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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하늘이 부르시다

[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by trustwons

[어둠의 사십 년]

38. 하늘이 부르시다


깊은 밤하늘에는 아직 새벽의 여명이 없고, 어두움만이 깊어있었다. 모두들 잠든 가운데 강인이와 함께 자던 침실에서 하늘은 잠이 깼다. 눈을 떴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는 하늘은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와 창가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하늘은 창문에 머리를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하늘에는 총총한 별들만이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앞을 못 보는 하늘은 마치 보는 듯이 고개를 밤하늘을 향해 쳐들고는 그대로 있었다.


‘주님은 나를 일찍 깨우셨네요. 벌써 아침이 시작되었나요?’

‘아직 아침 공기가 차가움은 해가 떠오르지 않는 것 같아요. 오늘이 무슨 날이지요?’

‘아~ 오늘 저를 부르시나요? 벌써 제가 갈 때가 되었나요? 주님!’

‘네, 오늘이 부활주일이시군요. 주님이 부활하신 그날.........’

‘네, 알아요. 예수께서 안식일 다음 날, 그 주가 시작되는 첫날 아침에, 해가 아직 떠오르지 않았을 때에, 큰 지진이 일어났으며,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무덤에 돌문을 열었고, 그 위에 천사들이 앉아 있었을 때에,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는 살아나셨지요. 그날이 오늘이네요?’

‘네? 예수께서 숨을 거두실 때에, 성전에 휘장이 찢어지고, 땅이 흔들리고, 바위가 갈라지고, 무덤들이 열리고, 잠자던 성도들의 몸이 살아났고, 예수님이 살아나실 때에 함께 거룩한 성에 들어갔다고요?’

‘그리고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있을 때에 한 강도도 함께…….’

‘주님, 저도 말씀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의심하지 않아요.’

‘네? 그들의 육신은 다 썩어졌었다고요? 한 강도의 육신도 그대로 있다고요? 그러나 그들 성도들은 살아났고, 강도도 살아났다고요?’

‘주님, 지금 저를 위로하시려는 것이지요?’

‘그러나 주님은 육신과 함께 살아나셨잖아요? 제자들에게 손에 못자국과 옆구리에 창자국을 보여주셨잖아요? 그것은 무슨 뜻이에요?’

‘만일, 주님의 십자가에 달리셨던 육신이 그대로 있었다면, 수많은 유대인들이나 백 부장이나 오늘날에도 육신은 그대로 있었으니 부활한 것이 아니라고, 혹은 영혼(靈魂)만이 살아났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핑계를 댈 것이란 말이지요?’

‘아~ 주님, 그래서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린 몸으로 부활을 하셨군요. 무덤에 있던 성도들과 강도는 새 몸으로 부활을 한 셈이네요.’

‘주님, 그럼 지금도 그때와 똑같을까요? 저도 새 몸으로 부활하게 되나요?’

‘주님, 그럼 아직 무덤에 있는 기독교인들은 무엇인가요?’

‘아~ 그들은 온전한 믿음, 거룩한 믿음이 아니기에 주님이 오실 때에 살아나서 심판 앞에 서게 된다고요? 그래서 베드로 선생이, 여러분을 부르신 분이 거룩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사람들이 돼라. 기록되기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 하셨군요.’

‘맞아요, 우리의 믿음이 온전하게 됨에는 성령의 도우심으로만 이루게 되지요.’

‘예수님이 주신 기도문이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름이 거룩히 여기심을 받으시며, 나라가 임하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이 말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요?’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창조 때부터 지금까지 약속하신 것은 어느 하나도 어기지 아니하시고 다 이루어졌음을 믿어요.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심으로 하늘나라가 임하였으며,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이 땅에 이루어지고 있음을 믿어요. 네. 의심 없이 믿어요.’

‘오늘 교회에 가라고요? 거기서 저를 부르시겠다고요?’


모두들 잠든 때에 하늘은 홀로 일어나 창가에 앉아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는 주님께 기도를 드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새벽이 이르자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강인은 몸을 뒤척이다가 옆에 하늘이 없는 것을 깨닫고는 눈을 떴다. 그리고 주변을 살폈다. 그때에 하늘이가 창가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한 강인은 고개를 돌려 하늘이를 주시해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공기가 쌀쌀한데 하고 생각한 강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가져다가 하늘의 어깨를 덮어주었다. 그리고 하늘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강인은 한 팔로 하늘을 안아주었다.

