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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하늘이의 겨울과 지혜

[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by trustwons

[어둠의 사십 년]

36. 하늘이의 겨울과 지혜


하늘이는 거실에 있는 창문을 살짝 열었다. 그리고 그녀는 얼굴을 창틈에 바싹대고는 자신의 얼굴에서 차가운 공기를 느끼고 있었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성경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던 그녀의 어머니는 유심히 그녀를 쳐다보다가 그녀의 행동에 대해 놀라 해 하다가 지켜보고 있기로 했다.

그때에 거실 창문이 열려있어서 매서운 찬바람이 거실을 매치게 들어와 그녀의 어머니를 움츠리게 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 듯 그대로 있었다. 휑하고 찬바람이 거실을 한 바퀴 돌아치니 그녀의 어머니는 추위를 견디려고 앞에 있는 커피를 마셨다. 이제 그녀도 추운 듯이 온몸을 움직이더니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앞에 놓인 커피 잔을 찾아들어마셨다.

광일이 생일날에는 변산반도에 조각공원을 갔었을 때에는 그렇게 추운 줄을 몰랐었던 그녀는 그때에 찬 공기를 그리워했었나 보다. 변산반도의 바닷바람은 유난히 세차게 불어왔었다. 하지만 그녀는 옷을 두툼히 입었었는지 바닷바람이 정겹게 느꼈었나 보다. 집안에는 보일러가 돌아가고 있었기에 매우 따뜻한 공기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거실창문 쪽에 흔들의자에 앉아 있었던 그녀는 갑자기 창문을 열어 얼굴을 내밀었던 것이다.

창밖에는 하얀 눈이 내려있어서 바깥풍경이 온통 하얗게 되어있었다. 나무들도 하얀 옷으로 덮고 있었고, 옆 건물사이로 보이는 거리마다 하얗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런 풍경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겨울의 차가운 공기에 매력을 느끼곤 했었다. 아니 그녀는 여름의 공기도 잊지를 못한다. 그녀가 느끼는 겨울공기는 매섭다, 차갑다, 이런 표현보다는 무겁다, 신선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반면 여름의 공기에는 후덥지근하다, 뜨겁다, 이렇게 느끼기보다는 가볍다, 답답하다 그렇게 생각했던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겨울의 공기와 여름의 공기를 매우 좋아한다. 왜 그럴까? 그녀에게는 호흡으로 통해서도 얼굴의 피부를 통해서도 무엇인가 말을 해주는 듯해서 외롭지 않았고, 친구처럼 생각을 했었던 것이다. 그녀에게는 언제나 어둠뿐이었는데, 자신을 둘러쌓고 있는 공기가 어떤 때는 무겁게 느껴지다가 가볍게 느껴지다, 어떤 때는 자신의 얼굴을 만져주다가 가버리는 느낌에서 그녀는 친구처럼 여겨졌고, 그들에게서 무엇인가 대화를 가지게 되었던 것에 그녀는 늘 좋아했고, 때로는 행복해했었다. 그녀에게 겨울바람과 여름바람은 든든한 친구 같았다. 그러나 봄바람과 가을바람은 가볍고 그녀를 설레게 하는 친구 같았다. 특히 그녀에게 찾아와 주는 그들이 참 고마워했으며 그리워했다.

그녀는 다시 커피 잔을 앞에 작은 탁주 위에 가만히 내려놓고는 점자성경 창세기를 읽고 있었다. 그때에 그녀는 한 말씀에 손이 멈춰있었다. 그리고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이 창문 쪽으로 얼굴을 돌리는가 싶더니 다시 하늘 쪽으로 돌리고 그리고는 다시 성경의 점자를 짚어가며 읽고 그러고 있었다. 언제나 그녀의 어머니는 늘 그녀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는 한 번도 그녀를 멀리 두지 않았었다. 물론 어느 날에 공원에서 화장실에 다녀오려고 그녀를 홀로 벤치에 둔 것 때문에 당황하였고, 놀랐고, 두려웠던 사건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사건 때문에 하나님이 예비해 두신 사위, 그녀의 남편 될 강인을 맺어지게 된 것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그녀의 어머니는 그때를 생각할 때마다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솟아나곤 하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성경의 어떤 말씀에 저러는지 궁금해하였다. 그래서 어머니는 살며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놓인 점자성경 책을 내려다보았다. 성경은 점자로 돼있어서 어머니는 내용을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펼쳐놓은 점자성경에 창세기 8장을 열어놓은 것만은 알아볼 수가 있었다.

