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레터링]
-기독교학교 설립에 따른 시설과 재정에 대해 꿈꾸는 글-
어느 날, 궂은비가 내리던 오후에 김덕신 기자의 사무실에는 전화가 울렸다. 구내식당에서 얼큰하게 점심을 하고 돌아온 김기자는 사무실 문을 들어서자마자 울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황급히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거기 김덕신 기자 계셔요?”
“예, 제가 김덕신 기자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자립형 기독교 학교의 홍보담당인 최지혜입니다. 한번 저희 학교를 방문할 의사가 없는지요? 좋은 기사거리가 될 거예요.”
“글쎄요, 요즘 바빠서......”
“요즘 교육이 붕괴 직전에 와있고 교육자의 위상이 바닥에 떨어진 실정에서 놀라운 교육을 시도하고 있는 현장을 통해 교육의 참 바람을 일으킬만한 기사거리가 될 텐데요?”
“예? 그런 교육을 하는 곳이 어댑니까? 어떤 교육을 한다는 겁니까?”
“제가 말씀드리는 것보다는 직접 와 보세요?”
“그곳이 어디죠?”
다급한 김기자는 흥분된 어조로 되물었지만, 전화는 딸깍 소리와 함께 끊어졌다. 그는 처음에 바쁘다는 핑계를 된 것 때문에 전화를 끊은 것이 아닐까 하고 후회하며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 잔 빼내었다. 뜨거운 커피를 훌훌 불면서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가 내린 후인지라 매우 뚜렷하게 도시들이 김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멀리 인수봉이 한눈에 다가왔다. 훌쩍 산으로 떠날까 하는 생각을 김기자는 하고 있는데, 팩스가 하나 나오고 있었다. 맥 빠진 김덕신 기자는 팩스를 북 찢어서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조금 전에 전화한 아가씨로부터 보내온 약도였다.
“아~ 공주시 한산?”
김덕신 기자는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 때 TV를 통해 교육의 병폐와 교육자의 부패성을 요란하게 보도한 지 몇 년도 안 되었고, 교육 개혁이 이제 시작일 뿐인데도 국민의 반응은 별로 신통치 않았던 차이었다. 국민은 더 이상 참 교육이니, 새 교육이니 하는 바람잡이에 진저리가 난 것이다. 그게 그것이라는 생각에서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때에 한 번 더 교육에 대해 새 바람을 일으켜 볼 만하다는 생각이 김덕신 기자의 머리를 스쳐갔다.
그는 간단한 소품과 카메라를 들고 서울 역으로 향했다. 대전까지 무궁화 열차 표를 한 장 샀다. 평일이라서 인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한적한 열차 칸에 17번 자리에 앉았다. 어떻든 가보고 볼 것이라는 생각을 한 김기자는 한편으로는 공연한 짓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맴돌아 무심하게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열차는 제 시간이 되어서야 서서히 서울 역을 떠나려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김기자는 평소와 같이 가방에서 지도책을 꺼내어 공주를 찾던 중에 ‘한산’ 하며 입속말로 중얼거렸다.
“한산? 漢山(서울 산), 韓山(나라 산), 瀚山(넓은 산), 閒山(고요한 산), 瀚山(하나님 산)”
김덕신 기자는 실없이 입속말로 한산에 대해 여러 한자들을 되뇌고 있었다. 김기자는 착실한 기독교인이었다. 그래서인지 김기자는 기독교 학교라면 하나님의 산이란 뜻으로 ‘한산학교’라 이름 지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한 때에 김기자는 교편을 잡았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가르친다는 것이 참 어렵다고 생각하여 잡지 기자로 직업을 바꾼 것이었다.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찾아 만들어 책을 쓴다는 것이 재미있겠다고 생각을 하였었고,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맛도 즐겼던 것이었다. 그래서 김덕신 기자는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지도책을 다시 가방에 집어넣고 달리는 열차 안에서 창밖에 풍경들을 바라보면서 흘러가는 세월 속에 사람들은 뭔가를 이루려는 욕심이 저런 풍경을 만들어 놓는구나 하고 김기자는 생각을 흘려보내면서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마다 자국을 남기듯이 인간의 집들도 밀집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민가들이 띄엄띄엄 있는 풍경을 바라보며 언젠가는 저런 곳에 머물며 한적하게 아름다운 삶을 하나씩 엮어가며 사는 기쁨을 누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김기자는 다짐을 했다.
