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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자연의 신비는 뭐지?

[소라 섬 소녀의 이야기 편]

by trustwons

71. 자연의 신비는 뭐지?


엘리자와 스미스는 출근하고 샴버그 집에서 홀로 남은 소녀 소라리자는 무엇인가 열심히 노트북을 치고 있었다. 광일오빠와 그의 아버지가 집을 방문한 지 일주일이 지나갔다. 그런데도 소녀의 마음에는 허전함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소녀는 양부모인 엘리자와 스미스의 애틋한 사랑을 듬뿍 받아왔는데도, 광일오빠의 아버지를 만나 새벽산책을 했던 시간에 대한 감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소녀 소라리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친아빠의 모습에 대한 궁금함과 의문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찌 보면 소녀는 참 가련한 소녀인 듯 보였다. 그래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극진한 사랑을 받아왔기에 그토록 밝게 자란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소녀에게는 남이 모르는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자랐기에 그렇게 명량하게 커갔는지도 모른다. 소녀는 외로운 작은 섬, 소라 섬에서 티 없이 마음껏 뛰어놀았던 것도 큰 영향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명량하게 활달하게 커가던 소녀는 엄마의 동굴을 발견하고 나서부터는 종종 알 수 없는 애수에 잠기곤 하였었다. 이러한 소녀의 모습을 말하지 못하는 벙어리인 할머니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소녀의 그러한 마음을 이해해 주고 함께 해 주었었다. 그래서인지 소녀는 어두운 마음을 오래 지니지 않았다.

그런데도 소녀의 마음속 한 구석에서는 그리움과 의문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특히 한국 사람인 광일오빠의 아버지와 가졌던 새벽산책에서 느꼈던 감정을 여전히 소녀의 마음에 물결치고 있었다. 그래서 소녀는 잊으려고, 아니 극복하려고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없는 샴버그 집에 홀로 남은 소녀 소라리자는 곧 졸업을 앞두고 있었기에, 졸업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과제물인 물리학에 대한 과제물과 물리학과를 선택한 이유와 목적에 대한 과제물도 준비했어야 했다. 오늘 소녀는 집에 홀로 남은 시간에 노트북을 열어 과제물을 작성하고 있었다. 먼저 그녀는 왜 시카고대학교에 물리학과를 선택하게 되었는지를 일전에 썼던 것을 다시 살피었다. 또한 소녀는 과학자들 중에 아인슈타인을 매우 좋아하였다. 그녀는 아인슈타인의 전집과 관련된 서적들을 모두 읽었었다. 그중에 헬렌 듀카스(Helen Dukas)와 배니시 호프만(Banesh Hoffmann)의 「인간적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The Human Side)」의 글에서 소녀는 감명을 많이 받았다. 특히 소녀는 아인슈타인이 과학자가 된 동기에 대해 물어온 편지에 영문으로 답장을 한 내용에서 자신과 공감이 됨을 보고는 매우 반가워했었다. 아인슈타인의 편지글;


『나의 과학연구 활동은 자연의 신비를 이해하려고 하는 욕구를 억제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욕구로부터 연유되었다고 할 수 있지. 그 외에 다른 아무 이유가 없습니다. 정의에 대한 자신의 사랑과 인간의 생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한 것은 과학에 대한 관심과는 전혀 별개의 일이었다고 말하겠습니다.』


소녀 소라리자도 역시 그러했었다. 소라 섬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아온 소녀는 그녀의 친구가 되어준 섬에 있는 자연에 대해 신비함을 품고 있었다. 소녀는 할아버지를 통해 글을 익히고, 성경을 통해 자연에 신비함을 이해해 왔었던 것이다. 특별히 소녀는 에덴동산을 연상하곤 했었다. 마치 소라 섬을 성경에 나오는 에덴동산으로 소녀는 상상을 해 왔었다.

특히 소녀는 아침에 해가 떠오르는 때를 여호와 하나님이 자신에게 찾아오는 때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새벽아침에 해변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에서 소녀는 늘 기쁨을 얻었었다. 아무도 그녀를 맞아주는 사람도 없는 소라 섬에서 소녀는 떠오르는 해가 자신을 맞아 준다고 생각을 했었다. 소녀는 할머니와 해변에서 모래성을 쌓으며 놀았을 때에도 밀려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다고 생각을 했었다.

소녀는 소라 섬에서 하나하나 친구들을 만들어갔다. 소라껍데기에서도 그녀는 소리를 들었다. 갈매기들과도 친구가 되었다. 소라바위를 오르내리면서 풀과 작은 나무들에게서도 소녀는 친구가 되었다. 때로는 밤하늘에 달과 별들에서도 소녀는 친구가 되었다.