하늘은 자신의 어깨에 팔로 껴안은 강인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더니 점자판으로 강인에게 말했다.


“오늘 교회에 꼭 가야 해요.”

“교회? 그럼 가야지. 그렇잖아도 어제 목사님께서 전화를 하셨어! 부활주일이니 교회 예배에 참석하시라고 하셨어.”

“식구들을 깨워야지요.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아요.”

“이제 6시인데……. 당신이 일찍 일어났구나?”


강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하늘이를 데리고 세면실로 갔다. 그녀의 어머니께서도 방금 일어나셨는지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어머니는 두 사람이 세면실로 가는 것을 보고는 부엌으로 가셨다. 아침식사를 준비하시려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세면실에서 나왔을 때에는 광일이 할아버지가 세면실로 들어가셨다.


“어머님, 일찍 일어나셨어요. 오늘은 부활주일이에요.”

“그래요. 서둘러 준비들 하셔요. 오늘 아침식사는 냉이 된장국이에요.”

“좋아요, 어머님!”


그녀와 강인은 방으로 들어가자 곧이어 광일이가 방에서 나왔다.


“할머니! 좋은 아침!”

“오늘이 부활주일이란다.”

“네.”


광일이 할아버지가 세면실에서 나오자 바로 광일이가 세면실로 들어갔다. 광일이 할아버지는 부엌에 할머니에게 다가가서는 서성대며 뭐 도울 것이 없는지 살폈다.


“당신도 들어가서 교회 갈 준비를 하셔요.”

“그럴까?”


광일이 할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할머니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방으로 들어가셨다. 잠시 후에 광일이도 세면실에서 나오고, 광일의 부모도 나오고 할아버지도 나오셨다. 그리고 식탁에 둘러앉아 늘 하는 대로 서로 손을 잡고는 각자의 기도를 하였다. 그리고 아침식사를 즐겁게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난 후에 할머니는 바로 세면실로 가고, 할아버지는 설거지를 하였다. 강인은 오랜만에 직접 커피를 내렸다. 그리고는 식탁 위에 나란히 커피 잔들로 차렸다. 그러자 하늘이와 광일은 곧 자리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할아버지도 설거지를 마치고 바로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세면실에 가신 광일이 할머니는 나오자 바로 식탁으로 와서는 자리 앉아 커피를 마셨다. 할아버지는 커피를 마시면서 한 말씀하셨다.


“오늘은 특히 커피가 맛있네! 향도 더 많고…….”

“아빠가 커피를 내렸어요.”


그러자 광일 할머니가 광일을 쏘아보며 눈에 힘을 주었다. 광일은 금방 눈치를 챘다.


“할머니가 내린 커피도 맛있어요. 커피 향이 거실에 꽉 차거든요.”

“그래, 할머니가 내린 커피도 맛있지.”


그때서야 광일이 할아버지는 실수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는 얼버무리며 말을 끼었다. 역시 광일이 아빠도 곧 눈치채고는 말을 거들었다.


“네, 역시 할머니죠! 이젠 장사해도 될 것 같아요.”

“자네, 나에게 아부하는 건가?”

“아뇨~ 어머님, 정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재미있는 모습은 하늘이는 볼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광일은 이런 엄마에 애처로움을 느껴서인지 엄마를 팔로 껴안아 주었다. 그녀는 아들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광일의 온 가족은 집밖으로 나와 주차장으로 갔다. 그리고 가족들은 모두 자동차에 탔고 광일이가 운전을 하였다. 강인은 아들의 운전석 옆 좌석에 앉았고, 하늘은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앉았다. 하늘은 양손을 내밀어 한 손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사실 하늘은 손으로 부모님께 인사를 건네주고 있는 것이었다.


‘어머니, 아버지, 그동안 날 이렇게 키워주어서 고맙습니다. 특히 주님을 알게 해 주어서 더욱 감사합니다. 내가 떠나갈지라도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하늘은 속마음으로 이렇게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눈치가 빠른 하늘의 어머니는 손에서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하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하늘의 얼굴에서 눈물을 보고는 하늘의 어머니는 잡은 손을 풀고는 하늘이를 양팔로 감싸 안았다. 그리고 하늘의 볼에 입맞춤을 하였다. 그때에 하늘은 자신의 볼에서 촉촉함으로 어머니의 눈물을 알았다. 하늘은 말없이, 아니 말 못 하는 심정으로 아버지의 손을 풀고는 어머니를 두 팔로 감싸 안았다. 이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하늘의 아버지는 차창 밖을 바라보며 슬며시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러나 앞에 앉은 강인이와 운전 중인 광일이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드디어 광일이가 운전한 자동차는 교회의 주차장으로 도착을 했다. 차에서 내린 광일이의 가족은 교회의 예배실로 들어섰다. 안내하시는 여 집사님이 반갑게 맞아주시며 맨 앞자리로 안내를 했다. 특별히 목사님이 광일의 가족을 맨 앞자리로 안내하라고 지시를 했었던 것이었다.