그녀는 어느 부분에서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머니는 궁금하였다. 그녀의 손끝이 가 있는 곳을 보니, 창세기 8장 22절이었다.


「땅이 존재하는 한, 씨 뿌리는 것과 추수하는 것과 추위와 더위와 여름과 겨울과 낮과 밤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여기, 이 부분에서 생각이 멈춰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래서 창문을 살짝 열고는 얼굴에 겨울공기를 느끼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녀는 여기에서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의문이 들기 시작을 했다.


‘왜 하나님은 노아에게 이 말씀을 꼭 집어서 말씀하셨을까? 땅이 존재하는 한이라니, 그렇다면 언제인가는 땅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는 걸까? 그리고 씨 뿌리는 것과 추수하는 것을 강조하셨을까? 그럼 홍수 이전에는 뿌리고 추수하는 일은 없었을까?’


그녀는 잠시 침묵, 아니 말을 못 하니 침묵이라기보다는 꼼짝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에는 꼼짝하지 않고 돌비석처럼 몸이 굳어진 듯이 있곤 하였었다. 이런 사실은 그녀의 어머니는 알게 되었었다. 지금 그녀가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그녀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구나 하고 알아채렷다. 그래서 그녀의 어머니는 안심을 하고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다 식은 커피 잔을 들어마셨다. 그녀는 다시 손끝을 움직이더니 또 생각에 잠겼다.


‘왜, 하나님은 노아에게 추위와 더위를, 그리고 겨울과 여름을 꼭 지적해서 말씀하셨을까? 그리고 낮과 밤이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을까? 그렇다면, 추운 날과 더운 날 그리고 그날이 길어서 겨울과 여름이라고 하신 것일까? 그리고 왜 낮과 밤이 그치지 않는다고 했을까? 홍수 이전에도 낮과 밤은 있었지 않았나?’


잠시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 그녀는 다시 창문 쪽으로 얼굴을 향하고는 하늘을 보는 듯이 얼굴을 위로 쳐들었다. 그러더니 그녀는 뭔가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렇구나, 홍수이전에는 추위도 더위도 큰 차이가 없었어. 그리고 추운 날도 더운 날도 없었어. 그러니깐 홍수 이전에는 사람들이 춥거나 덥거나 할 필요가 없었던 거야. 그러니 그들은 옷을 어떻게 입을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는 거지. 단지 그들은 옷은 몸의 수치를 가리는 이유였던 것이야. 그리고 낮과 밤의 기온차도 별로 없었어. 그러니깐 하나님은 노아에게 꼭 집어 말하기를 낮과 밤이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 거야. 낮에는 덥다가도 밤이 되면 추워지는 거지. 책에서 보았지! 기온차야, 밤낮의 기온차가 심하다는 것을 말이야. 그래서 홍수 이후에 사람들은 추위를 막을 집을 지워야 했어. 그전에는 집이 꼭 필요하지 않았던 거야. 그냥 들에서 자고 일어나고 그랬어. 나도 그렇게 지내보고 싶다. 아무 되서나 자고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지, 이렇게 집으로 돌아와야 하고, 잠자리를 해야 하고……. 참 불편한 짓이야.’


그녀는 생각에 잠기다가 빙글 웃는 모습을 그녀의 어머니는 보고는 안심을 했다. 그리고는 궁금하기도 했었다. 어머니는 옆에 있는 점자판으로 들고는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어머니는 점자판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생각을 했기에 웃니?”


그녀는 어머니가 옆에 계신 걸 알고는 깜짝 놀라하면서 어머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니 쳐다보았다기보다는 향했다고 말해야 맞는 말이다.


“하나님이 노아에게 하신 말씀이 놀라워요.”

“뭔 말씀을 했는데?”

“어머니, 춥고 더운 날, 씨 뿌리고 추수하는 일에 대해서요.”

“그게 어떤데? 당연한 일이지.”

“당연한 일이요?”

“그럼, 사계절이 그렇지. 씨는 뿌리지 않고 어떻게 추수하니?”