그러던 소녀에게 변화가 생겼다. 그것은 엄마의 동굴에서 엄마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그리고 자매 섬에 있는 자매교회의 섬 목사님의 도움으로 미국에 계신 양부모인 엘리자와 스미스를 통해서 소라 섬 밖에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또는 엘리자가 보내준 노트북을 통해서 해외의 친구들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대해 눈이 뜬 소녀 소라리자는 많은 호기심과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중에 하나가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등속도 운동'에 대해서 소녀는 의문이 많았다. 소녀가 소라 섬에서 보았던 모든 자연에는 일정하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왜 과학에서는 물체의 운동을 일정하게 규정을 정하는 걸까? 자연에는 모든 움직이는 물체들이나 새나 동물들도 자연스럽게 움직이잖아? 그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평화롭지 않나? 하늘을 날아가는 갈매기를 보아도, 숲 속을 껑충 뛰어가는 토끼를 보아도, 바다에 밀려오는 파도들도, 그리고 떠오르는 해나 달과 별……. 그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움직이잖아?”


소녀는 매우 불편하게 생각을 했다. 물체가 일정하게 등속운동을 한다가는 것에는 소녀는 매우 불편하게 생각되었다. 그것은 너무나 어색한 모습이라고, 너무나 불편한 운동이라고, 창조주는 그렇게 만들지 않았다고 소녀는 많은 생각에 몰입하고 있었다.


“그래, 인간이 만든 기계들, 자동차, 공장의 오토머신 등은 일정한 운동을 필요로 하지. 하지만 하나님의 세계에는 그렇지 않아! 왜지? 그것이 알고 싶어?”


소녀는 열심히 노트북으로 이곳저곳 인터넷을 찾고 쓰고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에 관한 책들을 하나씩 꺼내어보고 있었다. 아니 읽고 있었다. 소녀는 아인슈타인에 관한 책들을 대부분은 집에 소장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시던 엘리자와 스미스는 미소를 지으시며 말했었다.


“우리 소라리자는 꼭 여자 아인슈터인 같아요!”

“그렇게 보셨어요? 저도 리자의 책장에는 아인슈타인에 관한 책들이 많아서 한참 바라보다가 웃음이 나왔어요. 정말 여자 아인슈타인이라 생각했었거든요.”


엘리자가 스미스에게 몸을 기대며 말했던 것이 소녀는 생각이 났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책들을 바라보며 소녀도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러네, 내 책장에는 아인슈터인에 관한 책들이 상당히 많구나?”


그러면서 소녀는 아인슈타인에 관한 책을 하나 꺼내 들었다. 그리고 책마다 소녀는 공감이 되는 부분과 의문이 되는 부분에다 빨간 색연필로 밑줄을 그려 놓았었다. 또 그 밑줄 친 부분에다 공감의 글이나 반문의 글을 연필로 적어 놓았었다. 그중에 일부를 소녀는 다시 읽고 있었다. 오하이오 주에 사는 한 교사로부터 편지를 받고 영문으로 그 교사의 어린이들에게 답장을 한 아인슈타인의 편지글에서 그녀는 다음과 같이 메모를 해놓았었다. 아인슈타인의 편지의 글은 이러했다.


『사랑하는 어린이들,

“무엇이 동물인가?” 하고 묻지 말고 “어떤 것을 우리가 동물이라고 부르는가?” 이렇게 질문을 해야겠어요. 다시 말하면, 우리는 어떤 특성을 가진 대상을 동물이라고 말합니다. 즉 영양을 섭취하고 자신과 비슷한 어미로부터 태어나고, 자라고, 스스로 움직이면서, 시간이 흘러가고 나면 죽는다는 것 등의 특성을 말에요. 그래서 우리는 벌레, 닭, 개, 원숭이를 동물이라고 부르잖아요. 그리고 인간은 어떨까요? 위에 설명한 대로 생각을 해보세요. 그리고 스스로 판단을 해보세요. 우리 자신을 동물이라고 말하는 것이 합당한 말인가?』


소녀는 아인슈타인이 어린이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또 읽고 하면서 생각에 잠기곤 했었다. 지금도 소녀는 다시 생각에 잡긴 채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소녀는 인간과 동물의 구별에 그렇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단지 소녀는 그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고, 그들과 친구가 되려고 했었던 것이다.

한편 소녀는 성경에서 에덴동산에 살고 있는 아담과 여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고, 그리워했었던 것이다. 창조주 하나님이 에덴동산에 있는 동물과 식물들에 이름을 붙여보라고 아담에게 말했을 때를 상상을 했었다. 사실 소녀도 소라 섬에서 자연에 있는 동물과 식물에게 뭐라고 부를까 고민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중에 할아버지로부터 글을 배우고, 육지에서 헌 서점에서 백과서전을 사다 준 것으로 조금은 동식물의 이름들을 알 뿐이었다. 그러다 후에 엘리자로부터 노트북을 받고서 인터넷으로 더 많은 동식물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소녀는 꼭 동물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보다는 그 동물들을 이해하려는 데에 더 관심이 많았었던 것이다. 한편 소녀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나누고 구별하고 분류하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왜 그러는 것인지를 소녀는 여전히 이해하지를 못하고 있었다.


