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 섬 소녀 이야기 편]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다. 소녀는 여전히 시카고 대학교 도서관을 들락거리며 책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겨울인지라 어둠이 빨리 찾아왔다. 소녀는 더 어두워지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책들을 반납하고는 자동차를 운전하여 집으로 달리고 있었다. 이젠 소녀는 운전을 여유롭게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운전을 할 때마다 긴장을 많이 했었던 소녀였다. 집에 도착한 소녀는 먼저 식당에서 저녁 준비를 하는 엘리자에게 가서는 포옹을 하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 곧 몸을 씻고는 옷을 갈아입고 나와 마미 엘리자를 도왔다. 엘리자는 옆에서 도와주는 소라리자의 모습을 훔쳐보면서 매우 좋아했다. 엘리자는 소녀를 볼 때마다 늘 마음속으로 소라리자를 딸로 주신 주님께 감사를 했다. 스미스도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소녀는 식탁 위를 예쁘게 탁보를 깔고 포크와 나이프, 접시 등을 가지런히 놓았다. 그리고 탁자에 있던 꽃병을 가져다 새 물을 갈아주고 다시 탁자 위에 놓았다. 오늘은 무슨 날인지 엘리자는 미국식 스테이크와 샐러드 두 종류와 피클과 치즈, 김치와 전을 준비를 했다. 그렇게 식탁에 음식들을 준비해 놓자마자 파파 스미스가 현관으로 들어왔다.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달려가서는 파파 스미스의 가방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함께 이층에 스미스 씨가 쓰는 사무실처럼 쓰는 방으로 소녀는 따라갔다. 엘리자는 두 사람이 이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다가 디저트로 크림 베리 파이를 따로 준비해 놓았다. 그리고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엘리자는 바라보았다. 궁금함을 느낀 엘리자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스미스의 방문을 열어보니 소녀와 스미스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뭐해? 저녁식사를 다 준비해 놓았는데…….”
“응? 그래~ 내려가자!”
스미스 씨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고 뒤따라 소녀도 따라나섰다. 엘리자가 소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말을 걸었다.
“파파랑 무슨 이야기 한 거니?”
“할머니에 대해서 이야기했어요.”
“왜? 할머니를…….”
“겨울 방학 때에 가보지 않겠냐고 말씀하셨어요.”
“그래라~ 겨울엔 할머니도 많이 적적해하실 것 같구나.”
“저 혼자요?”
“우리 둘만 갈까?”
“네, 마더~”
식당으로 내려온 스미스와 엘리자와 소녀는 엘리자가 차린 미국식 음식들로 즐겁게 식사를 했다. 이젠 소녀도 미국 음식을 좋아하게 되었다. 다행으로 김치가 있어서 느끼하지 않았다. 역시 스미스 씨도 김치를 매우 좋아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 앉아서 커피를 나누면서 아까 스미스 방에서 나누었던 것을 다시 이야기를 했다.
“오늘 업무 중에 한국인을 만났는데, 한국에서는 칠순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면서 큰 잔치를 한다더군.”
“어머, 그러고 보니깐 할머니께서 칠순이 넘으셨네요. 어쩌죠?”
“네, 할머니가 쉰 살이실 때에 저가 태어났거든요. 그러니깐 제가 지금은 스물이니깐 올해가 칠순이 되어요.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았어요.”
“그렇지, 한국은 음력으로 계산하더구나. 그러니까~ 할머니 생일은 12월 19일이면 어떻게 되나?”
“1월 16일이에요.”
“넌 어떻게 알았니?”
소녀는 핸드폰으로 음력을 양력으로 변환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엘리자는 소녀의 폰을 들어다 보고는 신기해하였다. 옆에서 스미스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엘리자는 스미스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여보, 할머니의 칠순잔치를 멋지게 꾸며 봐요?”
“그렇잖아도 그 친구가 좋은 아이디어를 줬어!”
“뭔데요?”
“전통식으로 하는 거지~ 한국식 말이야.”
“어떻게?”