찬양 팀의 찬양인도로 예배를 시작이 되었다. 순서에 따라 목사님이 설교를 하시게 되었다. 오늘의 말씀은 마태복음 28장 5,6절이었다.


『그 천사가 여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를 찾고 있는 것을 안다. 예수께서는 여기 계시지 않고 말씀하신 대로 살아나셨다. 여기 와서 예수께서 누워 계셨던 자리를 보라.』


목사님은 이 말씀으로 하늘나라에 대한 설교를 하시었다. 그 설교를 요약하면 이렇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그날에는 천지가 어두워졌으며 성전장막에 있던 휘장이 찢어졌으며, 땅이 흔들리고 바위가 갈라졌습니다. 그리고 무덤에서 잠자고 있던 믿는 사람들이 살아났으며, 예수님이 부활하는 때에 함께 무덤에서 나와 거룩한 성에 들어갔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있을 때에 한 강도는 예수님을 믿었기에 함께 낙원에 들어갔습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예수님께서 단순히 십자가에 달리시고 죽으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그동안에 예수님이 예루살렘과 갈릴리를 돌아다니시면서 행하신 수많은 이적과 기적 중에서 가장 놀라운 기적을 보이셨습니다. 물론 예수님은 들것에 실려 가는 청년을 살리셨고, 회당장이의 소녀도 살리셨으며, 나사렛도 살리셨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부활한 것이 아닙니다. 부활함에는 새롭게 거듭남을 의미합니다. 새롭게 거듭난 성도는 예수님이 부활할 때에 무덤이 열리고 성도들이 다시 살아난 것처럼 죽어서도 죽지 아니하고 다시 살아나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 우리와 함께 주님의 부활주일에 예배를 드리는 우리의 성도 가운데 한 사람은 그렇게 될 것입니다. 오늘 저는 여러 성도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온전한 믿음을 가지라고 강요하고 싶습니다. 온전한 믿음은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날마다 믿음의 삶 속에서 자신의 믿음을 확인하고 확인하는 삶일 때에 온전한 믿음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믿음을 위해 우리 함께 기도합시다.」


곧이어 부활찬양으로 칸타타가 있었다. 그리고 예배를 마친 후에 성도들은 삶은 계란 하나씩을 가지고 돌아갔다. 성도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있을 때에 목사님은 문 앞에서 성도들에게 은혜의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예배실 안으로 들어오셔서는 곧바로 맨 앞에 앉아 있는 광일의 가족들에게로 다가왔다.

광일의 가족은 예배를 마치면 성도들이 다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적한 때에 하늘이를 데리고 나가곤 하였었다. 혼잡함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럴 때마다 목사님은 각별하게 광일의 가족들에게 다가오셔서 반갑게 반겨주었었다. 그럴 때마다 하늘은 목사님의 손을 꼭 잡고는 입맞춤을 하였던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목사님이 오셔서 광일의 가족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는 동안에도 하늘은 조용히 앉아 있었다. 목사님은 마지막으로 하늘에게 손을 내밀어 하늘의 손을 잡아주려고 하자. 하늘은 맥없이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깜짝 놀란 목사님과 가족들은 당황하여 하늘의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런데 하늘은 축 늘려진 채로 바로 앉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이때에 매우 놀란 강인이가 하늘에게로 바싹 다가와서는 껴안으며 살폈다. 하늘은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광일이도 당황하고 놀래어 곧바로 응급차를 불렀다.

잠시 후에 응급차가 와서는 하늘이를 들것에 실어서 차에 태우고 가족들과 목사님은 응급차에 함께 탔다. 그리고 응급차는 곧바로 YS 병원으로 달려갔다. 응급차에서 하늘이를 들것채로 응급실로 갔다. 의사들이 달려와 하늘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YS 병원의 의사 선생님들은 하늘이를 잘 알고 있었다. 특별한 환자이기 때문이었다.

