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동화 편]
"똥퍼~"
이른 아침에 7살 된 창이는 살짝 열린 대문으로 우렁찬 목소리를 들었다. 창이의 형과 누나는 대문을 열어둔 채로 학교를 갔다. 창이는 심심했다. 그래서 대문 밖으로 나왔다. 마침 똥퍼 아저씨가 똥통을 실은 손수레를 끌고 가시는 뒷모습을 창이는 보았다. 창이는 똥통 손수레를 끄는 똥퍼 아저씨의 뒤를 따라갔다.
"아유~ 똥냄새야!"
창이는 코를 손으로 꽉 눌러 잡으면서 똥퍼 아저씨 뒤를 졸졸 따라갔다. 똥퍼 아저씨는 한번 더 큰 소리를 쳤다.
"똥퍼~"
그때에 삐꺽 하고 어느 한옥집의 대문이 열리더니 아주머니가 나오셨다. 그리고 손짓으로 똥퍼 아저씨를 멈춰 세우고는 변소 칸을 가리키며 똥을 퍼달라고 했다.
"아저씨! 여기요~"
"예, 예"
똥퍼 아저씨는 아주머니가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곧바로 길가 쪽으로 있는 변소 칸의 뚜껑을 손으로 열어 옮겨놓았다. 그리고는 똥퍼 아저씨는 자연스럽게 긴 국자 같은 나무로 된 똥바가지로 변소 칸 속에서 똥을 퍼서는 두 개의 작은 똥통에 부었다. 그 순간 똥냄새가 진동을 했다. 창이는 똥퍼 아저씨에게서 멀리 뒷걸음을 쳤다. 그리고 지켜보고 있었다. 창이는 똥퍼 아저씨가 똥을 퍼내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했다. 그리고 창이는 자신이 똥을 퍼는 것처럼 똥을 퍼담는 것을 작은 소리로 하나 둘 세고 있었다.
"똥 하나, 똥 둘, 똥 셋,....."
창이가 그렇게 변소의 똥을 긴 막대에 달린 바가지로 퍼서 두 똥통에 주르륵 담는 모습을 놓칠세라 지켜보면서 세고 있었다. 똥퍼 아저씨는 아주 큰 소리로 똥바가지의 수를 세고 있었다. 마치 아주머니가 들으라고 하는 것 같았다. 고약한 똥냄새는 사방으로 확 퍼져나갔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코를 막고 인상을 쓰며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 그러나 똥퍼 아저씨는 즐거운 표정이었다. 두 똥통에 똥이 가득해지자 긴 막대기로 두 똥통을 걸어서는 어깨에 메고는 촐랑촐랑 걸으며 똥통 수레가 있는 곳으로 갈 때에 두 똥통에는 똥물이 찰랑찰랑거렸다. 창이는 마음을 조이며 눈으로 똥퍼 아저씨의 오고 가는 모습을 주시해 바라보고 있었다. 똥퍼 아저씨는 메고 온 두 똥통을 거침없이 손을 들어 올려서는 똥통 손수레에 있는 큰 똥통 속에 주르륵 쫘~ 하고 쏟아붇는다. 창이는 마음이 덜컹 내려앉으며 욱~ 하며 숨을 죽였다.
똥을 다 퍼낸 똥퍼 아저씨는 변소 칸 입구에 물로 깨끗이 씻고는 뚜껑을 닫아 놓았다. 그리고 큰 소리로 아주머니를 불렀다.
"아주머니! 똥 다 펐습니다. 모두 스물다섯 바가지입니다."
잠시 후에 아주머니는 허리춤에서 돈을 꺼내어 세어서는 이천 오백환을 똥퍼 아저씨에게 주었다. 똥퍼 아저씨는 돈을 세워보더니 구십 도로 인사를 하고는 다시 똥통 손수레를 끌고 가면서 소리쳤다.
"똥퍼~"
창이도 똥퍼 아저씨를 졸졸 뒤따라 가면서 함께 소리쳤다.
"똥퍼~"
"똥퍼~"
똥퍼 아저씨는 졸졸 따라오며 흉내를 내는 창이를 휙 돌아보고는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