“그래서 아담에게는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도록 수고해야 먹을 것을 얻는다고 했군요.”

“그럼, 에덴동산에는 풍요했지만, 동산을 떠나서는 찾아 나서야 했겠지.”

“그런데 노아에게는 왜 뿌리는 것과 추수할 것을 말했을까요?”

“글쎄다~ 계절에 따라 뿌리고 추수해야지 않겠니?”

“아~ 맞다. 씨를 뿌리는 때가 있고, 추수할 때가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렇지.”


그녀의 어머니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제자리로 돌아와서는 탁자 위에 커피 잔을 들고는 식탁이 있는 곳으로 가서는 커피를 다시 내려서 가져와 탁자 위에 내려놓고서 그녀의 작은 탁자에 있는 커피 잔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커피도 다시 내려서는 가져다 그녀 앞에 작은 탁자 위에 놓았다. 그녀는 어머니가 가져다 놓은 것을 알아차리고는 자연스럽게 손이 커피 잔에 갔다. 그리고 커피를 들어마셨다.


‘그래, 지금이 겨울이지. 땅이 없어지기 전까지는 겨울도 오고 여름도 오고 씨를 뿌리고 거두고 하는 거라........’


그녀는 다시 커피를 마시며 커피 맛을 음미하고 나서는 커피 잔을 내려놓고는 흔들의자를 흔들흔들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들 광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 우리 아들이 오면 이 이야기를 나누어야지. 너무나 놀라운 말씀이잖아~’


하늘의 집 밖에는 하얀 눈으로 온 마을이 덥혀있으며, 그래서인지 동네가 매우 조용하다. 다행스럽게도 날씨는 그렇게 추운 날씨는 아니었다. 동네의 아이들이 나와 떠들며 눈싸움도 하며 그런 모습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어떤 모습도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떤 소리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는 늘 조용하기만 하였다. 낮이나 밤이나 말이다. 그렇게 낮과 밤이 분명하도록 따뜻하고 춥고 하는 것이 분명하였지만, 그녀에게는 그런 것을 피부로만 느낄 뿐이었다.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러갔다. 창밖에는 하얀 마을이 누렇게 변해가고 하늘에는 황혼 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피부로 공기의 기온이 내려갔음을 알 뿐이었다.

이때에 광일이가 일찍이 들어왔다. 집안으로 들어선 광일은 어머니가 창문가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황급히 다가가서는 엄마의 등 뒤에서 엄마를 껴안았다. 그러자 그녀는 아들이 온 것을 알았다.


“엄마, 하루 종일 여기에 앉아 있었어?”

“응.”

“뭐 했어?”

“성경을 읽었지, 너랑 대화를 하고 싶구나!”

“나랑? 늘 대화하잖아~”

“하나님과 노아의 대화에 대해서 말이야!”

“뭔데? 잠깐 기다려줘요. 옷 좀 갈아입고요.”

“그래, 저녁은 먹었니?”


광일의 할머니가 소리쳐 말했다. 광일은 방 안으로 들어가려 말고 할머니를 향해 말했다.


“아니요! 지금이 몇 시인데 벌써 저녁을 먹었겠어요.”

“잘 됐다. 네 엄마랑 둘이 먹을까 했는데, 갈아입고 와라!”

“네.”


광일은 방 안으로 들어갔고, 광일이 할머니는 그녀에게 가서는 저녁을 먹자고 그녀를 일으켜주었다.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식탁이 있는 곳으로 왔다. 그리고 늘 앉는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에 광일이도 와서 앉았다. 날씨도 춥고 하니 광일이 할머니는 저녁식사로 불고기와 꽃게탕을 해 놓으셨다. 하늘에게는 꽃게탕은 참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하늘이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그런데 어쩌자고 그녀의 어머니는 꽃게탕을 해 놓으셨을까? 사실 겨울날씨에는 꽃게탕이 제일이라고 말한다. 특히 그녀는 해물음식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어머니는 둘이 먹으려고 하신 것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광일이 일찍 집에 와서 셋이서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오늘 저녁은 광일이 아빠는 오지 않는다. 해외로 운항 중이시기 때문이다. 그리고 광일이 할아버지는 고향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온다고 연락이 왔었다. 그래서 그녀와 어머니 그리고 아들 광일이 이렇게 셋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모처럼 광일은 어머니의 꽃게탕에 게를 골라주려고 하자 그녀는 뿌리쳐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게를 골라먹겠다고 했다. 광일도 그녀의 어머니도 놀랐다. 그녀가 꽃게탕을 직접 뜯어먹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녀는 태연하게 숟가락으로 국물을 먹어보고는 손으로 꽃게를 집어서는 다리를 뜯어서는 입으로 이리조리 뜯고 먹는 것이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을 바라본 광일이 할머니와 광일은 멍하니 바라보더니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그리고는 안심하고는 광일이 할머니와 광일이도 신나게 꽃게를 뜯어먹으며 즐거운 저녁식사를 하였다.