“일단 섬 목사와 상의를 하고 나서 말해 줄게!”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소녀는 매우 기쁜 마음에 할 말을 잃고 있었다. 이때에 엘리자가 소녀에게 물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좋은 생각이 없을까?”
“전 파파가 섬 목사님과 상의하신 대로 하면 좋아요. 교회에서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오~ 그래, 교회에서 하는 것도 괜찮구나!”
스미스는 번뜩 교회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두들 흥분되어 잠잘 시간을 훨씬 지나고 말았다. 소녀는 엘리자와 스미스에게 인사를 하고 이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소녀는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자매교회에 친구 미경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미경이가 바로 받았다. 할머니의 칠순 잔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국은 12월 초부터 1월 초까지는 경사이다. 거리마다 백화점마다 화려하고 북적인다. 그러나 소녀에게는 신기할 뿐, 별 관심이 없다. 그런 일에 익숙하지 못한 소녀에게는 생소한 일로만 보일 뿐이다. 몇 년을 지켜본 소녀는 이제는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 교회의 친구들이나 학교의 친구들은 마음이 들떠있는데도 소녀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소녀는 자매교회에 있을 때에 교회 내에 장식들만 보아왔었다. 그런데 미국에 있는 소녀에게는 거리마다 화려한 장식들과 분주하게 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인간 세상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예수를 믿는 사람이든, 안 믿는 사람이든 왜들 크리스마스에 마음들이 들떠있을까? 소녀는 참 궁금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소녀는 예수가 태어나던 그날을 생각하고 있었다. 고요한 밤에 사람들, 유대인들은 잠잠해했으며, 동방의 박사들과 양치기 목동들만이 찾아와 아기 예수를 경배했을 뿐이다. 오히려 하늘에 천사들의 요란하게 찬양을 했다.
어느덧 12월을 홀딱 지나갔다. 그리고 새해를 맞이했다. 신년부터 스미스에게는 변호사의 일처리가 많아서 함께 동행하지를 못했다. 소녀와 엘리자 둘만이 한국으로 떠났다. 너무 이른 아침인데도 인천공항에는 벌써 섬 목사 내외분과 소녀의 친구들 몇 명이 참석을 했다. 역시 최 집사가 차를 렌트해 오셨다. 1월 10일이라서인지 날씨가 제법 쌀쌀하였다.
소녀와 엘리자는 섬 목사님과 일행들과 함께 최 집사가 운전하여 소라 섬을 향해 열심히 달렸다. 소라 섬에 도착한 소녀와 엘리자는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자매 섬에 있는 작은 가든 학교가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바로 교회 옆에 현대식 아담한 학교였다. 먼저 목사님은 소녀와 엘리자에게 가든 학교를 소개하였다. 아직은 홍보가 되지 않아서 자매 섬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이 전부였다. 학교를 들러본 엘리자는 미국 시카고에 있는 가든 학교와 비교하게 되었다. 교육 프로그램들은 미국에 가든 학교의 도움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역시 시설이나 자료들도 미국의 가든 학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듣기에는 자매 섬에 사는 부모들이 매우 만족을 한다고 목사님은 자랑을 했다.
교회에서는 권사님과 집사님들이 환영을 위해 간단한 식사 자리를 만들어 놓았다. 특히 소녀의 할머니도 거기 계셨다. 소녀는 할머니를 보자 달려가 크게 끌어안았다. 할머니도 너무 기뻐서 소녀를 꼭 안아주었다. 옆에서 엘리자도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는 엘리자에게도 반가움에 안아주었다. 옆에서 바라보던 심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함께 있는 교회 식구들은 환영의 박수를 쳤다.