“왜 사람들은 보는 것마다 자신과 다른지를 알려고 할까? 창조주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실 때에 땅에는 풀과 채소와 나무들을 각각 종류대로 창조하셨다고 했는데, 또 바다와 하늘과 땅에 모든 생물을 그 종류대로 창조하셨다고 했는데 말이야. 왜 사람들은 그것을 어떻게 다른지를 알려고 하는 걸까?”


소녀는 묵묵히 생각에 잠기고 말았다. 어느덧 해는 정오를 넘어 서편으로 기울고 있었다. 소녀는 배고픈 줄도 모르고, 책상에 놓인 과일과 과자들을 주변머리처럼 먹고 있었던 것이다. 소녀가 서편으로 기우는 해를 바라보며 의자를 창가로 다가갔다. 그러자 해는 빙그르르 돌면서 소녀를 반겼다. 소녀는 해를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너는 알고 있니? 왜 사람들은 보는 것마다 자신과 다른지를 알려고 할까?”

“그야, 당연하잖아? 동물들도 다른 동물과 자기 영역을 구분하려 하잖니? 사람도 그런 거겠지.”

“아~ 그래, 동물들은 자기 영역표시를 하지~ 맞아! 인간도 그런 거야? 왜?”

“왜라니? 너 자신을 살펴봐! 너라고 별수 있겠니?”

“나? 내가 무얼?”

“넌 달과 나, 해를 차별하지 않았어?”

“내가 널? 달과 차별을 했다고? 어떻게?”

“그걸 말로 해야 알겠니?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꼭 말을 하지 않아도 늘 차별하려 하지~ 너처럼!”

“넌 날 질투해? 뭔 차별을 해!”


소녀는 그만 시무룩해지고 말았다. 해로부터 좋은 말을 듣고 싶었는데, 나도 마찬가지라니 하는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 소녀는 창문에서 돌아와 책상 위에 두 팔을 고이고 멀뚱히 책들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자아씩! 내가 모처럼 반갑다고 했더니 질투를 해? 대화가 안 돼!”


소녀는 책들을 이리저리 뒤적이다가 아인슈타인의 편지를 다시 읽었다. 자연의 신비함에 억제할 수 없는 욕구로 인해 과학을 연구하게 되었다는 말에 소녀는 다시 자신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왜 하나님은 자연 속에 상상할 수 없도록 다양한 동물과 식물 그리고 하늘과 바다와 육지를 창조했을까? 나는 그래. 늘 매일매일이 새로워 보였어! 그래서 지루해할 줄을 몰랐지. 또 내일은 하고 말이야.”


소녀 소라리자는 팔짱을 끼고는 의자를 흔들면서 자신이 대단한 과학자인양 개폼을 잡았다. 그러자 달이 살며시 창문으로 방안을 들여다보면서 속삭이듯 말했다.


“소라! 너 폼 끝내준다.”

“어? 너 웬일이냐? 아직 해가 넘어가지 않았는데…….”

“뭔 소리? 해는 해고 나는 나야~”

“크크, 해는 해고 달은 달이지. 그렇게 말해야지!”

“어떻든, 하나님이 천지를 왜 만들었겠니?”

“아하~ 그래, 하나님이 천지를 만드신 이유야! 그것이 자연의 신비의 열쇠였어!”

“진리는 그걸 말해주는 거야.”

“맞아! 성경에 그 해답이 있었어.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누구를 위해서 주셨을까?”

“그야, 우리를 위해서지. 아인슈타인은 그걸 이해하려고 했어! 빛으로부터 말이야.”

“아인슈타인은 세상을 알려면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했었지.”

“세상을 거꾸로 보라고? 그게 무슨 소리지?”

“여기서 세상이란 자연세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야!”

“그럼? 인간세계를…….”

“그렇지! 인간의 생각이 하나님으로부터 멀리 가 있는 거야.”

“맞아! 그게 진화론적 사고였어! 자연은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란 거지. 처음부터 하나님의 뜻대로 창조되었던 거야. 그걸 이해하는 거였어. 자연의 신비! 그것은 하나님의 비밀을 내가 알고 싶었던 거였어.”

“음…….”


달은 서서히 멀어져 갔다. 소녀는 고개를 끄떡이고 있었다. 그때에 현관문이 열리면서 아래층으로부터 소리가 들려왔다.


“소라리자! 아직 방에 있니?”

“네!”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엘리자의 품에 안기면서 귓속말로 말했다.


마미, 하나님은 우리가 자유하기를 원하셔요.”

“응?”

“우리뿐만 아니에요. 자연의 모든 생물들에게도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기뻐하셔요.”

“그래, 진리가 너희를 자유하게 하심을 원하신단다.”

“와우! 맘, 최고, 최고! 정답이에요.”


엘리자는 소녀를 꼭 안아주면서 덩실덩실 함께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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