴까?”
“네.”
옆에서 엘리자와 소녀가 서로 안겨서 이야기하는 것을 바라보던 스미스는 허리를 구부리어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을 했다.
“여기에 우리 딸을 위해 무엇을 해놓을까요?”
“여기에요? 음……. 소라 집?”
소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문뜩 소라껍데기가 생각이 났다. 소녀는 소라껍데기 아니 소라 집을 엄마 동굴에 엄마의 소품들과 함께 상자 속에 넣어 든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주변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소녀는 엘리자와 스미스의 손을 양손으로 잡고는 집으로 걸어갔다. 그런 모습을 거울로 보는 듯 자신이 양부모님과 함께 걷고 있는 것을 소녀는 생각하며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동안 언제나 소녀는 혼자였었고, 이렇게 부모의 양손을 잡고 걸어본 적이 소녀에게는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소녀는 양손에 부모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소녀는 엘리자를 쳐다보다가 스미스를 쳐다보며 걸었다. 소녀의 이러한 행동을 엘리자와 스미스는 눈치를 챘다. 그리고 마음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 소라리자가 그동안 많이 외로웠겠구나.’
그러자 엘리자와 스미스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뭔가를 공감을 하였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그 다 큰 소녀의 양손을 힘껏 들어 올렸다. 갑자기 소녀의 몸이 위로 당겨짐을 느낀 소녀는 껑충 뛰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수차례 뛰었다. 엘리자 부부는 그만 소녀의 손을 놓고는 크게 웃으시며 말했다.
“우리 딸, 너무 무겁다.”
소녀도 배꼽을 잡고는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엘리자도 스미스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웃으며 대문으로 들어오니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다 말고 할머니는 마당으로 나왔다.
“할머니, 마미와 대디가 날 들어 올렸어!”
할머니는 눈이 커지더니 그럴 리가 하는 표정이었다. 스미스는 소녀가 너무 무겁다는 듯이 몸짓을 보였다. 그때서야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셨다. 그리고 할머니가 차린 저녁식사를 엘리자와 스미스와 소녀는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 스미스는 할머니께 서튼 한국말로 말했다.
“할머니, 미국에서 만드신 것보다 더 맛있어요.”
할머니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시었다. 모두 즐거운 저녁식사를 마치고는 소녀가 해온 커피를 엘리자와 스미스 그리그 할머니는 마시며 마루에 앉아 검푸른 바다와 하늘에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달도 흡족한 듯이 더욱 밝게 비추어주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엘리자와 스미스는 소녀의 방에서 자고, 할머니와 소녀는 할머니의 방에서 자리에 누웠다. 갑자기 소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앉더니 할머니께 말했다.
“할머니, 나, 엄마 동굴에 가서 자면 안 될까?”
할머니는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셨다. 소녀는 조용히 베개를 들고는 집을 나왔다. 그리고 엄마 동굴로 갔다. 그리고는 엄마의 일기장을 가슴에 품고는 침대 위에서 소녀는 잠이 들었다.
아직 날이 밝아오지 않은 새벽에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동굴 입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하늘에는 아직 별들이 반짝이고 달이 소녀를 기다렸다는 듯이 소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소녀는 달을 보고서야 마음이 열렸다.
“그래, 너도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 반갑지?”
“네가 어디에 있든 나는 항상 널 보고 있지. 넌 미국 생활이 힘들었나 보구나?”
“글쎄, 힘들었나? 하여간 너무 바쁘게 지나갔어.”
“그럴 테지, 그래도 넌 모든 걸 잘 해냈어~ 실은 좀 염려했었지.”
“고마워, 네가 나를 지켜주었구나.”
“내가 지켜주긴? 천만에……. 난 널 지켜보았을 뿐이야. 널 지켜주신 분이 누구인지 알지?”
“그럼, 농담도 못하냐? 어떻든 빠른 시간들이었어.”
“그래서 마음을 닫고 살았구나!”
“아~ 내가?”
그때서야 소녀는 달이 말해준 말처럼 사실 미국 생활에 있어서 바쁘게 시간들을 보내었지만 소녀의 마음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야 소녀는 소라 섬에 와서야 마음을 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