의사 선생님들은 여러 방법으로 진찰과 검사를 해보았다. 그러나 하늘은 이미 숨을 거둔 후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시각을 목사님과 가족들과 상의한 후에야 하늘은 예배 중에 목사님의 설교를 다 듣고 난 직후에 숨을 거둔 것으로 판명이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은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목사님도 눈물을 감추며 가족들을 위로하려고 했다. 그런데 가족들은 한없이 눈물을 흘리면서도 너무나 차분한 모습이었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목사님도 가족들로부터 듣고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일이 일어나고 보니 마음이 아픔을 억제하지 못하였던 것이었다. 오히려 가족들이 목사님을 위로하는 편이다. 이러한 가족들과 목사님께 말씀을 나누시던 의사 선생님들로 당황하였다. 그때에 나이 많은 한 의사가 가족들에게 물었다.


“혹시 고인이 된 하늘 씨가 오늘 세상을 떠날 것을 아셨습니까?”


그러자 강인이가 설명을 해주었다.


“네, 오늘이라고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곧 세상을 떠날 것을 본인도 알고 있었고, 우리 가족들도 알고는 있었습니다.”

“네? 알고 있었다고요?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다니.......”


오히려 의사 선생님이 놀라고 말았다. 옆에서 듣던 의사 선생님들과 간호사님들도 모두 놀라고 말았다. 사람이 죽는 날을 알고 있다는 것에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오랜 중환자로서 입원 중이었다면 증상에 따라 의사 선생님들이 죽는 날을 예측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축복 중에 자신의 운명이 끝날 때를 미리 안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이 아니겠는가? 그러지 않던가?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편히 죽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지 않던가? 그래서 장례식장에 조문을 가면, 제일 물어보는 것이 어떻게 세상을 떠나셨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고 이하늘은 열 달의 태중에서는 정상적으로 자랐으며, 세상에 나오는 순간에 모든 것이 닫혀 버린 것이었다. 볼 수 있는 눈도, 들을 수 있는 귀도 그리고 말할 수 있는 입도 닫혔던 것이었다. 그렇게 닫힌 인생을

그녀는 사십 년을 살아온 것이었다. 이제 그녀는 세 번째 인생을 하늘나라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것도 정상적으로 말이다.

이제 의사의 판정에 따라 YS 장례식장에서 장례일정을 잡게 되었다. 광일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광일이가 모시고 집으로 갔다. 그리고 고 하늘의 남편인 강인이는 무거운 심정으로 장례절차를 따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런 일에 목사님도 거들어 주신 후에 교회로 돌아갔다. 모든 장례준비를 마친 강인은 텅 빈 장례실 안에 홀로 남겨져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다가 직장에 전화를 걸어서는 장례기간 동안을 휴무로 신청을 하였다.

집으로 돌아온 광일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위로해 드리느라 자신의 아픈 마음을 잊어버렸다.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엄마의 소품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에 할머니는 점자타자기 옆에 놓여있는 봉투를 발견하였다.

“광일아! 이건 뭐니? 웬 편지봉투가 있지?”


광일은 할머니로부터 봉투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봉투 안에서 종이를 꺼냈을 때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드리는 편지였던 것을 알았다.


“할머니, 이건 엄마가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전하는 편지 같아요. 최근에 쓴 것 같아요.”

“그래?”


할머니는 광일에게서 하늘이의 편지를 받아서는 내용을 읽었다. 편지내용은 이러했다.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그동안 저를 키워주시느라 얼마나 힘들었어요. 이제는 저를 놓아주실 때가 온 것 같아요.

어머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저 같은 못난 자식이 태어나서 한 번도 제 곁을 떠나시지도 못하시고 지켜주시고 돌보아주시고 키워주시고…….

그리고 이렇게 주님을 알게 해 주시고 믿음을 가지도록 기도 많이 하신 것도 전 알고 있었어요. 이제는 저에겐 하늘 아버지, 주님뿐인 걸 아시지요? 그래도 어머니의 사랑을 잊지 않을 거예요. 저 하늘나라에 가셔도요.

그리고 아버지께도 묵묵히 저를 응원해 주시고 깊은 사랑을 해주셔서 제가 흔들리지 않게 하여 주신 것도 잘 알아요. 혹시 아버지께서 저로 인해 마음이 상하시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어요. 원래 내색하지 않는 깊은 사랑에는 상처가 더 크다고 하셨어요. 어머니께서 아버지를 많이 위로해 주셔요. 그리고 이젠 두 분이 마음 편하게 여행도 하시고 즐겁게 지내시다가 저를 만났으면 해요. 저 때문에 어딜 먼 곳으로 여행도 못 가시고, 편안하게 지내시지도 못하셨잖아요.

