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하늘은 거실 창문 쪽에서 봄 햇살을 받으며 흔들의자에 앉아서 흔들흔들하고 있었다. 하늘의 남편인 강인은 집에 있었다. 오늘은 강인이 휴무인 날이었다. 강인은 거실의 소파에 앉아서 하늘의 어머니랑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특별히 오늘은 강인이 집에 있는 날이라서인지 하늘의 어머니는 좋은 커피를 내려서는 하늘과 강인에게 제공을 해주었다. 그래서인지 거실에는 커피 향이 가득하다. 이런 커피 향을 하늘은 참 좋아한다. 그래서 하늘은 마냥 행복해하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하늘의 모습을 훔쳐보면서 강인은 장모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강인은 장모님과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걸까? 물론 하늘은 전혀 두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다만 하늘은 두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어머님, 참 세월이 빠르지요? 광일이가 스물이 넘었고, 광일의 엄마도 마흔이 넘었으니 말이에요.”
“정말 그래요. 광일이 엄마를 홀로 키울 때에는 세월이 참 길었다오.”
“왜요? 많이 힘들었나 봐요. 어머님!”
“힘들었다니 보다는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였기 때문이었죠.”
“소중하다니요? 무엇이요?”
“하늘이 태어난 그날에는 몰랐다오. 그래도 품에 안아 젖을 먹일 때에는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몰라요.”
“그때도 광일이 엄마는 귀여웠군요! 아주 예뻤지요? 지금도 어여쁘지만요.”
“천사 같았지요. 전혀 장애인이라고 생각되지 않더군요. 이렇게 고운 내 딸이 어째서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다니……. 그리 생각이 들었어요.”
“어머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요. 제 어머니도 자주 그리 말하셨어요.”
“자네 어머니도……. 왜? 이렇게 멋진 아들인데…….”
“홀로 저를 키우시느라 그러셨겠지요. 가끔 홀로 우시는 모습을 저는 자라면서 보아왔어요.”
“어머, 왜 우실까?”
“저의 아버지를 잃고서 그러신 것 같아요. 자주 제게도 아버지에 대해 말씀해 주셨어요.”
“그렇겠구나. 차라리 세상을 떠났다면 모를까. 살아 계신지 아닌지 모르시니 더욱 그러했겠네.”
“네, 맞아요. 그러셨어요. 지금은 어찌 지내실까? 잘 지내실까? 살아계실까? 그러셨지요.”
“자네도 마음은 편치 않았겠구먼.”
“네, 전 어머님이 많이 마음에 걸렸어요. 홀로 저를 키우시느라 안 하신 일도 없으셔요.”
“왜, 특별한 직업은 없으셨나?”
“저의 어머니는 서울 사람이어서 곱게만 자랐거든요. 육이오 때에 부모님까지 잃으셨지요. 그러니 얼마나 힘들었는지 전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랬군. 우리 광일이가 아빠를 많이 닮았네요. 엄마에게 잘하는 모습이 말일세.”
“저도 광일을 보면 제 어릴 적이 자꾸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광일의 엄마를 제 엄마로 착각할 때가 많았어요.”
“이제 알겠네. 자네가 왜 그리 선하게 보였는지 말일세. 생각나요? 우리 하늘이 행방불명일 때에 자네가 얼마나 열심히 찾으며, 날 위로해 주었는지 말일세.”
“알지요. 어찌 잊겠습니까? 그 순간에 전 하나님의 뜻을 깨달았거든요. 그전에 공원에 홀로 벤치에 앉아 있는 여인에서 빛이 나는 걸 보았어요. 제겐 얼마나 아름답게 보였는지 몰라요.”
“그래서 무리하게 하늘이 옆에 앉았었군요. 그땐 너무 놀랐지요. 모르는 남자가 옆에 있으니 겁도 나고 그랬지.”
“제가 나쁜 사람으로 보이셨든가 봐요?”
“꼭 그런 건만은 아닐세. 모르는 남자가 옆에 있으니 안 그렇겠나.”
