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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작은 음악회를 열다

[소라 섬 소녀 이야기]

by trustwons

34. 작은 음악회를 열다.



해가 바다 끝 수평선을 넘어가려 하자 소녀는 악기를 들고 소라 섬 바위산으로 올라갔다. 갈매기들도 어떻게 알았는지 소녀의 등 뒤에서 무리를 지어 날고 있었다. 할머니는 집안 정리를 하고 계셨다. 오늘은 달도 일찍이 나왔다. 엄마의 동굴에 들어선 소녀는 불을 켜고는 바다를 향해 놓인 소파 앞에 작은 나무책상을 놓았다. 그리고 책상 위에 가져온 전자피아노를 놓았다. 옆에 악보 대를 세웠다. 멀리 해가 수평선을 넘으려다 말고 기다리고 있는 듯이 소녀를 향해 은은한 햇빛을 비추어주었다. 소녀는 해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리고는 자리에 앉아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소녀는 잔잔하게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어두움이 다가오니 바다의 숨소리만 크게 들린다.

고요한 밤하늘에는 달만 외롭게 우리를 지켜준다.

새 아침 해가 떠오르면 어둠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소녀는 일찍이 일어나 솟아나는 해를 바라본다네.

해 아래서 갈매기는 하늘을 날아가며 노래를 한다.

따스한 햇볕을 받은 소라 섬에는 모래들이 웃는다.

바위산 토끼는 양지에 앉아서 오물오물 기도한다.

소녀는 할머니와 둘이서 마루에 앉아 쉬고 있다네.」


소녀는 이어서 엄마가 자주 불렀던 ‘등대지기’와 ‘소녀의 기도’와 ‘섬집 아기’의 노래를 피아노로 연주하였다. 그리고 찬송가 곡인 ‘송축해 내 영혼’과 ‘아 하나님의 은혜로’와 ‘낮에 해처럼 밤에 달처럼’ 그리고 ‘예수 사랑하심’과 ‘참 아름다워라’ 등의 노래를 피아노로 연주했다.

해는 지고 어둠이 바다 위에 짙어지도록 소녀는 피아노를 열심히 치고 또 쳤다. 고요한 밤에 달이 다가와 밝은 달빛으로 소녀를 비추어주었다. 달빛이 얼마나 밝은지 동굴 안에 불빛조차 이겨내지 못하고 피아노를 치는 소녀의 그림자가 동굴 안으로 그려졌다. 달빛에 비추인 소녀의 얼굴에서는 반짝이는 구술 방울이 맺혔다. 소녀의 손은 빠르게 피아노 건반을 치고 있지만 소녀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조르륵 흘러내렸던 것이었다. 이 밤에 소녀는 얼마나 외로웠으면 홀로 동굴 안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눈물을 흘렸겠는가? 소녀는 겉으로는 밝고 명량한 모습을 할머니에게 그리고 교회 사람들에게 보였지만, 소녀의 마음은 그렇지 못하였던 같았다. 잠시 해외의 펜팔 친구들이 찾아와 주어서 외로움을 소녀는 잊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소녀는 세상을 떠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컸던 것인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소녀에게는 미국에 계신 양어머니가 있어서 의지할 곳이 있어 힘이 되었다.