그리고 차려진 저녁식사를 함께 나누고는 소녀와 할머니 그리고 엘리자는 심 목사님과 몇 분 권사님들과 함께 최 집사의 여객선을 타고 소라 섬으로 갔다. 물론 소녀의 친구들도 따라나섰다. 소라 섬에 도착한 소녀와 할머니 그리고 엘리자는 마루에 앉아서 해가 지려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 목사님도 교회 권사님들도 그 옆에 나란히 앉아서 늘 보는 해지는 모습을 함께 바라보았다. 소녀의 친구들도 마당에 있는 평상 위에 앉아서 해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잠시 조용한 시간을 가지고 있을 때에 어떻게 알고 날아왔는지 갈매기 떼들이 날아와 주변에 담장 위에, 장독대 위에 앉았다. 해가 지는 광경을 소녀는 바라보면서 말없이 눈물을 흐리고 있었다. 이를 본 엘리자는 마음이 뭉클해졌다. 여기서 태어나서 자라왔던 소라리자에게는 잊을 수 없는 곳이지 하는 생각을 엘리자는 하게 되었다. 이때에 소녀의 친구들이 소녀의 눈물을 발견하고는 소녀 옆으로 조르르 몰려와 앉았다. 그리고 약속이나 했듯이 소녀의 친구들도 눈물을 흐리고 있는 것이다. 역시 여자아이들은 눈물이 참 많은 것 같다. 아니 서해에 지는 해도 너무 반가워서 눈물을 흘렸을 거야. 곧 하늘에 붉게 물들면서 바다 위에 황금물결이 장관을 이루었다. 그러자 갈매기들이 일제히 날아오르더니 마당 위를 한 바퀴 돌고는 멀리 바다를 향해 날아갔다. 소녀는 갈매기들이 점점 작아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라질 때까지 눈길을 놓지 않았다.
이때에 심 목사님이 일어나서는 할머니의 집 주변에 있는 현대식 건물을 보여주면서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할머니의 집에서 바다가 가려지지 않도록 지워진, 할머니의 집 뒤쪽으로 이층으로 된 예쁜 건물이 보였다. 아직은 노인들이 많지 않은 노인 요양원, 수양관이 지어졌다. 내부시설은 미국식으로 노인의 객실이 일층에 좌우 열 실이 있고 직원실이 있고 식당이 있었다. 이층에도 같은 모양의 객실이 열 실이 있었다. 그리고 함께 할 수 있는 홀이 일이층의 중앙에 있다. 현재로는 자매 교회에 노인 다섯 분만이 일층에 계셨다. 엘리자와 소녀와 할머니가 심 목사님을 따라 현관으로 들어서니 노인 다섯 분이 모두 나와 반겨주었다. 엘리자는 내부시설을 바라보고는 매우 만족해했다. 스미스 씨의 권유로 미국 기술자분이 직접 와서 지웠던 것이다. 노인 다섯 분과 함께 엘리자는 소녀와 할머니 그리고 목사님과 일행은 이층에 있는 홀에서 다과를 나누며 대화를 가졌다. 이 노인 요양원 겸 수양관에는 자매 교회의 여 집사님들이 담당을 하고 있었다. 엘리자는 차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니 아직은 어둠이 내려오지 않아서 짙은 바다 빛과 멀리 보이는 자매 섬이 잘 어울려 아름답게 보였다.
다음 날 이른 아침에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았다. 겨울인지라 해도 늦게 떠오른다. 엘리자와 소녀 그리고 목사님과 소녀의 친구들이 함께 은혜의 해변으로 왔다. 소녀는 해변에 있는 기도하는 소라 집을 보고 감격에 입이 벌어졌다. 사실 인터넷으로 본 것이지만 실제로 보니 너무나 멋진 소라 집이었다. 또다시 소녀는 엄마의 동굴 속에 있는 친구인 소라 집이 생각이 났다. 소녀는 친구들이랑 함께 먼저 소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자는 목사님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소라 집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소라 집 안에는 바다를 향해 넓은 홀이 있었다. 그리고 반대쪽으로는 작은 방들이 많이 있었다. 소녀의 친구들은 소녀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홀에는 마루로 되어 있었다. 누구나 어디에 앉아서든 조용히 묵상기도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작은 방에는 방음이 잘 되어 있어서 마음껏 소리 내어 기도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소녀는 매우 만족을 했다. 이때에 엘리자가 목사님과 함께 들어오셨다. 소라 집은 여러 층으로 되어 있었다. 맨 꼭대기 층에는 방이 하나뿐이었다. 이 방은 예약을 해야 만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소라 집을 나온 소녀는 해변에 작은 바위 위에 여자 동상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해 했다. 그때에 소녀와 가장 가까운 친구인 미경이가 소녀에게 다가와 말했다.