김덕신 기자는 그의 윗주머니에서 조그만 성경책을 꺼냈다. 평상시에 우연히 펼쳐서 읽는 습관대로 성경을 펼쳐 읽어갔다.
‘여호와여, 주의 장막에 유할 자 누구 오며, 주의 성산에 거할 자가 누구오니이까?’(시편 15:1)
그는 주의 장막, 주의 성산에 이르는 자는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면서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이 시대에는 모든 것이 부패해져 가고 있다. 사악한 심성들이 사회의 바탕을 이루고 있어서 교육도 부패해져 가니 바른 교육을 하기보다는 입시위주로 지옥이 되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을 김기자는 생각하면서 인성과 지성을 위한 교욱 보다는 사회적 기능을 위한 수단으로 교육이 되어버렸구나 하는 안타까움에 긴 한숨이 절로 나왔다.
두 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열차는 대전 역에 도착을 하였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대전에 많이 내리는 것 같다고 김기자는 생각을 하였다. 서울에서 대전까지는 출퇴근하기 좋은 거리인 것 같다고 김기자는 혼자 말하듯 하며 역을 빠져나왔다.
오랜만에 내린 대전 역을 나서니 김기자는 옛 학창 시절에 신나게 돌아다니던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공주 한산으로 가야 하는데, 버스로 갈까 택시를 잡을까 김기자는 망설여진다. 모처럼 여행인데 버스로 가보자고 생각한 김기자는 시외버스를 탔다. 버스는 꼬불꼬불 느린 거북이 마냥 달리지만, 김기자가 갈 곳은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김기자는 아무 생각 없이 차창 밖을 바라보며 스쳐가는 한적한 시골길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긴 시간이 지났나 보다 해가 벌써 서산에 기울어가고 있었다. 마을이 거의 없는 논과 들판만이 길게 뻗어있는 시골길을 버스는 달리고 있었다.
“여기가 한산고교요!”
버스 운전수는 좌석을 향해 돌아보며 외쳤다. 김덕신 기자는 버스를 탈 때에 이미 운전수에게 한산 지역에는 어떤 학교가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던 것이었다. 그러자 운전수는 거기엔 학교가 하나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 학교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자 댓 뜸 한산학교라고 말했다. 김기자는 자신의 생각과 일치된 것을 듣고서 깜짝 놀랐다. 김기자는 버스 운전기사에게 도착하면 알려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김기자는 버스 운전기사의 외침에 벌떡 일어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김기자는 사방을 휙 둘러보았다. 학교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우뚝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아~ 저것이 그 학교인가?”
김기자는 간간이 있는 가로수 사이로 보이는 붉은 벽돌로 된 건물을 발견하고는 건물을 향하여 걸었다. 5분 정도 걸어가니 바로 학교 정문이 눈앞에 서 있고, 좌우가 자연스럽게 조성된 수목들이 학교 교육의 풍토를 말해주는 것 같아 보였다. 한숨 쉬고 가라는 듯 손짓하는 길가에 큼직한 바위가 놓여 있었다. 김기자는 그 바위에 걸터앉아서 땀을 식히며 학교 정문을 바라보았다. 별로 크지 않는 정문과 작은 문이 꼭 학교라고 하기보다는 어느 부잣집 대문 같아 보였다.
좌우에는 아담한 두 건물사이에 큰 문과 작은 문이 학교를 방문한다기보다는 어느 전원주택을 방문하는 것 같았다. 대문 위에는 큰 나무판으로 ‘기독교 교육을 위한 한산학교’라고 쓰여 있었다. 김기자는 작은 문으로 다가가 초인종을 눌렀다. 단정한 정복차림의 한 아저씨가 나왔다.
“어찌 오셨습니까?”
“서울서 전화를 받고 찾아온 김덕신 기자입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그때서야 반가이 맞아주는 수위아저씨의 태도에 먼 길을 찾아온 김기자는 마음이 흐뭇해하였다.
“안녕하세요? 전화를 드렸던 최지혜입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꼭 오시리라 생각했지요. 절 따라오세요.”
김기자가 문안으로 들어서자 청아한 차림의 아가씨가 밝은 웃음을 띠며 맞아주었다. 그리고 앞장서서 걸어가자 김기자는 어깨에 멘 가방을 다시 추켜올리고는 뒤따라 걸었다.