한편 소녀는 말 못 하시는 할머니를 한 번도 잊을 수가 없었다. 소녀를 지금까지 키워주셨고 함께 해주신 할머니에게 늘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소녀는 더욱 할머니를 즐겁게 해 드리려고 밝고 명량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소녀는 어두운 밤하늘에 밝은 달을 바라보면서 피아노를 치면서 한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때에 동굴 가까이 인기척이 들렸다. 할머니가 동굴에 소녀를 찾으러 오셨다. 소녀는 할머니가 가까이 온 줄도 모르고 열심히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할머니는 조용히 소녀의 옆에 계셨다가 노래 한 곡이 끝나자 소녀의 어깨에 손을 얻지 고 그만 내려가자고 하는 시늉을 했다. 소녀는 재빨리 눈물을 닦아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할머니를 안았다. 할머니도 소녀를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할머니와 소녀는 동굴을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온 소녀는 할머니가 차려놓은 저녁식사를 하고는 마루에 할머니와 함께 앉아 따끈한 커피를 마셨다. 달이 얼마나 밝은지 태양광 가로등이 제구실을 못하는 듯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할머니, 내일은 금요일이죠? 어떻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소녀는 금요일 저녁에 교회에서 작은 음악회에서 발표를 하게 되어 있었다. 소녀가 홀로 발표회를 갖는 것이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서 섬 목사님은 음대에 다니는 딸과 교회에 친구들로 함께 발표회를 가지도록 주선을 해놓았다. 소녀에게는 관중 앞에서 피아노를 치는 것이 처음이었다. 좀처럼 내색을 하지 않는 소녀가 할머니 앞에서 걱정의 표정을 했다. 할머니는 소녀의 손을 꼭 잡아 주면서 기도를 하시고는 소녀의 어깨를 토닥토닥해 주었다. 소녀는 할머니의 어깨에 몸을 기댄 채로 밝은 달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말했다.


“나는 왜 이렇게 더 외로운 거야!”

“누구나 처음 일에는 다 그런다고 해~ 너 자신에게 믿음을 가져봐!”

“나에게 믿음을…….”

“그럼, 너의 진실을 믿는 거야.”

“나의 진실?”

“진실함이 뭔 줄 알아~”

“뭔데?”

“믿음이야! 진실한 사람은 남에게도 믿음이 되고 자신에게도 믿음을 가지는 거야.”

“음, 맞아!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진실한 모습이야! 그렇지?”

“역시, 넌 똑똑해~ 그만 편히 자도록 해!”

“알았어! 고마워~”


소녀는 달과 대화를 가진 후에야 마음이 놓였다. 소녀는 일어나 할머니를 방으로 모셔드리고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잠자리에 누운 소녀는 창밖을 다시 바라보았다. 달이 창밖에서 소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소녀는 달에게 손을 흔들고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이 들었다.

날이 밝아오는 것을 어찌 알았는지,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소녀는 창가로 가서 바다 하늘이 밝아지는 것을 바라보더니 옷을 갈아입고는 방을 나왔다. 아직 할머니는 일어나지 않으셨다. 소녀는 할머니의 방을 살며시 열어보고는 닫았다. 그리고 소녀는 집을 나섰다.

전에는 해변으로 갔었던 소녀가 요즘은 반대쪽으로 할아버지와 엄마의 묘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걸었다. 먼저 소녀는 할아버지와 엄마의 묘지 앞에 잠시 머물며 기도하는 듯이 인사를 하고는 몸을 풀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소녀는 소라 섬 둘레를 달렸다. 매일 그렇게 소녀는 학습계획대로 아침운동을 했었다. 소녀는 해변으로 왔다. 해가 바다의 수평선 위로 이미 모습을 드러내었다. 소녀는 해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해는 소녀의 얼굴에 주홍색 빛으로 비추어줬다. 얼굴이 홍조가 된 소녀는 두 손을 하늘 높이 쳐들고는 소리쳤다.


“내 곁에 있어줘. 나의 해야!(Abide with me. my sun!)"


소녀는 가볍게 체조를 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할머니는 일어나셔서는 아침식사를 준비해 놓았다. 소녀는 마당에 있는 샘물을 바가지로 떠서 마셨다. 그리고 마루로 올라갔다. 마당에 있는 샘물은 묘한 사연이 있었다. 오래전에 할아버지가 할머니와 엄마를 이끌고 소라 섬에 오기 전에 사전답사를 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이 샘을 발견하고서 여기에 살아야겠다고 결정을 하셨다고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물이 흐른다고 생각하셨다고 할아버지는 소녀에게 들려주셨다. 그리고 이 섬을 사고는 할머니와 엄마를 데리고 와 정착을 하였다고 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샘은 절대로 마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비가 오는 날이든 가뭄이 있어도 샘물은 한결같다고 했다. 그래서 여기에 집을 짓게 되었다고 했다.