또한 사랑하는 강인 씨와 사랑하는 광일에게도 고맙고 사랑한다는 마음은 꼭 전해주셔요. 참으로 고마운 강인 씨예요. 그분이 아니었으면 저는 정말 사랑을 다 알지 못하였을 거예요. 저는 그분을 통해서 더욱 하나님을 가까이 다가갈 수가 있었어요.

주님이 그러셨어요. 네가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나, 이제 넌 강인을 통해 사랑을 나누는 것을 알게 될 것이며, 그리고 네가 자식을 낳음으로써 하나님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라고요.

이제는 강인 씨와 광일이가 어머니와 아버지를 돌보아 주실 거예요. 제가 없더라도 어머니, 아버지, 강인과 광일이와 함께 행복하게 사셔요.

어머니, 제가 왜 이 세상에 태어나야 했는지를 깨달았어요. 물론 어머니로부터 태어났지만, 만일 제가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저는 하늘나라에 갈 수가 없었을 거예요. 하늘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요.


『내가 천지를 창조하기 전에 이미 하늘나라를 세웠다. 그리고 그 나라에 들어갈 내 자녀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억지로 내 나라에 들어가게 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아니? 그것은 너처럼 장애를 가진 자뿐만 아니라. 그러니깐 장애는 아무 조건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장애가 너를 나에게로 인도하는 등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란다. 너처럼 태어날 때부터 장애인은 특별히 선택받은 나의 뜻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기대했다. 그것을 알겠니? 너처럼, 모든 어린아이들은 다 나와 같은 형상을 지녔었단다. 그런데 그들이 자라면서 악한 것을 배우면서 내 형상을 잃어버리고 있단다. 그래서 내 아들이 말하지 않았니? 어린아이와 같지 아니하고는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이다. 이 뜻을 너는 알게 될 거야. 너는 참으로 놀라운 아이였다. 불행하게 태어났는데도 어찌 그렇게 평온할 수 있었니? 그것이 너로 내 딸이 되게 한 것이란다. 그 평온이 어디서 오는지도 알겠지? 그것은 바로 진실성이란다. 내가 아담을 창조할 때에 우리의 형상대로 사람을 만들자 했을 때에, 거기에는 사람이 스스로 행하고 살아가는 길을 찾아가는 의지, 즉 자유의지가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 자유의지에 따라 사람을 세상을 살아가겠지.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겠니? 그러나 그 자유의지에 따라 사람의 인생은 심판을 받게 되는 것이란다.

보아라! 너는 특별한 존재인 걸, 즉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고 말할 수 없으니, 너는 그 자유의지를 악하게 사용하지 못하지 않았니? 그러므로 너는 선한 길을 가려고 하고, 가게 되었던 것이지. 선한 길을 가면 갈수록 진리를 깨닫게 된다. 네 인생이 사십 이면 충분하지 않겠니?』


어머니, 이제 아시겠지요? 제가 세상을 떠났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아버지께도, 강인 씨에게도, 광일에게도 말해주세요.

오늘 하늘 아버지께서 저를 데려가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이렇게 글로 전해요. 제가 말을 못 하잖아요.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주님의 은혜로운 삶을 사셔요.

- 사랑하는 딸 이하늘 올림- 」


광일이 할머니는 편지를 읽으시면서 연시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이를 옆에서 바라본 광일은 할머니의 편지를 같이 보면서 할머니를 꼭 안아주었다. 편지를 다 읽은 할머니는 광일에게 전해주면서 할아버지께도 보여드려라 고 말했다. 광일은 엄마의 편지를 할아버지께 드렸다. 할아버지도 역시 고 이하늘의 편지를 읽으시면서 눈물을 흘리시고 말았다.

나중에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온 광일의 아빠 강인에도 그 편지를 보여드렸다. 모두들 둘러앉아 함께 하나님께 기도하자고 강인을 부탁을 하고는 함께 모여서는 돌아가면 고 이 하늘을 위해 기도를 드렸다.


《작가의 마음》

이제 하늘나라로 떠나간 이하늘을 바라보면서 작가는 인생을 많이 깨닫게 되었고, 은혜도 많이 받았고, 더욱 확실한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한없이 슬프고 아파서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며 그저 하늘만 바라봅니다. 이제 남아 있는 가족은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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