“전 그 장면을 잊지 못합니다. 공원 벤치에 홀로 앉아 있는 여인의 모습을 저는 종종 생각하곤 합니다. 특히 힘들 때면 더욱 생각하지요.”
“그렇게 힘들었는가?”
“아니요. 직장에서 말입니다. 하늘을 날아가는 생활은 결코 편치 못합니다. 지상에 내려와야 안심이 되거든요.”
“비행기 기사님들은 다 그런가? 우린 멋지게만 보이던데…….”
“네, 사람들은 멋지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매우 긴장이 됩니다. 뭐라고 할까요? 의무감이랄까요?”
“그렇겠네. 그 커다란 비행기를 하늘에 날도록 하는 일이 놀라운 일이지. 나도 처음 자네랑 하늘이랑 신혼여행을 함께 갈 때에 긴장을 했었지.”
“그러셨어요? 자주 타시면 긴장보다는 하늘을 난다는 기분에 좋아해 질 거예요.”
“그래, 어머니의 산소에는 매년 가지?”
“네, 4월 30일이 어머니 기일이에요.”
“꼭 한 달이 남았군. 우리 하늘이는 보지 못하고 하니 산소에 가서도 큰 도움은 못되겠군.”
“아니에요. 광일 엄마는 저보다 더 깊이 저의 어머니를 모시던데요. 저도 놀랐어요.”
“하늘이가? 어떻게?”
“마치 생전에 보는 것처럼, 그런 표정이었어요.”
“음, 그랬군. 하늘은 우리가 못 보는 세상을 보고 있겠지. 가끔 나도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네.”
“그랬어요? 우리와는 딴 세상을 사는 거지요. 저도 광일 엄마로부터 받는 느낌이 많아요. 지금도 저기를 보세요!”
강인은 창문 쪽에 앉아 있는 그녀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하늘이 어머니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지금 얼마나 행복해하는지를, 그 모습만 바라보아도 하늘이 어머니는 절로 행복감을 느끼셨다. 그런데 지금은 강인까지 그녀로 인해 행복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지금에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물론 옆에는 그녀의 어머니와 남편 강인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또한 따스한 봄 햇살에 젖어 그녀는 하나님 아버지를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하늘이가 제일 행복해하는 때는 항상 하늘 아버지, 즉 주님과 함께 있을 때였다. 왜 그녀는 행복했을까?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는 그녀에게는 하늘 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에는 볼 수고 있었고 들을 수도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부모에게 항상 조용하고 온화한 모습이었던 것은 처음에는 전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었겠지만, 사실은 그녀는 언제나 혼자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조금씩 하나님 아버지를 알아가게 되었었다. 처음에는 엄마의 태중에서 그녀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으며, 찬양의 소리와 성경말씀을 들었던 것이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아기를 위해서 찬양과 성경말씀을 입술로 소리를 내었던 것은 아기를 위한 것이었다.
그녀에게는 유일하게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모태에 있을 때였다. 그녀가 한 번도 세상을 보지 못하였지만, 태중에 있었던 것은 잊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하늘 아버지는 유일한 관계였다. 점점 그녀는 믿음이 자라면서 더욱더 주님을,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으며, 점자성경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믿음이 자랐던 것이었다.
그런 그녀가 지금은 거실 창문 쪽에 흔들의자에 앉아서 봄 햇살을 받으며 아버지와 함께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봄바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거실 안으로 불어왔다. 그녀는 얼굴을 창밖을 향하여서는 양손을 창문 유리에 대고는 몸을 좌우로 흔들며 춤추듯이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를 바라보던 강인이도 그녀의 어머니도 몸을 좌우로 흔들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어머니, 광일이 엄마가 매우 행복해하며 찬양하는 듯해요.”
“그렇게 보았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오. 주님과 함께 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렇군요. 주님을 보고 있는 걸까요?”
“그럴지도 모르죠. 이런 모습은 처음은 아니지요.”
“제가 물어볼까요?”