소녀는 할머니와 함께 아침식사를 마치고는 일어나 설거지를 하고 커피를 가져와 할머니와 함께 마루에서 커피를 마셨다. 소녀는 전에는 해초 차를 마셨었다. 해변에 떠도는 해초들을 건져내어 말려서 차로 우려내는 차였다. 나중에는 해변에 있는 미역과 톳과 다시마와 파래 등으로 차를 만들어 마셨었다. 이제는 미국에 계신 양어머니가 좋은 커피를 보내주어서 소녀는 할머니와 식사 후에는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소녀는 학습계획에 따라 오전에는 노트북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고 학습을 했다. 그리고 점심식사를 한 후에는 소녀는 저녁에 있을 작은 음악회를 위해 피아노 연습을 하였다.

어느덧 저녁이 다가왔다. 소녀는 할머니와 마루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며 미국에서 보내온 과자들을 먹고 있었다. 멀리서 배 한 척이 소라 섬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섬 목사님이 최 집사의 배를 타고 소라 섬으로 오고 있었다. 소녀와 할머니는 섬 목사님과 함께 최 집사의 배를 타고 자매 섬으로 갔다. 벌써 자매 섬에는 교회의 젊은이들이 작은 음악회를 위한 준비를 교회의 마당에 설치해 놓았다. 섬 목사는 소녀와 할머니를 교회의 식당으로 모셨다. 식당 안에는 사모와 여 집사들이 바쁘게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출연할 분과 준비위원들이 먼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소녀와 할머니도 이들 틈에 끼어 저녁식사를 했다. 음악회 공연장에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육지에 있는 분들도 많이 찾아와 주었다. 공연장에는 테이블과 의자들로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관객들은 안내인에 도움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해가 아직 하늘가에 머물러 있었다. 달도 일찍이 나와 있었다. 놀라운 일이다. 마치 소녀의 음악회를 참석하려고 나왔나 보다. 음악회 공연장에는 많은 관객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교회의 청년들이 음식을 테이블에 날라주고 있었다. 각 테이블마다 잔치국수와 생선가스와 샐러드 그리고 놀랍게도 맥주가 놓여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미국에 계신 소녀의 양어머니께서 재정 지원을 해주셨다고 했다. 물론 교회에서도 여러모로 재정과 인력을 지원했다.

사회자의 안내로 작은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먼저 심 목사님의 간단한 인사 소개를 한 후에 기도를 하시고 나서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로 연주할 분은 섬 목사님의 딸이었다. 미국에서 음대에 유학 중인 딸은 잠시 입국하여 소녀의 음악회에 참석을 해주었다. 첫 번째 연주할 음악은 하이든의 천지창조였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뭇 별이 하늘 길 위로 지구를 싸고 돌 때에 들리는 소리는 없어도 마음의 귀를 열면 그 영광의 찬송 소리 들린다. 우리를 지어내신 이 대 주재 성부 하나님…….’


조용한 관중 속으로 섬 목사의 딸의 첼로 연주 소리가 자매 섬 둘레로 퍼져나갔다. 갈매기들도 하나 둘 모여들었다. 아마도 소녀의 연주를 듣고자 갈매기들이 모여들었을 것이다. 이어서 교회의 음대를 졸업한 여성 청년이 나와서 피아노를 쳤다. 어노인팅 주안에서 기뻐하라의 곡이었다.


‘주 안에서 기뻐해, 주 안에서 기뻐해, 주님 주신 기쁨으로 기뻐하라. 주 안에서 기뻐해, 주 안에서 기뻐해, 우리의 힘은 주를 기뻐하는 것.’