“저기 보이는 여자 동상은 누구인지 아니?”
“글쎄? 예기는 들었지만……. 설마~”
“맞아! 너야~ 좀 닮지 않았니? 여기가 네가 있던 바위라며…….”
“저 바위는 내가 해를 바라보던 자리였지. 이젠 빼앗겼네!”
“그렇구나! 미안하게 됐구나. ㅋㅋ”
소녀는 친구들과 등대의 집으로 갔다. 멀리서 보아도 옛날 그 집이 아니었다. 마치 작은 호텔처럼 보였다. 소녀는 매우 궁금했다. 친구들과 함께 올라간 등대의 집은 자매의 집(Sister's Inn)이라는 간판이 걸려있었다. 자매의 집 안으로 들어선 소녀는 감격했다. 옛날의 넓은 홀이 아니었다. 좀 더 넓어졌고, 이층이 있다. 건물 안에는 객실이 많다. 아래층만 해도 객실이 열은 넘는다. 그리고 프런트(front)가 있고 식당과 직원실이 있다. 그리고 이층에는 더 많은 객실이 있고, 바다 쪽으로 넓은 홀이 있다. 그때에 마침 직원인 두 젊은 남녀가 나왔다. 알고 보니 자매 교회의 결혼한 젊은 남녀였다. 소녀는 반가워하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여기에서 일하세요?”
“반가워요. 소라! 네 덕분에 이런 멋진 곳에서 일하게 되었단다. 그리고 등대도 우리가 맡아서 관리하고 있어. 걱정 안 해도 된다.”
“어머, 등대까지 맡으셨어요. 전 친구를 하나 잃었네요.”
“친구? 누가 친구지?”
“저 등대는 저의 친구예요. 잘 부탁해요.”
“아~ 친구? 우리도 그럼 친구 해야겠네요.”
이 말을 듣고 있던 소녀와 친구들은 한바탕 웃었다. 그때에 엘리자가 목사님과 함께 자매의 집으로 들어왔다. 웃음소리가 들리자 두 사람은 그쪽으로 갔다.
“무슨 일이에요? 웃음소리가 입구에까지 들려요.”
“예, 등대가 소라에게 친구라고 해서요. 우리도 친구 하겠다고 했더니 그러네요.”
자매의 집을 맡은 젊은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엘리자와 목사님도 함께 웃었다. 그리고 목사님이 한 마디 하셨다.
“그럼, 여긴 모두 소라의 친구들이지~ 그러니 잘해야 할 걸!”
그렇게 소라 섬의 새롭게 단장된 것들을 들러보고 내려오니 벌써 해는 떠올라와 심통을 부리고 있었다. 구름 뒤에 숨어서 햇빛을 거두어버렸던 것이다. 그렇잖아도 겨울인지라 햇볕이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해는 모르지 않았다. 소녀는 해를 바라보고는 눈을 쏘았다. 그러자 해가 다시 구름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소녀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넌 아직도 철이 없구나. 꼭 우리가 서로 마주 보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중요한 걸 잊었어?”
해는 미안해서 다시 구름 속으로 숨으려고 하자 소녀가 다시 쏘아보고 있었다. 해는 멈칫하더니 다시 구름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소녀는 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런 소녀를 바라본 친구들도 소녀를 따라 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를 바라보던 엘리자는 마음속으로 생각을 했다.
“역시 우리 소라리자는 뭔가 다르기 달라~ 어찌 자연을 벗 삼아 지내는지 너무나 놀라워!”
그러나 심 목사님은 당연하다는 듯이 소녀와 친구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셨다. 그렇게 소라 섬들을 돌아보고 내려온 일행은 할머니의 집에 도착을 하니, 벌써 수양관 안에는 모두들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일행은 수양관 안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합류를 했다. 아침식사를 마친 후에 소녀와 친구들은 은혜의 해변으로 달려갔다. 엘리자는 심 목사님과 오랫동안 대화를 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노인 요양원에 계시는 노인들과 홀에서 차를 마시며 함께 지내고 계셨다.
