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의 억새풀

[애시]

by trustwons

백발의 억새풀



메마른 땅에서

굳세게 살아가는 억새풀

촉촉한 땅을 마다하고

기름진 땅마저 사양하나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사람들은 산과 들에

화려하게 피어난

꽃들을 더 사랑한다.


여기저기

피어난 꽃들 속에

잊혀진 억새풀

설레설레 설레며

친절을 내비치나

향기 가득한 꽃을

사람들은 기뻐하며

즐거워하며 사랑한다.


산기슭에

자라난 억새풀은

꽃도 보잘것없어

하얀 솜뭉치 같아

잎은 가냘프고

칼날 같아서

사람들에게 고통을 줄 뿐이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봄여름 다 간 후에

가을이 깊어지면

찬바람을 벗 삼아

언덕자락에 모여 살아

허연 백발을 풀어헤치고

고운 손같이 사래질하나

잠시도 바람 이기지 못해

이리저리 흔들거린다.


노년이 백발 된 억새풀

속은 텅 비어있는 채

앙상한 몸매로만

지나가는 사람들

반기듯 하다가

이네 털털 털어버리나

백발의 억새풀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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