강인은 곧바로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녀를 뒤에서 감싸 안았다. 그러자 그녀는 동작을 멈추고는 강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강인은 점자판을 들어서 그녀에게 물었다.
“자기, 지금 뭐 하고 있었어?”
“나, 지금 내 곁에 주님이 계셔요.”
“주님이 보여요?”
“네, 오늘 당신의 어머니 산소에 가라 하네요.”
“오늘? 이 시간에 말에요?”
“네, 지금 가요.”
“어머님, 광일 엄마가 저의 어머니 산소에 가자고 하네요?”
“갔다 와요. 뭔가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럴까요? 지금 몇 시지?”
“12시 조금 지났군. 다녀와요.”
“어머님은 여기 계시게요?”
“둘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우리 둘만 가요?”
“그래요. 아마도 하늘은 그리 생각할 것 같아요.”
“네, 어머님~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가는 길에 데이트도 해요!”
“네.”
강인은 외출준비를 하고, 그녀는 어머니가 외출준비를 도와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외출준비를 마치고는 둘이 현관을 나서서 주차장으로 함께 걸어갔다. 아파트 현관까지 따라 나오신 어머니는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매우 기뻐하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도 그렇다는 듯이 너무나 맑고 푸르렀다.
주차장에 도착한 두 사람은 자동차에 탔다. 강인은 먼저 그녀를 운전석 옆자리에 앉히고는 운전석으로 돌아와 핸들을 잡았다. 그리고 시동을 걸고는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강인의 자동차는 강변도로를 따라 파주방향으로 달리기 시작을 했다. 자동차는 1시간을 달려서는 파주를 지나 경기도 금촌 마을에 있는 기독교 묘지로 도달을 하였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를 하여 강인은 그녀를 차에서 내려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관리실로 갔다. 그리고 방문일지에 기재를 하고는 두 사람은 관리실을 나와서는 꽃집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장미꽃과 목련꽃으로 작고 아담한 화기 꽃을 샀다. 강인은 화기 꽃을 그녀의 손에 지워주었다. 그녀는 손에 든 꽃 화기를 코에 대고는 꽃향기를 맡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얼굴에서 꽃처럼 화사한 모습을 강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에 화기 꽃이 들린 채 강인은 그녀의 손을 잡고는 기독교묘지 안으로 들어섰다. 주변에는 개나리꽃들이 그리고 봄꽃들이 좌우로 피어난 묘지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강인의 어머니의 산소는 조금 언덕을 올라가야 했다. 이때에 그녀가 걸음을 멈추었다. 강인은 그녀의 손을 잡은 채 주변을 살폈다. 그녀는 몸을 앞으로 살짝 구부리고 무엇인가 찾는 듯이 보였다. 강인도 그녀처럼 허리를 구부리고는 그녀처럼 주변을 살폈다. 그때에 강인의 눈에 들어오는 들풀 꽃이 보였다. 그 들풀 꽃은 하늘빛 별꽃이었다. 강인은 곧바로 별꽃을 몇 송이를 꺾어 들었다. 그리고는 손에 든 별꽃송이를 그녀의 코앞에 갖다 댔다.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켜면서 꽃향기를 맡았다. 그리고는 그녀는 별꽃송이에 얼굴을 살짝 대고는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때에 강인은 깨달았다. 그녀가 이 별꽃을 어머니 산소에 가져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말이다. 강인은 그녀를 손으로 이끌면서 다른 손에는 별꽃송이를 들고 있었다. 그렇게 강인의 어머니 산소에 도달을 하였다. 강인은 그녀에게 손에 들고 있는 장미꽃과 목련꽃의 꽃화기를 어머니 산소 비석 앞에 놓도록 도와주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꽃화기를 비석 앞에 내려놓고는 강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강인의 손에 있는 별꽃을 달라는 것이었다. 