서울서 전화로 듣던 당돌한 음성처럼 야무지게도 예쁘게 생겼다고 김기자는 속으로 생각을 했다. 청아한 차림에 호리호리한 몸매를 바라본 김기자는 한눈에 반한 듯 정신을 잃을 뻔했다.
김기자는 정문 안으로 들어서고 보니 아담한 정원의 분위기를 느꼈다. 정문에서 5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높이 5미터쯤 되는 큰 기둥이 있는데, 거기에는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고 쓰여 있었고, 그 옆에는 작은 글씨로 ‘이는 주님의 말씀입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주변에는 작은 화단들이 잘 가꾸어져 있었다. 김기자는 옛날 어린 시절에 집안 마당에 만든 화단이 생각이 나게 하였다. 화단을 끼고 최 양의 뒤를 따라가던 김기자는 별로 크지 않은 연못을 무심코 들여다보니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었다. 연못을 지나자 단란한 양옥주택 같은 집이 있었다. 연못에서 불과 서넛 걸음밖에 안 되는 곳에 고유한 미닫이의 유리문을 최 양이 스르르 열고 들어서서는 말했다.
“안으로 들어오셔요. 여기는 행정실과 교장실 그리고 접대실이 같이 있습니다. 좀 특이하지요?”
그렇지 않아도 김기자는 아니 이게 학교건물인가 하며 의아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꼭 학창 시절에 찾아갔던 어느 선교사의 집 같은 느낌이었었다. 최 양을 따라 안으로 들어온 김기자는 옛날 창호지를 바른 미닫이문이 사방에 있고 8평 정도 되는 공간에 둥근 원탁과 의자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원탁에는 고운 청록색 탁보가 씌워져 있었고, 탁자 가운데에는 화단에서 갓 따온 듯 들풀이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자주색 성경책이 놓여 있었다.
“잠시만 자리에 앉아 계셔요. 교장 선생님을 모시고 나오겠습니다.”
최 양은 준비된 커피 한 잔을 탁자 위에 놓고는 다른 미닫이문으로 들어갔다. 김기자는 커피를 마시며 정원을 바라보았다. 해지는 때인지라 화초들이 매우 싱싱하고 선명하게 돋보였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화초들은 싱싱하고 또릿또릿 하겠지 하며 생각하고 있었다.
“오! 김기자 님, 안녕하세요?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했습니다. 믿음이 좋다고 어느 목사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최 양보고 김덕신 기자님을 초대하라고 했지요.”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며 말씀하시는 교장은 검소하게 보였다.
“초면입니다. 저는 이인덕입니다. 학교 살림을 관리하는 교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자리에 앉으시지요.”
김기자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시면서 교장은 말했다. 그리고 교장은 자리에 앉았다. 김기자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인사를 받았다.
“예, 처음 뵙겠습니다. 전화를 받고 얼떨결에 내려왔습니다. 좋은 소식이라도 있습니까?”
탁자에 마주 앉은 교장은 최 양이 갖다 준 커피를 마시면서 말했다.
“어떻습니까? 여기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니 마음이 편하지요? 교육은 바로 이러한 것이지요. 배우는 사람이나 가르치는 사람이나 모두 편안해야지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마음이 편해야 음식도 몸에 이로운 것처럼 배우는 곳이 편해야지 배움이 즐겁고 득이 되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교육은 좋은 환경에서 이루어져야겠지요.”
김기자는 밖의 화단을 바라보면서 공감이 간다는 생각으로 대답을 했다.
“늦은 시간이라서 여유가 없으리라 생각이 되겠습니다만 염려치 마십시오. 저희가 묵을 방을 마련해 놓았으니 천천히 말씀을 나누시지요. 괜찮겠지요?”