사실 그녀의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다. 빨리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광일이랑 대화를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저녁식사를 마친 그녀는 광일의 손을 이끌고는 거실에 소파에 가 앉았다. 광일이 할머니는 이 둘을 바라보고는 특별한 차를 내오셨다.


“오늘 내가 특별한 차를 만들었단다. 따뜻할 때에 마셔라!”

“특별한 차라니요?”


광일은 할머니의 말에 놀란 척하면서 물었다. 할머니는 마셔보라고 손짓을 하시고는 부엌으로 가셨다. 광일 와 그녀는 광일이 할머니가 가져다 놓은 따뜻한 차를 마셨다. 정말 시원하면서도 바다향기에 그녀는 매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차였을까? 광일은 차를 마시고는 갸우뚱했다. 그리고는 할머니에게로 갔다.


“뭐예요? 맛이 괜찮은데요? 시원해서 좋아요.”

“꽃게차야~ 괜찮지?”

“어떻게 만들었어요? 비린내가 안 나요?”

“고럼, 비린내는 빼냈지, 몸에 좋아~ 칼슘이 듬뿍 들었지. 더 줄까?”

“네!”


광일은 할머니에게서 꽃게차를 더 받아서 가져와 엄마 옆에 앉았다. 그녀는 아직 꽃게차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시고 있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꽃게차를 통해 바다의 향기를 느끼고 있었다. 광일의 할머니는 꽃게차를 이렇게 만들었다. 꽃게의 등껍질과 집게발만 가져다가 깨끗이 씻어서 뜨거운 소금물에 넣어 살짝 데치고는 건져내어 맑은 물에 푹 달렸다. 그러면 약간 뽀얀 꽃게차가 된다. 마치 누룽지 숭늉처럼 말이다. 여기에다 살짝 생각차를 넣어 같이 마시면 비린내가 덜 느끼며 매콤한 맛에 건강해지는 듯이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바다향기를 즐기기 위해서 살짝 소금을 쳐 마신다.

이제 그녀는 아들 광일이와 대화를 가지려고 점자판을 두 대를 가져다 놓았다. 요즘에 점자판은 잘 나와서, 전자점자판도 있다. 그래서 점자로 치면 한글로나 영문으로나 화면에 나타난다. 반대로 되는 것도 있다.


“광일아~ 노아가 방주에서 나와서 하나님과 대화한 거 뭔지 아니?”

“응, 알아! 잠깐만......”


광일은 황급히 성경책을 가져왔다. 그리고 부지런히 엄마가 말한 부분을 찾고 있었다. 광일의 엄마는 광일의 이런 행동을 전혀 모르고 광일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광일은 성경구절을 찾아내고는 엄마에게 말했다.


“내가 구름사이로 무지개를 두어 다시는 물로 심판하지 않겠다.”

“아니, 그거 말고 노아가 제사를 드린 직후에.”

“음,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춥고 덥고, 겨울과 여름이, 낮과 밤이 그치지 않는다고 말이죠?”

“그래, 그 말씀에 넌 어떻게 생각하니?”

“당연한 거 아닐까요? 지금이 그렇잖아요!”

“왜 그리 말씀하셨을까 깊이 생각해 봐! 다른 좋은 말씀도 많잖니?”

“그러네요? 제사를 기쁘게 받으시고 좋은 덕담이라도 하시지…….”

“세상이 달라진 것을 말씀하신 거야.”

“노아홍수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 거요?”

“그래, 하나님은 항상 될 일을 말씀하신단다.”