이어서 소녀 금소라의 연주할 차례가 되었다. 사회자는 금소라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를 했다. 섬 목사님은 소녀에게 다가와 힘내라고 격려해주면서 무대 위로 올라가도록 도와주었다. 준비위원들이 신속하게 무대를 정리하고 소녀의 전자 피아노를 설치해 놓았다. 소녀는 무대 중앙에 서서 관중들에게 크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전자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때에 사회자가 관중들에게 소녀의 작품을 소개하고 연주할 것을 알려주었다. 소녀는 먼저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연주하였다. 관중들은 눈치 있게 연주가 마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열열이 박수를 쳐주었다. 소녀는 용기가 생겼다. 이어서 소녀는 동굴에서 연습한 순서대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연주곡이 끝날 때마다 관중은 박수를 아끼지 않고 쳐주었다. 어느덧 해는 지고 달만이 소녀의 연주를 끝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는 달을 한번 바라보고 연주를 이어갔었다. 관중들은 식사를 마치고 미국에서 특별히 가져온 맥주를 마시며 소녀의 연주를 관청 했다. 끝으로 마지막 연주는 섬 목사의 딸의 첼로와 교회의 음대 출신 여성 청년의 피아노와 그리고 교회 청년들이 합창으로 소녀의 전자 피아노와 함께 연주가 시작되었다. 연주곡은 ‘주님 큰 영광을 받으소서.’였다.


‘주님 큰 영광 받으소서. 홀로 찬양을 받으소서.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그 이름은 온 땅과 하늘이 다 찬양해. 겸손하게 우리가 무릎을 꿇고 주 이름 앞에서 영광을 돌리세.’


관중 속에 맨 앞줄에 앉아 있는 할머니는 소녀의 자랑스러운 모습에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아마도 하늘에 있는 딸이 이를 보고 있겠지 하면서 말이다. 어느새 다 큰 손녀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마음에는 위로와 안심이 감사의 눈물로 하나님께 드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연주를 다 마치고 관객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육지에서 온 손님들은 최 집사의 배를 이용하여 육지로 돌아갔다. 오늘 작은 음악회를 위해 출연한 분들과 준비위원들이 교회에 모여 간단한 축하연을 가졌다. 긴 테이블에는 다과와 음료들로 진열되어 있었다. 섬 목사님께서 감사의 기도를 마치시고는 모든 분들에게 격려와 감사의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소녀는 할머니와 함께 최 집사의 배를 타고 소라 섬으로 돌아왔다. 밤이 매우 깊었다. 소녀는 할머니를 방으로 모셔드리고 자리를 깔아드렸다. 그리고 편히 주무시라고 하면서 할머니를 한 번 꼭 안아주었다. 할머니도 대견한 소녀라면서 수고했다고 소녀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그리고 할머니가 잠자리에 누우신 모습을 확인하고는 소녀는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소녀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창가로 와서는 하늘에 있는 달을 바라보았다. 달은 이때라 하듯이 소녀에게 축하의 말을 했다.


“축하한다. 오늘의 너는 너무나 아름다웠단다. 저 하늘 아버지도 기뻐했을 거야.”

“고마워~ 연주할 때마다 너를 바라보며 힘을 얻었단다.”

“그랬어? 어쩐지 자꾸 나를 바라보더라.”

“내겐 처음이야. 이런 일은…….”

“누구나 처음 일은 있는 법이야. 그럴 때마다 자신에 대해 얼마나 진실하였나를 돌아보게 되는 거지.”

“맞아! 나도 그걸 깨달았어.”

“아브라함도 그랬거든…….”

“응? 아브라함?”

“그래, 아브라함도 본향을 떠날 때에 그랬지.”

“아하~ 아브라함도 처음 일인 거지.”

“그럼, 누구나 그랬듯이 아브라함도 갑자기 고향을 떠나라고 했을 때에 당황했었지…….”

“나처럼?”

“그럼, 아브라함이라고 특별한 줄 아니?”

“그래? 매우 불안했었나 봐?”

“그랬지, 하지만 그는 진실한 사람이라는 걸 하나님은 아셨지.”

“진실한 사람!”

“그는 진실한 사람이었기에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믿음을 보인 거지.”

“그래서 믿음의 조상이 된 거군.”

“오늘 너는 좋은 경험을 한 거야.”

“나도 알아~ 그리고 내 주변에는 좋은 분들이 많다는 것도 알았어.”

“그럼 됐어. 이만 자거라~”

“고마워~”


소녀는 창가에서 달을 향해 손을 흔들고는 침대로 와 잠자리에 누웠다. 정말 많이 피곤했는지 소녀는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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