“감사합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그럼 저희 학교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지요. 김기자 님이 계신 이곳은 학교의 살림을 꾸려갈 행정과 홍보에 대한 일을 하는 건물입니다. 외형을 보아서는 학교 같지 않고 살림하는 것 같아 보이지요? 사실 학교의 살림을 맡고 있으니 살림하는 곳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또는 외부 손님이 찾아오는 곳이니 만큼 딱딱한 느낌을 주지 않도록 신경을 쓴 셈이지요. 그리고 학생들에게도 따뜻한 분위기를 보여주므로 가정적인 느낌을 받도록 하여 학교생활에 좋은 감정을 가지게 하는데도 의도가 있는 것이지요. 보시다시피 이 건물의 구조는 방이 셋이 있습니다. 하나는 학교 살림을 직접 관리하는 행정실이 있고, 또 하나는 교장실 겸 행정상담을 하는 방이지요. 다른 학교와 달리 교장실은 크지 않게 아담하게 꾸몄습니다. 그래야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찾아와도 딱딱한 분위기를 주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잘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방은 홍보실이지요. 학교 건립 이념과 시설과 열린 행정과 투명한 행정을 목적으로 두었기에 학교살림에 대한 모든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행정내용을 공개하는 것과 교육조직 등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교육청에서나 외부 손님이 찾아오시면 이 홍보실을 먼저 보여드리지요. 그러면 더 이상 물어볼 것이 없게 되지요. 뭐 때문에 감추려고 하겠습니까?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학교는 교육이라는 봉사와 헌신의 장인데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여주므로 신뢰하고 사랑받는 학교로 키워나가야 할 것이지요. 물론 선생님과 학생들의 개인적인 사항은 보장되어야지요. 그 외에 공적인 사항은 감출 필요가 없지요. 지금 계신 이곳은 휴게실 및 접대실로 쓰고 있습니다.”
김기자는 교장의 긴 설명에 사방을 둘러보니 소파들이 간단하게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참 근무하기 편한 분위기인 것 같다고 김기자는 생각을 하였다. 바깥 화단에는 어둠이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누가 켰는지 실내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아마 최 양이 그랬을 것이라고 김기자는 생각을 했다.
“자, 일어나서 각방을 들러보시겠습니까?”
교장이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서자 김기자도 따라 일어섰다. 행정실의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니, 열 평쯤 되는 공간에 동쪽에는 정원이 보이도록 미닫이 유리문으로 되어있었다. 다른 한 벽에는 미닫이문으로 된 서고가 있었다. 양 벽에는 삼사로 책상들이 나누어져 놓여 있었다. ㄱ 자의 벽에는 PC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 각 책상에서 일하는 업무가 집결되어 처리하도록 되어 있었다. 가운데에는 원탁이 놓여 있어 언제든지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행정실장의 자리는 별도로 되어 있지 않았다. 다른 직원들의 책상과 같이 놓여있었다. 모퉁이에는 잘 가꾼 화분들이 놓여 있어서 방안은 온화한 분위기를 주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행정실과 교장실 사이의 벽에는 안전히 막혀 있는 것이 아니었고, 서있는 높이쯤에 미닫이 창문이 있었다. 언제든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한 것 같았다.
교장의 설명을 듣고 다시 접대실로 나와서 교장실로 들어갔다. 교장실에는 서쪽에 책상이 놓여 있고, 책상 위에는 들꽃화분과 성경책이 놓여 있었다. 뒤편에는 서재가 벽을 이루어져 있었다. 책상 앞에는 원탁이 하나 놓여 있었다. 북쪽방향의 벽은 투명유리의 미닫이문이 있어서 바깥이 보였다. 교장실에서 바라보니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실건물이 눈앞에 들어왔다. 건물 앞 공간에는 작은 정원과 정자가 보이고 분수대가 있었다. 가장자리에는 큰 소나무 한 그루가 늘어져 있어서 교육의 힘을 과시하는 듯이 보였다. 교장실은 다섯 평쯤 되어 보였다.
“교장실은 크게 할 필요가 없지요. 직무를 하는 것과 연구하는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됩니다. 어떻습니까? 아늑하지요? 교장도 개인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학생들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지요. 교장도 언제든 연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선생님과 학생들도 본을 받는 게 아니겠습니까? 항상 배우는 마음을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겸허한 자세를 잃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보람도 얻게 되지요. 저기 학생들이 공부하는 건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위해 기도할 마음이 생기고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도 깨닫게 됩니다. 이리 오셔서 자리에 앉아 보세요. 무슨 생각이 나는지 느껴보세요. 전 항상 이 자리에 앉을 때마다 처음에 앉을 때의 심정을 갖게 됩니다.”
김기자는 교장의 말씀대로 교장의 의자에 앉아서 잠시 생각에 젖어보았다. 교장의 직위는 권력이 아니라 섬기는 큰 자(者) 라야 되겠다고 김기자는 생각을 하였다. 학교의 가장 큰 어른이 낮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외의 분들이 어찌 교만할 수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김기자는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