“그래서 엄마에게도 그리 말씀하신 거예요?”

“광일아~ 그러지 마라! 넌 나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슬퍼하지 마라!”

“몰라요. 이제 엄마를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무엇이 엄마를 위한 거 같니?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지고 싶지 않지.”

“저도 그래요. 이제 엄마를 알아 가는데........”

“이런 말을 하자고 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인데요?”

“하나님이 노아에게 그리 말씀하신 이유가 있단다.”

“그게 뭔데요?”


광일은 마음을 정리하고는 엄마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졌다. 광일의 엄마는 차분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홍수 이전과 이후에 뭐가 달라졌는지를 알려주시는 거야.”

“춥고 덥고, 그리고 겨울과 여름이요.”

“그래,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거야. 그리고 이런 변화가 빨라졌다는 거야.”

“변화가 빨라졌다니요?”

“홍수이전에도 사계절은 있었지. 하늘의 별들로 그것을 알려준다고 하지 않았니?”

“그래요.”

“하지만, 이전에는 그렇게 변화가 심하거나 빠르지 않았다는 거였어.”

“그래서 사람들이나 동식물이 오래 살았겠네요?”

“그럼, 동식물의 수명은 나와 있지 않지만, 사람의 수명은 천년이었지.”

“알아요. 아담이 930년 살고, 무드셀라는 969년 살았죠.”

“그래, 그들이 오래 산 것은 변화가 느린 거였어. 천천히 성장을 한 거지.”

“천천히 늙어간다는 거네요.”

“그렇지, 지금은 매우 빠르게 늙잖니?”

“아~ 그런 거군요. 자연의 순환이 빨라 진거나 마찬가지네요?”

“그래, 그래. 그것 너에게 말해주고 싶었단다.”

“엄마는 참 놀라운 분이셔요! 엄마처럼 하나님을 잘 아는 분은 없을 거예요.”

“그런 생각은 교만한 생각이야. 하나님은 사람을 차별하시지 않는단다.”

“알아요. 햇볕과 비를 고루 내리시듯이 하나님은 악인이든 선인이든 고루 은혜를 내리신다는 말씀을 알아요.”

“그렇지, 은혜를 아는 자에게는 더욱 그 은혜가 풍성해지지.”

“친구관계에도 그래요. 서로 고마움을 알 때에 더욱 관계가 깊어지고 굳어져요.”

“친구? 그래. 친구 많니? 엄마는 친구가 예수뿐이란다.”

“아네요. 엄마의 친구는 아빠도 있고, 나도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있잖아요.”

“그렇구나! 친구?”

“친구나 형제! 다 같은 의미가 있어요. 서로 믿고 의지하는 것이지요.”

“그래, 너에겐 형제가 없구나!”

“괜찮아요. 전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엄마도 아빠도 있잖아요.”

“대화가 다른 길로 갔구나!”

“무슨 얘기하시려고 했어요?”

“음, 그러니깐 이 세상의 변화가 빨라졌다는 것이지. 시간이 빨라진 게 아니란다. 변화가 빨라졌단다.”

“홍수이전이나 이후에 시간은 항상 같았단다. 그러나 자연은 이전보다 이후가 빨라졌다는 것이지.”

“그래서 인생이 백이십 년이 된 것이란다. 그리고 자연의 변화도 빨라졌단다.”

“그런데 엄마의 인생은 너무 빨라요!”

“광일아! 엄마를 슬프게 하지 마라~ 오직 하나님께 감사하자!”

“네! 알았어요. 엄마~ 사랑해요.”


이런 두 모자(母子) 간에 대화를 곁에서 지켜보던 그녀의 어머니도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할머니의 눈물을 본 광일은 할머니를 끌어당겨서는 엄마랑 함께 셋이 서로 껴안았다.

그때에 벽시계가 저녁 8시를 가리키며 여덟 번 종이 울렸다. 밖에는 아직도 내린 눈에 의해 어둠을 붙잡고 있었다.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가 집안으로 스며들어왔다. 그러나 그녀만은 아무것도 모른 채 오직 아들 광일이와 사랑하는 어머니를 꼭 안은 채로 그녀의 마음은 오직 하늘 아버지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알았다. 오늘의 일들이 하늘 아버지의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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