심 목사님과 소녀의 친구들은 자매 섬으로 가고 소녀와 엘리자는 할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는 동안 시간이 흘러 15일이 되었다. 자매 교회에서는 할머니의 칠순 잔치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사실 엘리자도 가서 도와주고 싶었다. 그런데 집사님들이 극구 말림으로 할머니와 함께 있었다. 할머니도 자신의 칠순 잔치를 교회에서 준비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할머니는 너무 고맙고 미안해하셨다. 그러나 소녀의 간절한 마음을 듣고는 할머니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할머니의 생신날 전날인 15일 밤이었다. 소녀와 엘리자는 할머니 방에서 할머니와 함께 자기로 했다. 그래서 소녀가 쓰던 옆방이 비워있는데도 소녀와 엘리자는 할머니의 방에서 이불을 넓게 펴놓고는 나란히 누어 잤다. 밤늦도록 소녀는 할머니에게 미국에서 지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사실 한국말이어서 다는 알아듣지 못하지만 엘리자도 함께 들었다. 엘리자는 소라리자가 매우 생각이 깊은 딸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는 매우 만족해하시며 끝까지 들으시고는 가끔 응원하듯이 반응을 보여주시곤 하셨다. 밤이 너무 깊어지자 모두 잠이 들었다. 새벽 날이 밝아오자 소녀는 일찍이 눈을 뜨고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며시 방문을 열고 나가는 것을 엘리자가 보았다. 그리고 엘리자도 뒤따라 나섰다. 소녀는 마미가 따라오는 것을 보고는 잠시 멈추고 엘리자와 함께 은혜의 해변으로 같이 걸어갔다. 해변에 이르자 소녀는 멈칫했다. 소녀는 어떻게 하나 생각을 하였던 것이다. 전에는 해변에 서서 해를 기다리거나 바위에 올라서서 해를 보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해변에는 기도하는 소라의 집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소녀는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 엘리자가 소녀의 손을 잡아 이끌고 소라의 집안으로 데리고 갔다. 소녀는 마미 엘리자를 다라 이층 홀로 갔다. 그리고 소녀는 창가에 바싹 다가앉았다. 엘리자는 좀 떨어진 곳에 앉았다. 그리고 해 떠오르기를 기다리며 소녀도 엘리자도 기도하고 있었다. 잠시 후에 소녀의 얼굴에 햇빛이 가득해졌다. 소녀는 눈을 뜨고 창밖으로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모처럼 맞이하는 해를 바라보는 소녀의 마음은 콩닥콩닥 뛰었다. 그때에 소녀의 귓가에 소리가 들려왔다.
“소라야~ 내가 네 마음을 읽었고 들었다. 너의 할머니를 내가 삼십 년을 더 살게 할 것이다.”
소녀는 요동도 하지 않은 채로 소녀의 귓가에 들여온 소리를 되새기고 있었다. 그리고 소녀는 문뜩 성경말씀이 생각이 났다.
“네가 기도하는 소리를 내가 들었고, 네가 흘리는 눈물도 내가 보았다. 내가 너의 목숨을 열다섯 해 더 연장시키고…….”(이사야 38:5)
소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엘리자에게 달려가 덥석 엘리자를 끌어안았다. 소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기도하고 있던 엘리자는 깜짝 놀랐다. 소녀는 마미 엘리자의 귀에다 대고는 속삭였다.
“마미, 저~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어요. 할머니를 삼십 년을 더 살게 하신다고 약속하셨어요.”
엘리자는 소녀에게 안긴 채로 몸이 굳어져버렸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엘리자의 귀에는 소녀의 말이 반복해서 들려온 것이었다. ‘할머니를 삼십 년을 더 살게 하신다고 약속했어요!’ 하는 소리가 엘리자의 귀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해는 위로 솟아오르면서 소라의 집 이층 홀의 바닥에 가득히 햇빛을 채워주었다. 엘리자는 그때서야 깨달았다. 그리고는 소녀를 더욱 꼭 껴안았다. 그리고 그리고 엘리자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소녀도 역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