강인은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하늘빛 별꽃을 그녀에게 주었다. 그녀는 별꽃에 입맞춤을 하고는 그 꽃을 강인의 어머니 산소 비석 앞에 바르게 놓았다. 그리고는 그녀는 비석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강인은 좀 당황하였지만 곧바로 그녀의 옆에 같이 꿇어앉았다. 그녀는 두 손을 비석에 대고는 한참 동안을 그렇게 있었다. 강인이도 그녀의 눈치를 보면서 그녀의 손등 위에 손을 같이 대고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강인의 눈에는 그녀가 어머니와 대화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입술이 살며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그녀는 다시 일어섰다. 강인도 그녀를 따라 일어섰다. 또다시 그녀는 서있는 대로 입술이 움직이고 있었다. 강인은 꼼짝없이 그녀 옆에 서서 어머니의 산소를 바라보다가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입술이 움직이고 있음을 강인은 보았다. 그리고는 그녀는 다시 산소 앞에 쪼그려 앉아서는 어머니의 산소를 이리저리 더듬어 만지고 있었다. 강인은 그대로 서 있었다. 그녀의 행동에 강인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에도 그런 적이 없는 그녀가 오늘은 너무나 이상하리만치 무슨 절차를 따라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었다. 그렇게 어머니의 산소를 어루만지던 그녀는 일어났다. 그리고 강인을 찾느라 손을 이리저리 저었다. 강인은 곧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안심이 되는지 가슴이 위에서 내려앉더니 강인의 어깨에 몸을 기대었다. 강인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는 잠시 있었다. 그리고는 어머니 산소 앞에 등을 대고는 잔디 위에 나란히 앉았다. 오늘따라 하늘도 참으로 푸르렀다. 나란히 앉은 강인은 곧바로 점자판을 꺼내어 그녀에게 물었다.
“여보, 오늘 당신이 이상해요?”
“뭐가요?”
“전에는 내가 하는 대로 따라 했잖아!”
“그런데요?”
“오늘은 당신이 척척 알아서 하잖아!”
“오늘이 어머니를 찾아오는 마지막 날이에요.”
“뭐라고? 마지막이라니?”
“어머니 기일 전에 전 여기 없어요.”
“뭐? 없다고?”
“여보! 너무 그러지 말아요. 저도 마음이 아파요.”
“음......”
“여기 별꽃이 보이시죠? 그것도 하늘빛 별꽃이지요?”
강인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떻게 그녀가 이 꽃을 보았나? 보았을까? 강인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아니 강인은 가슴이 마구 뛰었다.
“당신~ 이 꽃을 보았소?”
“아니요. 말해주었어요. 당신의 어머니가요.”
“머시? 우리 어머니가 당신에게.......”
“네. 조금 전에 도요.”
“아~ 당신! 어찌 나를 빼놓고.......”
“미안해요. 어쩔 수 없었어요. 우리는......”
“됐어요. 어머니가 뭐라 하셨어요?”
“별꽃을 가져다주어서 고맙다고 했어요.”
“또.”
“당신의 아들을 낳아주어서 고맙다고. 그리고 절 위로해 주었어요.”
“아~ 어머니!”
강인은 참지 못하고 소리치고 말았다. 그리고는 어머니 산소 위에 털썩 엎드려서는 울먹이고 있었다. 그녀는 강인이 산소에 엎드려 우는 것을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저 그녀는 그대로 서 있었다. 강인은 일어나서 안정이 되었는지, 그녀를 안아주면서 그녀의 머리에 입맞춤을 하였다. 그리고 둘은 어머니의 산소에서 내려왔다. 기독교 묘지 정문에 이르러서는 다시 뒤돌아보더니 그녀와 함께 주차장으로 갔다. 그리고 둘은 차를 타고 기독교 묘지를 떠났다.
그들은 집으로 향하여 가기 전에 파주에 있는 평화누리공원에 이르러서는 산책을 하고, 카페에서 점심을 하였다. 식사 후에 둘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공원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강인이만 풍경을 바라보았고, 그녀는 강인의 어깨에 기대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남이 보면 같이 공원풍경을 바라보는 듯이 보였다. 강인은 마음이 너무나 외로웠다. 그녀가 말한 어머니 산소에는 마지막이라는 말이 강인의 마음에서 계속 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