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백

[애시]

by trustwons

삶의 여백


작은 불빛 속

이른 아침에

서둘러 나선 걸음

빠르게 흐르는

출근시간 따라

물살처럼 인파 속에

몸을 내맡긴다.


차곡차곡 세운

아파트 길에서

빽빽이 쌓은 도시

빌딩 속으로

일개미처럼

들고나는 후예들

하루를 계산한다.


세상을 보는

그날부터 눈부신

문명의 지식인들

유초고대의 계단

오르고 오르더니

한 치의 겹눈 길 없이

걸어온 세월을 센다.


핸드폰 알람소리

유일한 화장실 여백

훑어보는 신문기사들

다람쥐처럼

쳇바퀴 돌던 업무들

햇살조차 무시된

하루가 천년처럼 간다.


또닥또닥 기계소리

연기처럼 흩어지고

어둠이 내려앉자

하나둘 일어서는

무명인의 인생들

떠도는 낙엽처럼

바람에 밀려간다.


번쩍번쩍 찬란한

네온빛살 되어

어둠을 떠도는

나방처럼

작은 불빛을 쫓아

춤추듯 뛰는

샐러리맨으로 산다.


삐꺽 옛 문소리에

촛불이 반겨주는

한옥카페 모퉁이

앉아 마시는 솔잎차

얼굴은 주홍빛으로

마음은 뜬구름으로

삶의 여백에 머문다.


깊어만 가는

어둠 속으로

나를 잃고도

어제도 여기에

내일도 여기에

또다시 찾아가는

작은 불빛 속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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