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인간이 나였소
회암사
이른 아침부터
찾아와 벤치에 앉아
늦은 봄바람을
가슴에 품으면서
바라보는 산구름
마음이 허전하군요.
사랑하는
사람은 일터로 가고
홀로 집안을 서성이다
살며시 집을 나서니
갈 곳이란 여기뿐
칠봉산 품 안에서
내 그림자만 보오.
구름이 가듯
세월도 정(情) 없이 가고
사랑의 말도 그리 가고
둥지에서 오물오물하다
뒤뜰에 괭이처럼
아쉬움만이 머물러서
귓가에 속삭인다오.
사랑한다
참 듣기 좋은 말
말하기도 편한 말
진실한 말 같아서
백 년 살듯 살았으리
결국 거짓이 되었네
저 인간이 나였소.
멀고 먼
이국땅에 와보니
잔디길만 보이고
사람들은 없어라
창가로 바라보니
뭘 그토록 생각하나
저 인간이 나였소.
진실되라
옛 어른들 말, 말, 말
세상은 그렇지 않아
솔로몬은 깨달았지
사람은 본디 정직하다고
그렇게 산다던 너
저 인간이 너였소.
사람들
스스로 말하지
난 정직한 사람이야
그런 나도 말하지
나도 정직한 사람이다
살아온 그림자는 거짓뿐
저 인간이 너였소.
얼마나
그러했을까?
진실로 사랑해!
모두 말뿐이라지만
난 진실로 사랑해!
살아온 그림잔 거짓뿐
저 인간이 너였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